北 “김정은 결단으로 대규모 인력, 동계올림픽 파견” 주민들에 선전
  • ▲ 北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이 유튜브에 올린 영상. 한반도기를 단 남자 아이스하키 팀이 활짝 웃고 있다. ⓒ北선전매체 유튜브 영상캡쳐
    ▲ 北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이 유튜브에 올린 영상. 한반도기를 단 남자 아이스하키 팀이 활짝 웃고 있다. ⓒ北선전매체 유튜브 영상캡쳐
    김정은 정권이 역시 예상대로 움직이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한국에서 열린다는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체제 선전용으로 써먹고 있으며, 유튜브에는 “우리 민족끼리”를 내세우며 한반도기와 인공기로 도배한 선전 영상을 게재해 놓았다.

    북한의 유튜브 선전 채널 가운데 하나인 ‘조선의 오늘’은 지난 13일 영상 하나를 게재했다. 제목은 ‘통일의 길은 우리 민족끼리’다.

    1분 59초 분량의 영상은 “우리는 하나의 핏줄을 나눈 단일 민족이기에 오늘도 지나간 통일시대가 못 견디게 그립다”면서 2000년 6.15 남북 공동선언 이후 남북 교류 등의 영상을 보여준다. 이어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의 남북 공동입장, 2002년 부산 아시안 게임과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에서의 북한 응원단 모습, 좌익 인사들의 방북 모습 등을 보여주며 ‘평창 동계올림픽’을 마치 ‘평양 올림픽’인양 선전하고 있다.

    영상 속에는 북한 응원단과 한반도기, 인공기가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북한 응원단과 헤어지는 한국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 북한 접대원과 한국 정치인이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들도 나온다. 남자 아이스하키 팀이 한반도기를 가슴에 달고 활짝 웃는 모습도 있다. 그러나 어디에도 태극기는 보이지 않는다.

    ‘조선의 오늘’이라는 매체야 ‘우리 민족끼리’처럼 대외 선전용 매체임을 감안해 넘어간다고 해도 북한 주민들에게까지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린다는 사실을 숨기며 거짓말 하는 대목은 봐주기 어렵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18일 “김정은 정권이 주민들에게 동계올림픽 참가 소식을 알리며 이를 김정은 찬양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고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함경북도 소식통은 “최근 조선중앙TV와 노동신문이 동계올림픽 소식을 보도하고 있다”면서 “당국 또한 강연을 통해 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이 큰 규모로 참가하게 될 것이라고 알려줬다”고 전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소식통에 따르면, 北조선중앙TV는 동계올림픽 관련 소식을 상세히 보도하면서도 한국 평창에서 열린다는 내용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하지만 인민반 회의에서는 동계올림픽이 한국에서 열린다는 사실을 암시했다”면서 “한반도 정세가 한 치 앞을 보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장군님(김정은)’께서 통 크게 대표단을 파견한다는 결단을 내리셨다고 선전, 즉 한국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린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알려줬다”고 전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이 이번에 평창 동계올림픽에 보낼 응원단은 모두 평양 출신이라고 한다. 소식통은 “과거 한국에서 열린 국제 경기들을 응원할 사람을 보낼 때는 지방과 평양에서 출신 성분이 좋고, 인물과 체격이 뛰어난 사람들을 골고루 선발했는데 이번에는 응원단을 모두 평양에서 선발해 지방에서는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전했다고 한다.

  • ▲ 2003년 8월 대구 유니버시아드 당시 방한한 北응원단. 평창 동계올림픽 때는 이런 '미녀 응원단'이 안 올 가능성도 있다. 모든 인원을 평양에서만 뽑기 때문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3년 8월 대구 유니버시아드 당시 방한한 北응원단. 평창 동계올림픽 때는 이런 '미녀 응원단'이 안 올 가능성도 있다. 모든 인원을 평양에서만 뽑기 때문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평안북도 소식통은 “아직은 북한 주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지만 중국을 오가는 외화벌이 일꾼과 일반 여행객을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소식이 북한 내부에도 빠르게 퍼지는 중”이라고 전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노동당 중앙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주민들은 평창 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돼 남북 긴장이 완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전쟁 임박설도 돌았고, 노동당 중앙이 지금도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매달리고 있는 이상 남북 관계가 긍정적으로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 우세하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놓고 김정은이 통 크게 판을 펼친 것처럼 선전하자 북한 주민들 가운데는 코웃음을 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김정은이 결정했다고 주장하지만 한국이 통 크게 받아주었으니까 북한이 동계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게 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이처럼 김정은 정권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체제 선전용으로 써먹으려 하고 있지만, 중국 등을 통해 외부 정보를 얻는 주민들은 더 이상 김정은의 말을 믿지 않는 분위기다.

    한편 ‘자유아시아방송’ 소식통에 따르면, 평창 동계올림픽과 관련해 지방에 사는 북한 주민들은 별 관심이 없다고 한다. 김정은 정권은 겨울철이 되면 지방에는 아예 전력을 공급하지 않아 TV 시청이 불가능한 때문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