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 붙은 익명 대자보 "그들을 민주화 세력이라 부르길 거부한다"장남수 유가협 회장 "어떤 사람이 썼는지는 몰라도 평가할 가치 없어"
  • ▲ 지난 1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 게시된 서울대 트루스포럼 대자보. ⓒ서울대 트루스포럼 페이스북
    ▲ 지난 1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 게시된 서울대 트루스포럼 대자보. ⓒ서울대 트루스포럼 페이스북

    6월 민주화 시위를 주제로 만든 영화 '1987'이 관객 수 600만명을 넘으며 흥행하고 있는 가운데, 다른 시각으로 민주화 운동을 평가하는 대자보가 서울대에 게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대 트루스포럼은 지난 1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 한 대자보를 게시했다. 해당 대자보 제목은 '(영화)1987, 난 안 봐! 토가 나올락 하네'이다.

    '영화 1987에 대한 운동권 선배의 회고'라는 부제가 달린 이 대자보의 작성자는 익명으로, 서울대 인문대 83학번 졸업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대자보에서 "박종철, 임종석을 386 운동권은 스스로 민주화 운동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그들이 추구한 것은 공산주의 체제였고 그들이 한 운동은 공산화 운동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암울했던 시대상황과 그들의 격렬한 저항이 결과적으로 민주화시대 이행을 촉진시켰다는 점에서, 그들을 민주화세력으로 부르는 데 동의했다"며 "그러나 민주화세력이라는 이름 속의 거짓과 위선으로 인한 국가 안보의 위기 때문에 그들을 민주화세력이라고 부르기를 거부한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당시 80년대 운동권 학생들이 안타까운 처지에 있었던 것은 맞지만, 진실은 온데간데 없이 자아도취의 우물 속에 빠져버렸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대자보의 입장에 대해, 장남수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장은 "홍준표씨를 비롯한 수구세력은 대자보 내용과 똑같이 이야기 한다"며 "만일 6월 항쟁이 민주화 운동이 아니었다면, 전두환·노태우가 일으킨 쿠데타는 정당한 것인가? 어떤 사람이 썼는지는 몰라도 평가할 가치가 없다"고 비난했다.

    뉴데일리는 반론을 듣기 위해 5.18 기념재단·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에 연락을 시도해봤으나 담당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서울대 관계자는 "대자보를 붙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떼는 건 그렇지 않다" 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있어 철거와 같은 조치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서울대 트루스포럼이 게시한 대자보 전문이다.

    <서울대 트루스포럼 시국 대자보>

    1987, 난 안 봐! 토가 나올락 하네!

    영화 '1987'에 대한 운동권 선배의 회고

    1. 박종철, 임종석을 비롯한 386 운동권은 스스로 민주화운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이 실제로 추구한 것은 민중이 주인 되는 세상, 즉 공산주의 체제였고 그들이 한 운동은 공산화운동이었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386을 그렇게까지 내몰았던 암울했던 시대 상황과 그들의 격렬한 저항이 결과적으로 민주화시대로의 이행을 촉진시켰다는 점에서 나는 그들을 민주화세력이라고 부르는 데 동의해 왔다.

    3. 그러나 민주화세력이라는 이름 속에 숨겨져 있는 거짓과 위선, 오만과 과욕, 미화와 우상화, 그리고 그것들에 근거한 끝없는 역사의 왜곡과 국민의 정신적 퇴화, 그리고 그로 인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국가 안보와 정체성 그리고 국가 존망의 위기, 이런 것들 때문에 많은 애국 시민들이 그들을 민주화세력이라고 부르기를 거부한다.

    4. 우리가 그들을 뭐라 부르던, 그들이 거짓과 위선 그리고 시대착오적, 후진적 사고방식으로 똘똘 뭉친 이 시대의 가장 큰 골칫덩어리, 수구 반동 세력이라는 사실에는 모든 애국 시민들이 동의할 것이다.

    5. 신림동에 '박종철 거리'가 생기는 것 자체에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박종철과 그가 속했던 CA그룹이 민중혁명으로 세상을 뒤집은 뒤에 제헌의회를 소집하자는 공산주의 운동 단체였다는 사실은 정확히 알려져야 한다. 내가 보기에 박종철은 80년대라는 독특한 시대 상황의 압박에 밀려 상식으로부터 꽤 멀리까지 벗어난 사고와 활동 속으로 빨려 들어간 수많은 386 중 재수가 가장 없는 친구 중 한 명이었을 뿐이다. '박종철 거리', 안 될 것 없다. 그러나 그와 그가 속했던 서클이 어떤 일을 하던 집단인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그냥 단순하게 민주화운동으로 체포되어 고문 받다 억울하게 죽은 사람으로만 알려진다면 이 거리는 거짓의 거리가 된다.

    6. 80년대 운동권 학생들이 동정이나 안타까움의 대상이 될 만한 처지에 있었던 것은 맞다. 나를 포함해 수많은 386들의 삶이 시대 상황에 의해 심하게 왜곡되었기 때문이다. 또, 국민적 자부심과 설득력 있는 역사적 스토리텔링을 위해 민주화시대의 대표적 인물들을 미화하거나 신비화하는 일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실은 온데간데없이, 그 시대를 살아가며 약간의 고통을 겪었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를 대단한 인물이라 생각하는 자아도취의 우물 속에 빠진 채 30년을 허우적거린 386의 과욕이 이러한 이성과 상식을 송두리째 무너뜨렸다.

    7. 문제는 386의 거짓과 위선에 있다. 이제 소통은 감성과 피해의식을 적절히 자극해 주는 기술을 의미하는 말이 되었다. 이제 진실은 나와 소통하는 집단의 믿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거짓과 위선이 어느새 진실과 소통이 되어 있다.

    8. 솔직히 나는 개인적으로 이성과 진실이 궁극적으로 거짓과 위선을 이길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닥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은 국민의 평균 학력, 경제적 이익에 관한 민감도, 뿌리 깊은 자유주의적, 개인주의적 성향 때문이다. 이것이 내가 저들의 헛발질이 대한민국 세력에게 또 한 번의 기회를 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궤멸된, 아니 부역질까지 서슴지 않으며 자기끼리 칼질하며 스스로 콩가루 집안을 만들어버린 우파 집단이 그 상황을 감당해 낼 수 있을까? 아직도, 망해가는 집을 일으켜 세우려는 자들은 별로 보이지 않고 남은 재산을 노리는 자들만 득실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