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가 젖과 꿀처럼 흐르나니...
  • 미세먼지 덕분에 대중교통 '무료' 혜택. ⓒ연합뉴스
    ▲ 미세먼지 덕분에 대중교통 '무료' 혜택. ⓒ연합뉴스



    李 竹 / 時事論評家

      海東 文龍이 나라샤 일마다 天福이시니 古聖이 同符하시니
      불휘 기픈 남간 바라매 아니 묄세 곶 됴코 여름 하나니
      새미 기픈 므른 가마래 아니 그츨세 내히 이러 바라래 가나니
    +   +   +   +   +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요즘만 같아라...” 

      삼천리 금수강산 여기저기서 행복이 물결친다. 이 나라 국민들의 어깨가 들썩여진다.
    아니 덩실덩실 한바탕 어울려 춤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이다.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벌어진 입을 주체하지 못해 표정 관리 차원에서 마스크를 쓴 이들도 눈에 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 뭐니 뭐니 해도 머니에서 나온다. 우선 주머니가 묵직해 졌다. 

      그 어딘가에 있다는 ‘일 저리 현황판’의 막대그래프가 치솟는다고 한다.
    야박하기 짝이 없던 ‘최저 임금’이 대폭 올라 지갑이 두둑하다.
    남는 돈을 쓸데가 없어 그 무슨 ‘코인’인가를 샀더니, 어머나 떼돈이 들어왔네. 이에 더하여...

      비온 뒤에 땅 굳는다고, 정상회담으로 부쩍 가까워진 뛔국이 연일 먼지를 선물하는 바람에
    교통비도 들지 않는다. 돈 쌓일 일만 생기고 있다. 어디 돈 뿐인가. 

      
  • 북한이 보낸 미녀응둰단.ⓒ연합뉴스
    ▲ 북한이 보낸 미녀응둰단.ⓒ연합뉴스
    북녘의 ‘우리 민족’이 거족적인 겨울철 ‘전국체전’에 참가한다고 한다. 장애물이 없다. 
    거의 북녘이 부르는 대로 받아 적은 회담이야 일사천리로 끝날 수밖에 없지 않은가. 
    태클을 걸려던 양키나라도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다시피 주저앉았다고 한다. 
      드디어 젖과 꿀이 흐르듯 감미로운 평화가 이 나라 이 땅에 넘쳐나기 시작했다. 

      북녘과 왜국(倭國)의 ‘우리 민족’이 대거 이 나라에 온다는 기쁜 소식이 매일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다. 
    ‘남남북녀’(南男北女)라 했던가. 쭉쭉빵빵 미녀들이 손에 손에 청초한 ‘단일기’(單一旗)를 들고 화려한 응원을 하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더군다나 명품 노래와 춤을 들려주고 보여줄 그 무슨 관현악단 공연도 계획되어 있단다. 북녘의 높은 문화 수준을 감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굴러온다. 
      태권도 시범도 있다는데... 남녘이 따라갈 수 없는 고수(高手)들의 멋진 무예(武藝), 이 또한 기대가 크다.

      금강산에서 ‘전국체전’ 전야제가 열린단다. 화려한 불꽃놀이도 있지 않을까. 
    아쉽다! 직접 가기는 힘들 것 같으니, 테레비로나 보자. 

      
  • 중국이 보도한 남북단일팀 합의.ⓒ연합뉴스
    ▲ 중국이 보도한 남북단일팀 합의.ⓒ연합뉴스
    두둑해진 지갑을 열어서 ‘전국체전’ 티켓이라도 얼른 사둬야겠다. 물론 잘자리 먹을 자리도 알아봐야지. 
      특히, 남북의 여(女)전사들이 빙판을 누빌 그 아이스하키 경기는 꼭 봐야한다. 자칫하면 티켓을 못 구할 지도 모른다. 서두르자!
      “남과 북이 하나의 팀을 만들어 함께 경기에 임한다면 그 모습 자체가 아마 두고두고 역사의 명장면이 
    될 것”이라지 않는가. ‘역사의 명장면’을 놓칠 수야... 

      어떤 멍청한 글쟁이가 그 ‘전국체전’을 한 겨울밤의 드라마에 불과하다며, 평화에 대한 환상을 잠시 머물게 하는 ‘아편 주사’라고 했다. 뭘 모르고 하는 소리다. 그 드라마는 쭉 연장될 텐데...

      이제 며칠 안 있어 그리운 ‘금강산’도 가게 될 터이다. 솜씨 좋은 북녘의 낭자들이 ‘개성의 공단’에서 만든 
    냄비에다 라면을 끓이는 낭만도 맛보게 될 듯하다. 
      이 어찌 ‘아편 주사’란 말인가. 그러니 멍청하단 밖에...
    +   +   +   +   +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이 멋진 일들을 음미(吟味)·상상(想像)하다가 지하철 계단을 헛딛고 말았다. 
    어어! 하는 사이에 눈이 번쩍 떠졌다. 꿈 이었나? 그런데...

      무언가가 짓누르듯이 머리 위가 갑자기 묵직해 온다. 가끔 그랬지만 이번에는 유독 더하다. 

      혹시, 아직은 터지지 않은 ‘핵폭탄’?
    <이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