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직한 스포츠행사 때마다 평화 내세우며 남북 화해무드… 행사 전후에는 꼭 '펑펑'
  • ▲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 의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 결과 및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6.15 남북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기자회견’에서 대형 단일기(한반도기)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시스
    ▲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 의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 결과 및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6.15 남북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기자회견’에서 대형 단일기(한반도기)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시스
    문재인 정부가 평창올림픽 남북 단일팀과 공동입장에서 한반도기를 들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하고 있다.

    어렵게 유치한 동계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이 태극기를 들지 못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지만, 정부는 '과거에도 그런 사례가 있다'는 식으로 얼렁뚱땅 밀어붙이는 모습이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15일 국회에 출석해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 선수단의 공동 입장이 합의되면 한반도기를 들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반도기를 드는 것이 결정된 것처럼 단언하는 말투였다.

    청와대 역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도 한반도기 공동입장을 기장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체부에서 진행 중인 일"이라며 "청와대가 언급할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여권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 당시에도 한반도기 입장이 있었다"는 주장으로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 ▲ 제2연평해전 15주년 기념식에서 박동혁 병장 어머니가 아들의 얼굴부조를 어루만지며 오열하고 있다. ⓒ 뉴시스
    ▲ 제2연평해전 15주년 기념식에서 박동혁 병장 어머니가 아들의 얼굴부조를 어루만지며 오열하고 있다. ⓒ 뉴시스
    하지만 과거의 굵직한 스포츠 행사 때마다 북한은 평화를 얘기하며 한반도기를 흔들었지만, 이를 전후해 수위 높은 도발도 감행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당 권선동 의원은 "한반도기를 흔들고 미모의 북한 응원단이 오면 대서특필했지만, 결과는 핵.미사일 개발"이라고 꼬집었다.

    #1. 서울에서 열리는 86 아시안 게임 개막 6일 전인 1986년 9월 14일, 북한은 김포공항에 폭탄테러를 감행한다. 김포공항 국제선 5번 게이트와 6번 게이트 사이 스테인레스 쓰레기통에 폭탄을 담아 터뜨린 것. 폭탄은 아웅산 테러 당시 북한이 사용한 폭탄과 같은 기종이었다. 근처 커피 자판기가 검게 타버릴 정도의 강한 폭발로 5명이 숨지고 3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2. 제2 연평해전 또한 북한이 대한민국이 개최한 세계적 스포츠 행사를 방해한 대표적인 사건이다. 북한은 2002년 월드컵 결승을 하루 앞둔 6월 29일, 서해 북방한계선을 침범해 참수리호(고속정 357호)에 기습 선제공격을 실시했다. 이 도발로 참수리호가 침몰, 우리 장병은 6명이 전사하고 19명이 부상당했다. 제2 연평해전이 일어난 지 석달 뒤인 9월에 열린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우리는 북한 선수단과 함께 한반도기를 흔들며 입장했다.

    #3. 북한은 2003년 우리나라가 개최한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 225명의 선수단을 파견해 대회를 치렀고, 종합 9위에 올랐다. 그러나 대회가 종료된지 2개월 만인 10월 30일, 북한 경비정이 북방한계선을 월선하는 도발을 감행했다. 우리군이 경고사격을 가하는 일촉 즉발의 상황이 벌어졌다.

    #4. 2014년 아시안게임에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됐다. 2014년 아시안 게임에도 북한 선수단이 참가했지만, 북한 선발대가 도착하기 10여일 전부터 수차례의 단거리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2014년 9월 1일에는 1발, 같은 달 6일에는 3발의 미사일이 동해상으로 발사됐다. 비무장지대(DMZ)에서는 총기사격 도발도 있었다. 
  •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말 평창올림픽 홍보를 위해 KTX 경강선 열차에 탑승한 모습.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말 평창올림픽 홍보를 위해 KTX 경강선 열차에 탑승한 모습. ⓒ청와대 제공.
    이같은 과거 사례에도 정부는 비핵화 논의는 물론, 북한의 추가 도발 방지에 대한 확답조차 받지 못한 상태다.

    때문에 스포츠를 매개로 한반도에 평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비핵화·도발 방지 대책 등이 병행돼 논의돼야 한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야당의 반발도 거세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우리나라 대표단이 태극기를 못 들고 입장하는 것을 이해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남남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도 지난주 예방온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인데 태극기를 안 드는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오랜 세월 걸쳐서 전 국민적 열망을 함께해 평창올림픽을 유치했다"면서 "우리나라의 상징을 반드시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특히 "좀더 나아가 인공기 입장에 대해선 절대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하태경 한국당 의원은 "한반도기를 과거에 사용했다지만 당시 북한은 지금과 같은 핵국가가 아니었다"며 "한반도기와 남북 단일팀은 북한이 비핵화될 때까지 유보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