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 교수 "블록체인·암호화폐 기술 근본적 폄훼 우려"남경필 "국민 바보 취급하는 막연한 비판 아닌가"
  •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 ⓒ뉴데일리 DB
    ▲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 ⓒ뉴데일리 DB

    가상화폐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언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글이 주목받으면서, 정부의 거래소 폐지에 대한 여론의 갈등이 새로운 양상으로 재점화되고 있다.

    유시민 전 장관은 최근 가상화폐 가격에 높은 웃돈이 붙는 이유에 대해 투자자들의 '투기 성향'에 집중적인 비난을 제기했다. 투기 성향 이외에도 가상화폐 투자 수익금에 대한 과세나 거래절차상 차이, 지정학적 리스크 등 여러 복잡한 사정이 얽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에서다.

    유시민 전 장관은 지난 1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가상화폐란 인간의 어리석음을 이용해 누군가가 장난쳐서 돈을 뺏어 먹는 과정"이라며 "투자는 그야말로 미친 짓"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또 가상화폐 열풍을 '튤립 버블'에 빗대기도 했다. 튤립 버블이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튤립의 알뿌리에 투기가 과열되자 가격이 치솟다 폭락해 경제가 무너진 사건이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다음날 유 전 장관과 방송 프로그램에 동반 출연한 인사가 반박을 SNS에 올렸다.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는 13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유시민 선생님이 블록체인이 어떻게 전 세계 경제 시스템에 적용되고 스스로 진화할지 잘 모르시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해한다면, 암호화폐에 대해 이렇게 악담을 퍼붓지는 못할 것"이라며 "암호화폐에 대한 과열된 투기는 당연히 부적절하지만, 정부가 거래소를 폐쇄하는 방식은 최악의 문제 해결 방법"이라고 질타했다.

    정재승 교수는 이 같은 자신의 평가가 "기사화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고, 설명이 부족했다"고 추가로 올린 구체적 반박글이 알려지자, 14일 여론의 주목이 또 한번 쏠리게 됐다.

  • 정재승 교수 페이스북 캡쳐.
    ▲ 정재승 교수 페이스북 캡쳐.

    그는 이어진 글에서 "유시민 선생님의 인터뷰는 암호화폐의 광풍 만이 아니라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기술에 대한 근본적인 폄훼로 이루어져 있어서 우려가 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거래소 폐쇄와 같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사회악'으로 간주하는 정부의 해결책은 적절한 접근이 아니"라며 "과열 투기 세력을 잡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날 정치권에서도 유 전 장관의 인터뷰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유 전 장관의 튤립 버블 비유에 대해 "근본이 다른 문제를 두고 국민을 바보 취급하는 막연한 비판이 아닌가"라며 "마치 조선 말 통상수교거부 정책의 21세기 버전으로 들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가상화폐 투기 광풍에 아무것도 모른 채 뛰어드는 국민이 걱정되면 거래 보완 수단을 만들어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더는 국민을 미친 범죄자 취급하지 말고 올바른 방향을 만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