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는 던져졌다… 국민의당 '각목전대' 우려

분당 확정적… 2·4 전대 전 '합의이혼' 성사 여부에 정치권 '촉각'

정도원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01.14 09:45:34

주사위는 던져졌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12일 오후 당무위원회의를 소집해, 내달 4일 바른정당과의 합당 여부를 묻는 임시전당대회를 열기로 하는 안건을 의결해냈다.

통합찬성파와 통합반대파는 일찌감치 전당대회를 승부처로 지목하고 있었다. 이날 당무위에서 고성이 오가며 약간의 몸싸움이 있었다지만 이것은 약과다. 통합반대파는 통합찬성파가 장악하고 있는 당무위에서 저지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미 인식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날의 당무위는 전당원투표 부의를 의결했던 지난달 21일의 당무위처럼 통합반대파가 항의발언 이후 퇴장하는 게 수순이었지만, 그간 쌍방의 감정이 격해졌던 관계로 소란이 일었을 뿐이다.

결전은 2·4 전당대회에서 펼쳐진다. 안철수 대표는 이날 당무위 직후 취재진과 만나 "이렇게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최선을 다해 설득을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앞서 전날 "반대하는 분들이 왜 반대하는지 사실 모르겠다"고 토로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소통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통합찬성파와 통합반대파 사이에서 이른바 중재파를 둘러싼 '밀당(밀고당기기)'은 있겠지만, 중재파 의원들도 내심으로는 각자 입장을 다 정해놓고 있기 때문에, 통합찬성파와 통합반대파는 이대로 평행선을 그리며 2월 4일 파경(破鏡)을 향해 달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뒷모습)이 항의하고 있는 가운데, 안철수 대표가 12일 오후 국회에서 당무위원회의의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전당대회 이전까진 '폭풍 전야의 고요'… 쌍방 명분쌓기 나설 듯

일단 2·4 전당대회 이전까지는 특별히 볼썽사나운 싸움의 계기는 마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원총회나 당무위처럼 서로 입장이 다른 의원들이 한데 모여야 손바닥이 부딪치듯 파열음이 나는데, 전당대회 전까지는 더 이상 그럴 계기가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통합찬성파는 특별히 당무위 등을 더 소집할 이유가 없고, 통합반대파도 의총 소집을 요구해봤자 이날처럼 통합찬성파 의원들의 불참이 확실시돼 의미가 없다.

통합찬성파와 통합반대파는 내달 4일까지 매주 각각 최고위원회의와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 전체회의를 따로 열며, 서로를 향해 포문에서 불을 뿜으며 명분쌓기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안철수 대표는 내주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와 함께 '정치개혁 공동선언'을 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반면 운동본부 조배숙 대표와 천정배·정동영·박지원 전 대표, 유성엽·장병완 의원, 최경환·장정숙 대변인 등 통합반대파 핵심 의원들은 전날 광주에서 시작한 당원간담회를 14일 전북을 거쳐 수도권으로 북상시키면서 반안(반안철수) 세몰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당무위에서 전당대회 소집과 함께 의결된 대표당원 500명 임명 과정에서 통합반대파가 "친안(친안철수) 일색"이라며 통합찬성파를 비판하겠지만, 임명 수순 자체를 저지할 방법은 없다.

500명 대표당원은 새로 지역위원장이 선임된 36개 지역위원회에서 각 13명씩 468명이 할당됐고, 나머지 32명은 당대표가 17명, 최고위원 5인이 각 3명씩 15명을 임명한다.

이 중 지역위원장이 새로 임명된 곳은 당세(黨勢)가 약한 비호남 권역이라, 거의 모두가 '친안'이라 봐야 한다. 안철수 대표가 직접 임명하는 17명 또한 당연히 친안이다. 최고위원 5인도 박주현 최고위원을 제외하고는 전원 친안이기 때문에, 결국 새로 임명될 500명 대표당원 중 497명은 친안으로 채워지는 셈이다.

이외에 2·4 전당대회까지 당비 미납 등을 이유로 대표당원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전당대회 성원을 위한 의결정족수의 모수(母數)를 줄이는 과정이 아니냐는 시비는 끊임없이 오가겠지만 '말싸움'의 차원을 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16일에서 17일 사이에는 전당대회 소집이 공고된다. 이는 이날 당무위의 의결사항이기도 하다.

당내 일각에서는 전당대회 의장을 맡고 있는 통합반대파 이상돈 의원이 공고하지 않을 경우, 이를 빌미로 징계를 하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이와 관련해, 통합반대파 의원실 관계자는 "공고는 매스미디어가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에나 의미가 있었을 뿐, 최근에는 국회에 전지 한 장 붙이는 요식행위"라며 "전당대회를 2월 4일에 한다는 게 보도돼서 당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데, 이상돈 의원이 굳이 공고를 하지 않아 징계를 자초할만큼 어리석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상돈 의원도 지난 8일 저녁 교통방송라디오에 출연해 "(당무위에서 의결되면) 당헌·당규에 따라서 소집해야 할 것"이라고 답한 만큼, 공고하는 수순으로 간다고 볼 수 있다.


▲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 장정숙 대변인이 12일 오후 당무위원회의가 열린 국회본청의 회의실 입구가 봉쇄된 것에 항의하기 위해 안철수 대표에게 다가가던 중, 다른 당무위원으로부터 밀쳐지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통합파 목표는 '성사', 반대파 목표는 '무산'… 2·4 전대, 충돌 불가피

폭풍 전야의 고요, 쌍방 세몰이를 통해 고조되는 전운 속에 내달 4일 날이 밝으면 마침내 전당대회가 열린다.

통합찬성파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전당대회를 성사해야 하는 입장이다. 반면 통합반대파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전당대회를 무산해야 하는 입장이다. 서로 다른 목표를 향해 평행선을 그리며 달려온 두 세력이 한 곳에 모이면, 반드시 파열음은 날 수밖에 없다.

당내 일각에서는 전당대회가 개의하면 이상돈 의원이 의장으로서 사회권을 행사하는 가운데, 찬반토론의 기회를 통해 통합반대파 의원들이 반대토론자로 나서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전개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이를 통해 전당대회를 자정을 넘겨 산회시킬 수 있다는 착안이다.

국민의당 의원실 관계자는 이러한 견해에 대해 "전당대회가 절차적 민주주의가 완전히 지켜지는 가운데 치러진다는 가정 하에서 가능한 발상"이라며 "순진한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지금까지 2·4 전당대회로 달려오는 과정에서 절차적 민주주의는 그다지 존중되지 않았던 게 엄연한 사실이다.

당장 이날 하루만 해도 △최고위원 일부에게 통지하지 않고 비공개 최고위 개최 △당무위원 일부가 의총에 참여해 있는데 당무위 시작 △당무위원 일부가 회의장 입장에 곤란을 겪음 △당헌·당규에 규정된 원칙과 달리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 △당무위원회의에서의 위협적 언동 △당헌·당규에 어긋나게 의결과정에서 서면의사표시를 취합하는 등 단 하루 만에 절차적 민주주의에 어긋나는 사례가 숱하게 등장했다.

이렇게 달려왔는데 전당대회만 절차적 민주주의가 엄정하게 준수되리라 생각하는 것은 박지원 전 대표의 말대로 "순진"하다. 필리버스터가 전개될 경우, 마이크를 끈다든지 발언방해, 물리력 행사 등 여러 가지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긴급동의로 전당대회의장불신임의 건을 상정해 이상돈 의원을 제척(除斥)시키고 사회권을 이양할 수도 있다.


▲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당무위원회의가 고성과 몸싸움으로 혼란에 빠진 가운데, 박지원 전 대표가 회의실에서 퇴장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통합반대파, 물리적 저지 '옵션' 손 안에 쥐고 '만지작'

이미 던져진 주사위다. 6개 면 전부에 '통합'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면, 주사위의 결과를 보는 것은 뻔한 결론이다. '통합'이라는 결론을 피하는 단 한 가지 방법은, 던져진 주사위가 멈추기 전에 각목으로 내리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천정배 전 대표는 전날 광주에서 열린 광주·전남당원간담회에서 "전당대회는 마음만 먹으면 저지할 수 있다"며 "그냥 저지는 안 되고, 전당대회를 저지하는 모습은 굉장한 싸움이 돼서 불리한(반대하는) 입장에서 보면 구태(舊態)라고 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통합반대파가 물리력 행사를 '옵션'에 넣고 만지작거리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물리력 옵션'에는 대체로 세 가지 정도를 상정할 수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첫째는 전당대회장을 물리적으로 봉쇄하는 것이다. 1만 대표당원이 모이는 전당대회장은 예사로운 장소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지난 8·27 전당대회가 열렸던 의원회관 대회의실 등은 쓸 수 없다. 체육관이나 박람회장을 대관하는 게 불가피하다.

이러한 장소에서의 전당대회를 원활히 치르기 위해서는 무대설비나 조명·음향시설을 사전에 반입해야 한다. 이를 방해하기 위해 미리 움직일 수 있다. 쉽게 견인할 수 없는 중장비를 동원해 입구를 봉쇄하고, 쇠사슬로 묶거나 드러눕는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사전 저지가 아니라면 일단 전당대회가 열린 뒤에 무산시키는 방향으로 가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모양새는 더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둘째 방안으로 1987년 4월 통일민주당창당방해사건을 마지막으로 30년간 정치권에서 자취를 감췄던 '각목전대'가 다시 등장할 수 있다. 셋째 방안으로, 지난달 31일 이동섭 의원의 전당원투표 결과 발표 당시 당사에서 일어났던 것처럼 당원이 난입할 수 있는데, 단순 난입이 아니라 분신(焚身) 시도 등으로 전당대회 무산을 기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운동본부 조배숙 대표는 전날 광주에서 "전당대회를 무산해야 한다"며 "혹시라도 전당대회가 뜻하는대로 되지 않는 경우에도, 실무진과 치밀하게 모든 것을 연구하며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의원실 관계자는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미처 예상치 못한 전혀 다른 제3의 방법이 등장할 수도 있다"면서도 "어떠한 경우에도 물리적으로 전당대회를 무산한다는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통합찬성파는 이에 맞서 △경찰에 시설경비 요청 △경비용역 위탁 △입장시 검문검색 강화 △소지품 검사 등으로 대응하겠지만, 수천 명이 모이는 행사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 국민의당 유성엽·장병완 의원(뒷모습)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회의 진행에 항의하고 있는 가운데, 다른 당무위원들이 유성엽·장병완 의원을 향해 달려들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압박 높이며 '합의이혼' 극적 정치적 타협 모색 가능성도

다만 통합반대파 일각에서도 어차피 결별할 것이라면 그렇게까지 험한 모습을 보이면서 헤어질 필요가 있는지 의구심을 갖는 견해도 있다.

국민의당 의원실 관계자는 "결국 분당(分黨)이 되면 각자 6·13 지방선거를 준비해야 한다"며 "국민 앞에서 전당대회가 파국을 맞이하는 모습이 생생히 중계되면, 두 정당 모두에게 선거를 앞두고 치명타"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천정배 전 대표도 전날 광주에서 "전당대회를 저지한 다음에도 안철수 대표와 우리 사이에 분란이 계속되면서 지방선거는 하루하루 다가오는 상황을 잘 봐야 한다"며 "저지한다고 마음만 먹으면 저지하지만, 뭣하러 그 사람과 싸우느냐. 그냥 창당하자는 의견이 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밖에서 보는 사람의 시각에서 모양이 좋지 않더라도 반드시 저지하고 헤어질 것인지, 그 전에 헤어질 것인지는 전술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이른바 '합의이혼'과도 연계된 문제다. 국민의당 의원실 관계자는 "부부 사이에 합의이혼이란, 서로가 좋은 모양새로 헤어지자는 마지막 절제력의 발휘"라며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비례대표 의원의 출당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비례대표 의원이 출당(黜黨)되지 않으면 통합반대파 박주현·장정숙·이상돈 의원 등은 당적(黨籍)을 통합정당에 놔둔 채로 개혁신당에서 활동해야 한다. 이것은 이미 '모양새'의 문제를 벗어난 것이므로, 끝까지 안철수 대표가 "출당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 서로가 결별 과정에서 '모양새'를 고려할 여지는 사라진다.

국민의당 의원실 관계자는 "전당대회가 파국으로 무산되는 것을 가장 바라지 않을 사람은 안철수 대표 아니겠느냐"며 "통합반대파가 '물리력' 옵션을 만지작거리면서 압박의 강도를 높여, 비례대표 의원의 출당 요구를 관철하는 방향으로 정치적 타협을 모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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