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름 생산, 당국 요구에 못 미치자 ‘중금속 범벅’ 쓰레기 몰래 섞어
  • ▲ 北화성남새(채소) 온실공장 근로자들이 거름을 만드는 모습. 북한은 주민들에게 매년 거름을 만들어 바치라고 명령한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北화성남새(채소) 온실공장 근로자들이 거름을 만드는 모습. 북한은 주민들에게 매년 거름을 만들어 바치라고 명령한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정은 정권은 매년 주민들에게 ‘거름’을 바치라고 명령한다. 2017년에 이어 2018년에도 한 사람 당 1톤씩의 ‘거름’을 만들어 바쳐야 한다고.

    그런데 최근 김정은 정권이 주민들에게 “쓰레기장의 오물은 거름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주민들이 한 사람 당 1톤의 거름을 만들어낼 수 없게 되자 쓰레기장의 오물을 섞어 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10일 “北내각 농업성이 올해부터 쓰레기장 오물을 거름으로 인정하지 말라고 각 도의 농촌 경리위원회에 지시했다고 소식통들이 전했다”면서 “이는 쓰레기장이 도시에서 나온 폐기물 때문에 중금속에 심하게 오염되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함경북도 소식통은 “새해부터 쓰레기장 오물을 일체 거름으로 바치지 못하도록 규정이 바뀌었다”면서 “내각 농업성이 2017년 12월 말 이런 지시를 각 도의 농촌경리위원회와 시·군 농촌경영위원회에 내려 보냈다”고 전했다고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쓰레기를 분리수거하지 않고 지정된 쓰레기장에 그냥 버린다고 한다. 겨울철에는 주로 석탄을 때고 남은 재를 버리는데, 그 밖에도 폐가전 부품, 폐건전지, 부서진 형광등이 마구 섞여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이런 데서 나온 중금속 쓰레기가 매년 협동농장에 거름으로 실려 나갔다”면서 “농업성 과학자들과 환경전문가들은 이런 쓰레기에 중금속이 많이 함유돼 있어 절대 거름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노동당 중앙에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왔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2017년 내각 농업성이 토양조사를 했는데 도시 주변에 있는 협동농장들의 경우 중금속 오염이 심각해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면서 “그럼에도 노동당 중앙은 이런 사실을 철저히 은폐하고 계속 농사를 짓게 하고 있다”며 당국을 비난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자강도 소식통 또한 “지금까지 협동농장으로 실려 나가던 쓰레기를 당국이 갑자기 거름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혀 기업소마다 비상이 걸렸다”고 전했다고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한해 거름 생산량에서 인분을 제외한 쓰레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40% 이상이라고 한다.

    소식통은 “매년 인분이 얼기 전까지 쓰레기장 오물들을 거름으로 바쳤다”면서 “인분은 아직 운반하기 쉬울 만큼 얼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쓰레기도 받지 않으니 당장 거름을 어떻게 생산하라는 것인지 방법이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쓰레기를 거름으로 쓰면 협동농장의 토양이 오염된다는 사실을 우리도 잘 안다”며 “하지만 올해도 1인당 1톤씩 거름을 생산하라는 과제가 떨어졌는데 그 많은 양을 바치려면 쓰레기라도 바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고 한다.

    김정은 정권이 매년 주민들에게 인분으로 거름을 만들어 바치라고 하는 이유는 화학비료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러나 이런 거름을 사용한 농산물은 북한 주민들의 기생충 감염이 심각해지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보다 큰 문제는 1인당 1톤의 거름을 만들어 낼 만큼 북한 주민들의 식량 사정이나 생활환경이 좋은 편이 아니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