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최저임금, 진료수가 상승분 5.3배… 병원 경영난 가속 '줄도산 가능성'
  • ▲ 지난해 7월 15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최저임금 최종협상이 진행됐다. 2018년도 최저임금은 16.4%인상된 7530원으로 결정됐다. 사진은 어수봉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 ⓒ뉴시스
    ▲ 지난해 7월 15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최저임금 최종협상이 진행됐다. 2018년도 최저임금은 16.4%인상된 7530원으로 결정됐다. 사진은 어수봉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 ⓒ뉴시스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인 최저임금 인상이 동네 일자리 실종의 원인이 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소득주도 성장의 근간으로 인식하고 있는 정부 시각과 현실은 온도차가 매우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동네병원까지 확산되면서 역기능(逆機能)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를 기점으로 16.4% 인상된 최저임금 대비 국민들이 주로 찾는 의원(1차 의료기관) 진료수가는 3.1% 인상됐다.

    의원급 초진·재진진찰료는 각각 1만5,310원·1만950원으로, 전년대비 450원·330원 오르는 데 그쳤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분이 동네병원 수가 인상분에 비해 5.3배 증가한 것이다. 결국 경영난에 직면한 동네병원들은 진료시간 단축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업은 자동화시스템으로 대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 다수의 인력을 필요로 하는 업종이다. 인건비가 병원 지출에서 많은 비용을 차지하기 때문에 가파른 최저임금 상승은 병원들, 특히 중·소규모 병원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대집 전국의사총연합 대표는 11일 "인건비 대폭 상승에 대한 대처로 타 업종에서는 제품·서비스 가격 인상이라도 할 수 있지만 의료업은 의사 임의대로 인상할 수 없다"며 "앞으로도 최저임금은 높은 폭으로 오르는데 의료수요는 뻔하니 경영이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지사"라고 강조했다.

    최대집 대표는 "진료수가도 최저임금·물가상승률 등 기준에 따라 맞춰야 하는데 둔화된 진료수가 상승폭에 비해 임금만 가파르게 올리면 병원들이 어떻게 버틸 수 있겠느나"고 반문했다. 그는 "간호조무사 감축이나 근무시간 조정은 물론 이미 폐업이나 봉직의사를 고려하는 개업의도 꽤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다른 나라 경제규모에 비해 기본적으로 수가가 너무 낮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 수가를 정상화시키는 것이 시급하다"며 "(수가를) 당장 정상화시키기 어렵다면 정부가 '5년 재정계획'을 세워 단계적으로 적정 진료비 수준에 맞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차 의료기관 근로자 중 최저임금과 비슷한 임금을 받는 직군은 간호조무사가 대표적이다. 병원 관계자들은 올해 최저임금에 맞게 직원 월급을 인상하더라도, 기존 경력직과 임금 차이를 고려할 수밖에 없어 결국 전 직원 임금 상승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서울에서 소규모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의사는 "1년 이상 경력직과 신입의 임금이 같으면 가만히 있을 직원은 아무도 없다"며 "출산율 최저 수준인 한국에서 의료수요가 갑자기 느는 것도 아니고, 매출은 그대론데 경영압박만 심해지는 실정"이라고 했다.

    더욱이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에 도달한다는 문재인 정부 기조에 따라, 매년 비슷한 폭의 임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뜻한다.

    경영난으로 동네병원이 야간진료·주말진료 등 진료시간을 단축하거나 문을 닫게 되면, 지역주민들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전국에 개설된 1차 의료기관은 약 3만여 곳이다. 경영 악화가 지속된다면, 머지않아 동네병원 폐업이 속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차 의료기관이 줄어들면 동네병원에서 충분히 치료 가능한 지역주민들이 상급병원으로 몰리게 된다. 그럴 경우, 정작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진료가 필요한 중증외상환자들은 병실이 없어 오갈데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한 의료업계 관계자는 "당장 동네병원 10%만 폐업해도 지역주민 진료에 상당한 장애가 발생할 것이다. 의사 1명이 하루에 진료할 수 있는 환자는 한정돼 있으니, 환자들이 상급병원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며 "1차병원들이 도산하는 상황이 되면, 지역사회는 의료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의사들이) 병원 경영에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다"며 "정부는 올해 한시적이라고 언급한 일자리안정자금이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게 해야 하고, 카드수수료 인하와 세제지원 등으로 경영압박을 완화하는 실효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