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지속성·보험료 부담… 업주들 "최저임금이나 적게 올랐으면"
  •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9일 명동 일대에서 일자리안정자금 홍보를 하고 있다. ⓒ뉴시스
    ▲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9일 명동 일대에서 일자리안정자금 홍보를 하고 있다. ⓒ뉴시스

    "아무 도움도 안 되는 이런 지원책 말고 내년 최저임금이나 적게 올랐으면 좋겠어요." (편의점 점주 이모 씨)

    일자리안정자금은 올해 최저임금 대폭 인상(16.4%)으로 부담을 느끼는 영세사업주에게 근로자 1인당 최대 월 13만원을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2일부터 접수를 시작한 이 사업에 정작 대상자인 영세사업주들은 지원을 망설이고 있는 실정이다.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요건은 30인 미만 사업장·월 190만원 미만 근로자를 1달 이상 고용한 사업주로, 해당 근로자는 반드시 4대 보험에 가입돼 있어야 한다.

    편의점과 카페 등 최저임금 근로자가 다수 분포하는 업종에는 20대 초중반의 젊은 아르바이트생이 많다. 해당 업주들은 단기 근로자 4대 보험 가입에 대한 부담을 느껴 일자리안정자금 신청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최저임금 지원사업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인지도 확실하지 않아 혼란스럽기만 하다.

    실제로 지난 2일부터 시작한 일자리안정자금 접수는 전날까지 사업장 기준 600여 건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정부는 올해 근로자 230만여 명이 2조9,707억원의 세금이 투입되는 일자리안정자금의 수혜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정부의 예측은 완벽하게 빗나갔다.

    이에 뉴데일리 취재진은 중구·종로구 일대의 자영업자를 직접 만나 일자리안정자금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다.

    현장에서 마주한 업주들은 올해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고, 올해보다는 내년 인상에 대해 걱정하기도 했다. 정부 지원책에 대해서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서대문역 인근의 편의점 점주 이모 씨는 일자리안정자금 신청여부에 대해 "전혀 (신청할) 생각이 없다. 최저임금이나 무리하게 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 매장은 알바생 4~5명을 쓰고 있는데, 이들이 평생 여기서 일하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알바들 그만둘 때마다 보험 해지하고, 다시 안정자금 신청해야 하면 복잡하기만 하고, 신청해도 이득보는 게 얼마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일자리안정자금 접수를 요구하는 알바생도 있냐는 질문에는 "자기(알바생) 월급에서도 보험료가 빠져나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별로 관심 없는 것 같다. 아직까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의 분식집 사장 서모 씨는 "일하느라 바빠서 (일자리안정자금에 대해) 잘 모른다"며 "요새 TV에서 얘기가 나오고 있으니까 대충 알고는 있지만, 복잡해서 접수할 생각은 없다. 이런 거 말고 내년에 최저임금이나 덜 오르면 좋겠다"고 했다.

    예원학교 근처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 씨는 일자리안정자금을 비교적 잘 파악하고 있었다. 김씨는 "아직 접수는 하지 않았지만 조만간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청하려고 한다"고 했다.

    김씨의 카페는 직원 2명과 함께 각자 일주일에 5~6일, 하루 8시간 가량 근무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는 "우리 매장의 경우 규모가 크지 않아서 한번 접수하면 크게 변동될 여지가 없기 때문에 이번에 직원들 보험도 다 들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냥 정부의 지원 방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아니었다.

    김씨는 "개인적으로 말도 안 되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일자리지원자금이) 올해 일시적으로 하는 거라면 보험료만 내게 되는 것 아닌가. 보험료는 단기 최저시급 직원들에게도 굉장한 부담이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고용주들의 일자리안정자금 신청에 따른 보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세액공제, 건보료 경감 등의 대책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3월 31일까지 '4대 보험 미가입자 특별자진신고기간'을 마련해 근로자들의 보험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문제는 일자리안정자금, 보험료 경감이 지속적으로 이뤄질지 모른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5일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일자리안정자금은 기본적으로 올해 한시적으로 운영된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올해로 일자리안정자금 사업이 마무리되거나, 내년에 최저임금이 비슷한 폭으로 오를 경우 영세사업주들의 부담은 매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내년 최저임금 의결하는 것이 7월인데, 일자리안정자금을 계속 할 것인지는 사정을 지켜봐야 한다"며 "지금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는 사정"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근로자 4대보험 가입은 (일자리안정자금) 지원과 관계없이, 고용주라면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지원을 받기 위해 가입하라는 측면과는 달리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지난 12년부터 해왔던 두루누리사업은(작년 기준 월140만원 미만·5인미만 사업장에 국민연금 보험료 60% 지원) 올해부터 월 보수 190만원 미만 근로자에게 최대 90%  지원하는 것으로 확대됐다. 만약 내년에 일자리안정자금이 끝나도, 사회보험료 지원 사업은 기존부터 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국가에서 민간에 돈을 주려면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단순히 최저임금을 보전해 주겠다는 명목으로 사업을 마련했으니 처음부터 실효성에 의문이 있었다"며 "4대 보험 가입을 여태 안 했던 영세업주들이 많을 텐데, 고용주와 피고용인 사이에 일종의 관행화된 것이다. 고용부에서 한 말은 당국 입장에서는 당연한 얘기지만, 현실과는 다소 괴리가 있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조동근 교수는 "차라리, 보험료경감 정책을 일자리안정자금과 연계하지 말고, 처음부터 고용주, 피고용인 간 관계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부담을 줄여주는 방법을 실효성 있게 마련하면 좋겠다"며 "일자리안정자금은 내년까지 지속되기 어려운 사업이니, 우선 내년 최저임금은 동결하고 고용주들의 4대보험 부담을 보다 줄여주는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