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성범죄 우려 '성중립 화장실', 누굴 위한 것인가

"일반 화장실이 인권 차별?" 갸우뚱... "보편적 인권에 대한 역차별" 비판 쇄도

임혜진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01.10 11:18:13

▲ 서울 마포구 '인권재단 사람' 사무실에 설치된 성중립화장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소수의 권리가 다수의 인권을 침해한다면?"

또 하나의 차별금지법, 성중립 화장실(ALL GENDER RESTROOM) 설치 문제를 놓고 찬반 논란이 한창이다.

성중립 화장실이란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를 포함한 남녀 모두가 사용 가능한 공공화장실을 뜻한다.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性)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인권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이 개념은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다. 지난 1일 EBS 까칠남녀 '모르는 형님: 성소수자 특집 2부'가 전파를 타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해당 방송에서 교복을 입고 출연한 트랜스젠더와 동성애자들은 "국내에도 성중립 화장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부 성소수자들이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배뇨를 참아 방광염에 자주 걸린다는 게 이유였다. 

방송이 나간 후 파장은 엄청난 듯 했다. 시청자 사이에서는 '동성애 조장', '역차별', '성범죄 우려' 등의 문제가 제기되며 반발이 심화됐다. '음란 방송'이라는 비판 속에서 "EBS 교육방송을 당장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 상황이다.


▲ 서울 마포구 '인권재단 사람'사무실에 설치된 성중립 화장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성별 구분없는 1인용 화장실, "그게 뭐에요?"

국내에서는 '인권재단 사람', '한국다양성연구소' 등에 성중립 화장실이 설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데일리> 취재진은 9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인권재단 사람 사무실을 직접 찾았다. '인권재단 사람'은 성소수자 차별 반대, 트랜스젠더 자긍심 고취,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 등 각종 인권 운동을 후원하는 단체다.

사무실 출입구에 다다르자 바로 오른편에 '성별 구분없는 1인용 화장실', '비장애인도 함께 쓰는 장애인 화장실'이 눈에 들어왔다.

직접 '성별 구분없는 1인용 화장실' 내부를 들여다 본 결과, 육안상으로는 일반적인 남녀 공용 화장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인권재단 사람의 한 관계자는 "해당 공간이 일반 남녀공용 화장실과 확연하게 다른 점이 바로 성중립 화장실만의 배경과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3년 재단 사무실을 처음 리모델링하며 해당 화장실을 설치했는데 장애인과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인권, 차별금지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고 했다. 장애인/비장애인, 남자/여자, 일반인/성소수자 등을 굳이 물리적으로 구분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남녀 직원이 같이 써야한다는 점에서 불편하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외부인의 출입이 거의 없는 직원용 화장실의 개념이라 크게 불편한 점은 없다"고 했다.

취재진은 다음으로 지난해 9월 성중립 화장실이 국내 대학 최초로 추진된다고 언론에 보도된 성공회대를 방문했다.

하지만 성공회대의 성중립 화장실 설치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총학생회에서 성중립 화장실 설립을 추진했으나 학내 의견 수렴 등의 이유로 아직 결정 짓지 못한 상태라는 것이다.

성공회대 홍보처 관계자는 "학교 내에 성소수자 소모임도 존재하는 만큼 학교가 굳이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라며 "다만 아직까지 확실시된 바는 없고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학교 내 일반 학생들과 근로자들은 해당 사실을 알고 있을까?

방학 기간 중 간간히 보이는 학생과 화장실 청소 근로자에게 성중립 화장실을 아느냐고 물어본 결과, "그게 뭐에요?" 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성중립 화장실의 개념을 설명해 준 뒤 "남녀 화장실을 구분짓는 것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한 청소 근로자는 "그게 왜 차별이냐? 그런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어 취재진은 한 여학생에게 학교 내 성중립 화장실 설치에 대해 찬성하느냐고 질문했다.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성(性) 구분없는 화장실을 만들겠다고 총학생회가 공약을 내걸었는데 찬성하나요?" (취재진)

"처음 듣는 일이에요. 학교 내 성소수자가 몇명인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돈을 들여 그런 화장실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요?" (여학생)

현대카드의 경우 지난해 11월 정태영 부회장이 개인 SNS를 통해 "본사 화장실을 남녀공용으로 개조하기 위해 2년째 디자인을 연구 중"이라는 글을 게재해 논란이 일기도 했으나,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실제 공사 계획은 잡혀 있지 않았다.


▲ 2016 퀴어축제 현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생물학적 성(SEX)이냐, 사회적 역할의 성(GENDER)이냐"

성중립 화장실을 실제 사용해보니 일반 남녀공용 화장실과 사실상 크게 다를 바는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성중립 화장실의 성(性)은 흔히 알고 있는 생물학적 성을 구분하는 'SEX(선천적으로 타고난 성)'가 아닌, 사회적 성을 의미하는 'GENDER(후천적으로 선택가능한 성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는 생물학적 남녀를 구분하는 '양성평등'을 부정하고, 사회적 성에 따라 구분되는 '성평등'을 주장하는 개념이다.

이번 논란은 최근 국회 개헌특위가 헌법에서 양성평등을 성평등으로 개정하려는 시도와 맞물리며 확대됐다.

현행 헌법 제26조1항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돼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명시된 부분에서 동성혼-동성애 허용 의미를 담은 '성평등' 조항을 신설하겠다는 움직임이다.

그러나 문제는 사회적 성을 뜻하는 GENDER(젠더)는 레즈비언, 게이, 트랜스젠더 등을 포함해 총 50여가지가 넘는다는 사실이다.

시민사회에서는 이를 두고 "50여가지가 넘는 성을 모두 다 인정한다면 오늘은 여자로 내일은 남자로 살며 마음대로 남녀 화장실과 목욕탕을 들락거릴 수 있는 것이냐"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사회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보편적 인권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비판도 줄줄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극단적으로 표현해서 수술을 하지 않은 트랜스젠더가 남성 성기를 달고 여탕을 출입하는 꼴"이라며 "인구 대비 6~7%에 불과한 성소수자 인권을 명목으로 나머지 93%의 보편적 인권을 침해해도 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왜 성소수자가 사회적 약자로 분류돼야 하고 왜 그들 인권만 중요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반대 목소리는 아예 듣지도 않는데 소수라는 말만 갖다붙이면 다 되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일반적으로 성중립 화장실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보편화된 상태이나, 반대 움직임도 만만치않게 큰 것으로 알려져있다. 일례로 2016년 미국의 '타깃'이라는 대형 쇼핑몰에서 성중립 화장실을 제공하겠다고 하자, 12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반대 서명에 참여하며 불매 운동에 들어갔다.

아울러 몰카 등 각종 성(性) 범죄가 여전한 국내 문제상 성중립 화장실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우려가 많다.

특히 2016년 강남역 일대 남녀공용 화장실에서 살인사건 발생 후 "남녀 화장실을 분리해 설치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거세졌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성중립 화장실 설치는 사회적 요구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이경자 공교육살리기연합 대표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누가 트랜스젠더인지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고, (특히 공공화장실에서는) 나쁜 의도를 지닌 사람이 범죄를 일으킬 확률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고 꼬집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남녀 모두가 이용 가능한 화장실은 상대적으로 범죄가 성립될 수 있는 개연성이 조금 더 큰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1월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올해 하반기부터 2,000여㎡ 규모가 넘는 근린생활시설에는 남녀화장실을 의무적으로 분리해 설치한다. 안전과 편리 향상의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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