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식당 벽면에 '대마초 상징' 삼색기 노출조세호 몰카 장소로 섭외한 장소, 알고보니 '하하 정육식당'
  • MBC의 최장수 인기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대마초(마리화나·Marijuana)'를 상징하는 '야생 대마잎' 그림이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6일 무한도전에선 사실상 '무도'의 6번째 멤버로 확정된 개그맨 조세호를 상대로 몰래카메라를 진행하는 장면이 방송됐다.

    '(조세호에 대한)청문회' 녹화를 하루 앞둔 어느날, 양세형은 조세호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하하 형과 함께 있다"며 하하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빨리 오라고 꼬드긴다. '무한도전 녹화 전날엔 컨디션 조절을 위해 일찍 잔다'는 조세호의 말을 검증하기 위해 하하와 양세형이 일부러 고깃집으로 불러낸 것. 
  • 문제는 조세호가 식당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발생했다. 식당 벽면에 나뭇잎 그림이 새겨진 '삼색기'가 걸려 있는 장면이 포착된 것. 녹색·노랑·빨강의 삼색선에 정체불명의 나뭇잎이 그려진 이 그림은 아프리카 중심주의를 표방하는 자메이카의 신흥종교, '라스타파라이즘(Ras Tafarism)'을 뜻하는 그림이자, 대마초와 레게 정신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일례로 자메이카가 낳은 세계적인 레게 가수 밥 말리는 대마초를 자신의 신앙처럼 여겨왔다. 

    "When you smoke the herb, it reveals you to yourself(대마초를 피우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생전, 밥 말리가 했다고 알려진 말이다. 평생 대마초의 합법화를 위해 노력했던 밥 말리의 뜻을 이어받아(?) 지금도 전 세계 수많은 대마초 관련 상품들은 그의 이름을 노골적으로 홍보에 이용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에티오피아 국기에 마리화나가 그려진 이 그림은 밥 말리로 대표되는 레게의 저항 정신을 나타내는 상징물임과 동시에 '대마초 합법화'를 지지하는 심볼로도 쓰인다. 유럽 일부 국가에선 대마초를 파는 커피숍들이 자신들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가게 벽면에 문제의 그림을 걸어놓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 ◆ 마리화나 상징물이 버젓이 식당 벽면에‥

    가수 출신인 하하는 평소 레게 음악에 심취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컬과 함께 레게 전문 음반을 여러 장 내기도 했다. 자메이카와 레게 문화에 정통한 그가 '삼색기'의 의미를 몰랐다는 건 말이 안되는 얘기다.

    아무리 레게의 저항 정신을 표출하는 상징물이라해도 엄연히 대마초를 '미화'하는 수단으로 쓰이는 그림이다. 대마초의 재배·유통·흡연을 엄격히 금지하는 우리나라에선 당연히 금기시 될 수밖에 없는 그림.

    이같은 그림을 버젓이 영업장에 걸어놨다는 것은 보통 배짱이 아니고선 힘든 일이다. 국내 물정에 어두운 외국인이 이 그림만 보고 이 곳을 마리화나를 파는 가게로 착각하지 말란 법도 없다. 대체 하하는 왜 이 그림을 자신의 식당 벽면에 걸어놨을까. 

    편집 과정에서 이 그림을 놓친 무한도전 제작진에게도 책임이 있다. 무한도전이 어떤 프로그램인가? 남녀노소 불문, 전국민에게 인기가 높은 예능프로그램이다. 미취학 아동들이 즐겨보는 프로그램에 대마초를 상징하는 그림이 등장했다는 건 심각한 방송 사고가 아닐 수 없다.

    공공성과 공익성을 프로그램 편성의 기본 이념으로 삼고 있는 공영방송에서, 그것도 전연령대가 시청가능한 프로그램에서 이런 그림이 아무런 여과없이 방송됐다는 것은, 제작진의 게이트 키핑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거나, 아니면 애당초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전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 ◆ 무한도전, '가발 가게' 악몽 재현?

    이 방송의 문제점은 또 있다. 방송에서 양세형이 수차례 밝혔듯이 조세호가 방문한 식당은 하하가 직접 운영하는 식당이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XXXX정육식당'이라는 고깃집이 바로 조세호를 골탕 먹인 '몰카' 촬영 장소였던 것.

    상호 일부가 모자이크 처리돼 방송에 나갔지만, 김종국과 하하의 사진이 붙어 있는 식당 외경이 통째로 화면에 등장하는 등, 광고나 진배없는 장면이 수분간 전파를 탔다.

    무한도전은 이전에도 멤버들(혹은 김태호 피디)과 관련이 있는 '가발 가게'나 '미용실'을 간접 홍보해 물의를 빚은 전력이 있다. 당시 시청자들의 거센 질타를 받고 "애당초 홍보할 의도가 없었지만, 촬영장소를 신중하게 고민하지 못한 점을 사과드린다"는 사과문까지 발표했던 무한도전이다.

    그런데 벌써 2년 만에 긴장이 풀린 걸까? 이번엔 하하의 식당을 '촬영 장소'로 섭외한 것도 모자라, 방송 중 이곳이 하하의 가게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대범함까지 선보였다. 

    물론 해당 방송은 여러 정황상 하하가 자신의 식당을 홍보하기 위해 정식으로 계약을 맺고 내보낸 간접광고(PPL)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달리는 프로그램에 출연자의 영업장이 소개됐다는 건, 아무리 좋게 보려해도 특혜시비가 불거질 수밖에 없는 문제다. 

    일각에선 해당 방송을 두고 '전파의 사유화' '전파의 사적농단'이라는 말까지 나도는 상황이다. 변화와 개혁을 부르짖는 방송사의 간판프로그램에서 여전히 '구태'를 답습하는 모습이 방영됐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제 3자가 나서서 감놔라 배놔라하기 전에 '알아서'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한 바람일까.

    [사진 제공 = 픽사베이(https://pixabay.com), MBC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