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다른 부분도 대화 여지 있지만…우선순위는 평창"
  • ▲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과 북이 오는 9일 판문점에서 만난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 올림픽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강릉역에 방문한 모습. ⓒ청와대 제공
    ▲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과 북이 오는 9일 판문점에서 만난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 올림픽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강릉역에 방문한 모습. ⓒ청와대 제공

    북한이 우리 정부와 대화에 나서기로 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평창 구상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당장 '한미군사훈련 연기'는 물론 향후 동맹국과 관계 등 만만치 않은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상황이어서, 쉽지 않은 길이 될 전망이다.

    북한은 5일 우리 정부가 제안한 남북고위급회담 개최를 수락했다. 통일부는 "10시 16분 경에 북측에서 전통문이 왔다"며 " 회담 개최와 관련된 실무적 문제들은 문서 교환 방식으로 협의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지난 8개월간 북한의 도발 속에서도 꾸준히 대화 메시지를 던진 결과다. 지난해 7월 6일 문 대통령은 독일 쾨르버 재단 연설에서 대북 정책의 '큰 그림'을 밝혔다.

    평창 올림픽 구상도 여기에 포함돼 있었다. 문 대통령이 당시 제시했던 대화 시기와 방안은 ▲10·4 선언 10주년을 맞이하는 의미로 2017년 10월 4일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 ▲휴전협정 64주년을 맞이해 2017년 7월 27일, 군사분계선에서의 군사적 적대행위 상호 중단 선언 ▲평창 동계올림픽 북한 선수단 참가 ▲한반도 평화와 남북 협력을 위한 남북간 접촉과 대화 재개 등이 있었다. 두차례 대화 계기를 만들지 못했던 문재인 정부가 세번째 계기에서 북한과 대화 테이블을 연 것이다.

    그간 문재인 정부의 대화 제의에 도발로 대응하던 북한의 기조에 급격한 변화가 생긴 것은 문 대통령이 평창올림픽 기간 동안 한미합동군사훈련 연기를 제의하고, 이를 미국에 확인한 점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 군사 공조라는 값비싼 대가가 북한을 움직였다는 설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미국 〈NBC〉와 인터뷰에서 "이번 평창올림픽을 통해 한국인들은 세계인들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며 "한미 양국이 올림픽 기간에 합동군사훈련을 연기하는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청와대는 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30분간 전화통화를 통해 "한-미 양국이 평창올림픽 기간 동안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연기에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두 차례의 사건은 각각 김정은의 태도 변화를 불러왔다. 김정은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우리는 대표단 파견을 포함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다"고 했다.

    지난 1일에는 정확하게 대화의 시점과 장소를 못박지 않고 가능성만 내비치다가, 한미연합군사훈련 연기를 미국과 합의했다는 점이 확인되자 5일 고위급회담에 응하기로 최종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9일 판문점에서 열릴 남북 고위급 대화는 평창 올림픽에 대해서만 논의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5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도 평창올림픽 참가문제를 비롯한 남북 간에 주요 관심 사안에 대해서 논의할 수 있다고 보고 그렇게 제의를 했다"며 "(북한도) 거기에 호응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도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등 남북 협력 사업과 함께 이산가족 상봉·남북 군사회담의 향후 재개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잇따랐다.

    평창 구상의 현실화를 위해 이미 많은 대가를 지불한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향후 대화에 있어 비슷한 패턴이 반복된다면 쓸 수 있는 카드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이때문인지 청와대는 신중한 모습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5일 기자들과 만나 "(오는 9일 이뤄질 남북고위급 회담에서) 우선순위는 평창에 북한이 참가하는 것"이라며 "나머지 부분에 대화의 여지는 열려있다고 하지만 그것이 어떻게 진행될지 아직은 판단하기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이산가족 상봉, 남북 군사회담같은 경우도 어느정도 실제 논의가 이뤄질지 아직 장담하기는 어렵다"며 "만나서 열어봐야 아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