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경력 공무원 호봉 인정 논란... 전문가들 "공직 근간 흔드는 말장난"
  • 정부가 시민단체 상근 경력을 공무원 호봉에 반영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반정부 운동에 앞장섰던 일부 단체가 대상에 포함된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정부가 시민단체 상근 경력을 공무원 호봉에 반영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반정부 운동에 앞장섰던 일부 단체가 대상에 포함된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정부가 2018년도 공무원 봉급표를 공개하면서 시민단체 경력을 호봉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그동안은 업무와 직접 연관이 있는 변호사 자격증 등 전문 분야의 민간 경력만 극히 제한적으로 인정됐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관련 직무가 아닌 각종 시민단체 상근(常勤) 활동 역시 경력으로 인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두고 "공직사회에 진출한 좌파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을 챙겨주기 위해 호봉 규정까지 뜯어고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인사혁신처는 4일 공무원 보수 규정과 수당 등에 관한 개정안을 공개하고 곧 입법 예고하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이 이달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 곧바로 시행된다.

    문제는 시민단체에서 상근으로 근무한 경력을 공공기관에서 일한 것과 동일한 수준으로 인정해 호봉에 반영하겠다는 내용이 개정안에 담겼다는 것이다.

    정부는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노력한 경력도 공직에서 인정 받아 형평성을 높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 반(反)정부 불법 시위 주도한 단체까지 챙기겠다고?

    개정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먼저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법 규정에 따라 행정안전부에 등록된 단체에 한해 근무한 경력을 공공기관 근무 경력 수준으로 인정하고 있다. 공공성을 띤 단체여야하며 상시 구성원이 100명 이상, 최근 1년 이상 공익 실적이 있어야 한다. 특정 정당을 지지 혹은 반대할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해서도 안된다.

    이러한 규정을 충족하는 시민단체는 1만3,833개에 달한다. 이 중에는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를 반대하며 반(反)정부 불법 시위를 주도했던 단체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개정안을 발표하자 "반정부 투쟁에 앞장 선 단체의 경력마저 공무원 호봉을 인정하는 것은 모순이자 이율배반"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시민단체 치고 공익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하는 단체가 어디 있나"라는 반문도 나왔다.

    나아가 공무원 보수 개정안이 추진된 이유를 묻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현 정부에 대거 입성한 좌파 시민단체 출신 공직자들의 입김이 컸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공무원 개방형 직위 중 상당수가 민변과 참여연대 등 특정 시민단체 출신이라는 점에서다.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대거 투입된 정부의 기조가 많이 반영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행범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5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공무원 급여라는 것은 공직 근무를 전제로 해서 보상되는 것임을 고려했을 때 이는 공직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사회 가치 실현을 위해 일한 단체에 한해 인정해주자는 정부 방침은 그저 면피용에 불과한 말장난"이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우파 시민단체 관계자는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는 과정에 촛불집회를 주도한 좌파 단체의 역할이 크지 않았나? 그들을 위한 전유물이자 보은인사 정책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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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엇갈리는 시민사회 반응...공론화 필요성 대두

    이번 논란을 둘러싸고 시민사회 내부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의 한 관계자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상근 인원이 백명이 채 되지 않을 뿐더러 정부에서 추진하는 방침에 대해 (우리가) 뭐라고 공식적으로 내놓을 입장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개인적인 생각은 시민단체 활동 경력이 다른 직장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드러내기도 했다.

    양일국 한국자유총연맹 대변인은 "기본적으로 공무원 임용시 유관활동 경력을 인정해주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시민단체 가운데 활동 방향이 모호한 사례가 많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양일국 대변인은 "해당 인재의 전문성과 직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지표가 없다는 점에서, 이는 기존 공무원들에게 상당한 박탈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대단히 구체적이고 세분화해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밀하게 살펴야 할 공무원 보수가 공청회 등 여론 수렴 없이 정부의 일방적인 추진에 의해 진행되는 것에 대한 지적도 줄줄이 쏟아졌다.

    김행범 교수는 "공무원에 대한 후생을 담당하는 주무기관인 인사혁신처에서 사회 공론화나 공청회 한번 없이 이러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학문적으로나 실무적으로 많은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시민단체 경력을 공무원 호봉에 반영하게 되면, 협회 등 각종 민간단체들도 다 인정해줘야하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며 "자칫 국가가 모든걸 짊어져야 하는 사회주의적 기조로 갈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 "광화문 소통 좋아하는 정부가 왜 이리 일방적?"

    네티즌들도 정부에 등을 돌린 모양새다. 일부 네티즌은 "이러다가 대학 동아리 활동이나 총학생회 경력까지 인정해준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라고 성토했다.

    "공산주의가 오고 있다. 앞으로 광우병 데모, 촛불 데모 등도 모두 인정 될 것 같다." (네이버 아이디: mira****)

    "공무원 하려면 오늘부터 시민단체서 활동하라. 공무원 호봉으로 인정된단다. 정신 나간 정부가 아니냐." (네이버 아이디: prom****)

    이외에도 인터넷 상에선 "시민단체가 공무원 연수원도 아니고...", "촛불 일등공신 예우인가", "공무원 연금보다 시민단체가 개이득", "당장 공론화 위원회를 구성하라"는 반응이 눈에 띄었다.

    "광화문 소통을 그토록 좋아하는 정부가 이번 정책에서는 왜 이리 일방적인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볼 수 있었다.

    공무원 준비 커뮤니티에 가입한 일부 공시생은 "이제 노량진으로 가기 전에 시민단체 가입부터 하고 데모도 해야겠다"고 씁쓸함을 내비쳤다.

    인사혁신처는 시민단체 선정 세부 기준을 마련하겠다며 여론을 달래고 나섰지만 여전히 시선은 싸늘하다. 이번 개정안에는 공무원 보수를 전년 대비 2.6% 인상시키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