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평생 음악밖에 모르고 살아왔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인류애이다. 분단된 우리나라가 음악을 통해 하나되는 것을 늘 고민했다. 언젠가 남·북한 음악가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게 제 오랜 꿈이다."

    지휘자 정명훈(65) 음악감독이 이끄는 롯데문화재단 '원 코리아 유스 오케스트라'가 오는 11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창단 연주회를 개최한다.

    정명훈은 5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통일을 떠나 남북이 더 가깝고 평화스럽게 지낼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정치적으로 쉽지 않지만 젊은이들이 그 꿈을 잃지 말고 책임감을 가지고 임했으면 좋겠다. 음악 앞에서는 누구든 자신의 뿌리를 잊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음악이 갖는 힘 'Heart to Heart(하트 투 하트)'를 강조하며 프랑스의 남다른 문화 사랑을 언급했다. 프랑스 정부는 '실업자 할인제도'를 적용하는 등 국민 모두가 소외 없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믿음과 문화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이걸 빼면 먹고 사는 것을 아무리 잘해도 동물보다 낫다고 볼 수 없다. 프랑스는 가난한 사람이라도 문화를 사랑하고 즐긴다. 잘 사는 나라를 넘어 훌륭한 나라가 되려면 문화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음악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 롯데문화재단은 뛰어난 기량과 리더십을 겸비한 연주자를 양성하기 위해 정명훈과 함께 '원 코리아 유스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지난해 8월 말부터 9월 초 사이에 진행된 오디션을 거쳐 만18~28세 77명의 단원들이 선발됐다.
    이날 정명훈은 첫 연습 현장에서 "실수해도 괜찮다"라며 단원들을 다독였다. "음악가로서 찾는 게 자유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력과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자유의 반대인 교육시스템에 길들여진 것 같다. 책을 보고 외우는 건 음악의 시작일 뿐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얼마나 자유스럽게 할 수 있는 지가 중요하다." 
    이번 창단 연주회에서는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과 지난해 9월 '제66회 뮌헨 ARD 국제음악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손정범이 참여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들려준다.
    정명훈은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으로 지내던 2011, 2012년 평양에서 두 차례 연주회를 가진 바 있다. "북한에서 연주할 때도 베토벤 9번을 골랐다. 베토벤은 일평생 자유를 위해 싸운 작곡가다. 유스 오케스트라의 창단 뜻을 잘 담고 있는 음악이 베토벤이라고 생각했다. 그 중에서 3번이 가장 힘찬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다."
  • [사진=뉴데일리 정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