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총론… 인민민주주의 염두, 무장봉기 맞설 국군 무장해제기본권… 사상의 자유 보장한다며 민주시민교육 평생학습해야경제분야… 규제 안하면 위헌, 자연자원은 사유재산권을 박탈헌법기관… 국회 철저히 무력화, 유신헌법처럼 개헌절차 2원화
  •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전체회의 전경.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전체회의 전경.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의 자문위원으로 위촉된 일부 인사들이 작성한 이른바 '개헌안'이 사회적인 파문을 낳고 있다.

    자문위원들은 개헌특위 위원과는 달리 국회의원이 아니며, 국민이 의해 선출되는 등 어떠한 민주적 절차를 통해 수임받은 바 없으므로 '개헌안'을 작성할 권리가 없으며, 그러할 지위에도 있지 않다.

    한 개헌특위 위원은 "자문위원회는 개헌안을 만들 권한과 지위가 없다"며 "헌법 개정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일축한 바 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도 3일 "자문위가 자기주장을 내세울 것이라면 자문위가 아니라 청원위로 이름을 바꿔야 할 것"이라며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과 임무조차 혼동하는 자문위라면 오히려 존재하지 아니함만 못하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이들이 작성한 이른바 '개헌안'은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원리인 헌법이 어떠한 모습이 되기를 바라는가와 관련해, 우리 사회의 건전한 상식과 법감정에 반하는 세력들이 다수 자문위원회에 포진하고 있었다는 것을 폭로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본지는 자문위의 이른바 '개헌안'에 따르면 헌법이 어떠한 모습으로 왜곡되며, 그 결과 우리 사회는 어떠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인지 항목별로 집중 분석한다.

    ◆헌법전문

    현행 헌법

    (전략) …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을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 (후략)


    자문위의 이른바 '개헌안'

    (전략) …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혁명과 6·10항쟁의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법치주의에 터 잡은 자유롭고 평등한 민주사회의 실현을 기본 사명으로 삼아, 인류애와 생명 존중으로 평화와 공존을 추구하고,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사회정의와 자치·분권을 실현하고, 기회균등과 연대의 원리를 사회생활에서 실천하고, 지구생태계와 자연환경의 보호에 힘쓰며, 안으로는 국민의 생활을 균등하게 향상시키고 … (후략)


    자문위의 이른바 '개헌안'에서는 현행 헌법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을 완수"한다는 내용이 삭제됐다.

    대신 "평등한 민주사회의 실현을 기본 사명" "연대의 원리를 사회생활에서 실천"이라는 내용이 삽입됐다.

    '자유민주'를 삭제하고 '평등한 민주'로 대체한 것은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사회민주주의나 인민(프롤레타리아트)독재의 전단계로서의 인민민주주의를 염두에 뒀다는 것이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연대(Solidarité)의 원리'라는 단어가 무산계급이 연대투쟁을 통해 사회주의혁명을 이룩해야 한다는 맥락에서 자주 사용된다는 점도 이같은 추론을 뒷받침한다.

    한국당 김문수 대구 수성갑 당협위원장은 "자유민주주의와 민주주의는 다르다"며 "민주주의에는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공산주의의 낮은 단계인 '인민민주주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해서 (대한민국이) 성공했는데, 왜 자유를 지우려 하느냐"며 "공산주의자들이 자유민주주의를 배격한다"고 자문위 '개헌안'의 의도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국가 체제의 근간이 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헌법 전문에서 사라졌다"며 "문재인정권은 대한민국을 사회주의국가로 만드는 것이 5년 임기 동안의 목표인가"라고 물었다. 

    한국당 김성원 원내대변인도 이날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 안에는 국가체제 근간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개념이 삭제됐다"며 "좌편향 자문위원들의 참여로 좌편향 일색의 개헌안이 마련된 것이 사실이라면, 문재인정권이 의도적으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허물어 못 쓰게 만들 작정을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헌법총론

    현행 헌법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


    자문위의 이른바 '개헌안'

    제3조 대한민국의 영역은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포함하는 영토·영해·영공으로 한다.


    이른바 '영토조항'이라 불리는 헌법 제3조의 개정 의도는 국제법적으로 '영토'라는 단어가 갖는 함의를 살펴야 그 속내를 파악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법적으로 영토란 국가의 주권이 미치는 범위를 가리킨다. 그래서 헌법 제3조를 '영토조항'이라 부르는 것으로, 사전적 의미에서 영해·영공과 대조되는 육지의 '영토'와는 다르다.

    따라서 이를 '영역'으로 바꿀 경우, 대한민국의 주권이 사실상 국민의 활동 영역이 아닌 휴전선 이북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해석하게 될 여지도 있는 것이다.

    개헌특위 자문위원인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문위 논의 과정에서 "제3조에서의 영토는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치는 범위"라며 "국토는 경제적인 생활의 기반이 되는 경제적 생활 기반으로서의 의미를 가지므로 영토를 국토로 바꾸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영토·영해·영공으로 풀어서 명시할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헌법

    제4조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


    자문위의 이른바 '개헌안'

    제4조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


    오로지 '자유' 두 글자만 떼어내기 위해 헌법 조문의 개정이 시도됐다. 대체 왜 '자유'라는 글자가 그리도 보기 싫었던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 김문수 위원장은 "공산주의 북한의 국호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며 "북한도 민주주의를 국호에 넣었다"라고 암시했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정책만 추진하려면, 인민민주주의나 기타 북한의 사상·체제를 우리가 받아들여 흡수하는 이른바 적화통일은 위헌이 된다. 이러한 족쇄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반드시 민주적 기본질서로 바꿀 필요성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전제로 하던 통일정책이 자유를 박탈당하고 민주적 기본질서로 바뀌었다"며 "충격을 넘어 머리에 징을 맞은 느낌이 든다"고 토로했다.

    한국당 김성원 원내대변인도 "한반도에서 자유대한민국이 무너지면 그 이득이 고스란히 어디로 갈지 정녕 모른단 말인가"라고 "핵과 미사일로 적화통일의 야욕을 포기하지 않은 북한이 존재하는 분단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내용"이라고 일축했다.

    현행 헌법

    제5조 ②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

    제37조 ②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제39조 ①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


    자문위의 이른바 '개헌안'

    제5조 ②국군은 국토방위의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정치적 중립성을 준수한다.

    제50조 ②모든 자유와 권리는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제52조 ①모든 국민은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방의 의무를 진다. ③ 누구든지 양심에 반하여 집총병역을 강제 받지 아니하고,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대체복무를 할 수 있다.


    국군의 사명에서 국가의 안전보장이 제외됐다. 또, 이른바 기본권 유보 조문에서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사유에서도 국가안전보장이 사라졌다.

    이는 외침(外侵)으로부터 국가를 지키는 '국토방위'의 사명은 마지못해 남겨두되, 국가의 체제를 안으로부터 뒤집어엎어 변혁을 시도해 국가를 종말로 몰아가는 내란(內亂)에 맞서는 국군의 역할을 무장해제시켰다는 분석이다.

    자문위의 '개헌안'에 따르면, 북한의 주의·주장을 추종하는 일단의 무리들이 무장봉기하더라도 국군이 이를 진압하는 것은 위헌이 된다. 외적으로부터의 국토방위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국군의 의무도 사명도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국군의 사명에서 국가안전보장을 제외한 조항은 무장한 반국가단체나 이적단체에 의한 폭력·무장혁명을 성공시키기 위한 길을 여는 개헌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들 무장봉기 세력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도 없는데, 국가안전보장이 기본권 제한 사유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당연히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한 헌법 조문으로부터 위임받아 성립하는 국가보안법 등 반국가단체·이적단체 단속 법률도 무력화된다.

    이와 관련, 좌경 세력이 자유민주적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만족하지 못하고, 보다 급진적 방법으로 혁명하기 위해 이를 방해하는 군사력과 법률적 제약을 거세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으로 집총거부와 대체복무가 헌법에 명문화됨에 따라, 그나마 반쪽짜리로 전락한 국토방위의 사명조차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되기도 했다는 지적이다.

    바른정당 박인숙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국회의원연석회의에서 "(자문위 개헌안이) 국가안전보장과 관련한 내용을 삭제해 무력화하려고 한다"며 "개인적으로 너무 걱정되고,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헌법

    제8조 ① 정당의 설립은 자유이며, 복수정당제는 보장된다.


    자문위의 이른바 '개헌안'

    제8조 ① 정당의 설립·조직 및 활동은 자유이며, 복수정당제는 보장된다.


    정당의 설립 뿐만 아니라 조직 및 활동까지 자유로운 영역에 들어섰다. 일견 정당민주주의를 꽃피우는 바람직한 개정 방향 같지만, 앞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삭제한 헌법 개정의 흐름과 연계해서 보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정당이 일단 외견상 정상적인 정당인 것처럼 설립한 뒤, 공산주의 혁명을 위한 비밀 지하 점조직을 별도로 운영하거나 노골적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하는 활동을 하더라도 이 모두가 자유의 영역에 포섭되기 때문이다.

    이는 일단 적법하게 설립(창당)했던 민주노동당을 내부에서 잠식한 뒤, 헌법정신에 어긋나는 활동을 전개하고 비밀 모임에서 내란을 선동하는 등의 조직·활동을 펼친 구 통합진보당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되는 아픔을 겪은 급진 세력이 다시는 같은 실패가 반복되지 않도록 정당의 조직 및 활동까지 자유의 범주에 들도록 헌법 개정을 시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본권

    현행 헌법

    제18조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


    자문위의 이른바 '개헌안'

    제21조 ①모든 사람은 사생활의 자유를 가지며,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 ②모든 사람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


    통신의 비밀의 보호대상이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됐다. 외국 및 대한민국의 적(敵)에 대한 통신감청 등 방첩 활동이 헌법상 불가능하게 됐다. 헌법에 따르면 심지어 북한 김정은조차도 우리 정부에 의해 통신의 비밀을 침해당하지 않을 기본권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군이 365일 24시간 대치하고 있는 북한군에 대한 통신감청을 하는 것도 위헌이다. 불시에 핵공격이나 장사정포 일제사격 등에 우리 국민이 무방비로 노출되게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1929년, 헨리 루이스 스팀슨 당시 미 국무장관은 잠재적국에 대한 일체의 통신감청 업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신사는 남의 편지를 읽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다. 그 결과는 진주만 기습으로 인한 궤멸적 타격으로 돌아왔다.

    미국의 국력이 구 일본제국에 비해 압도적이지 않았다면, 청·일 전쟁이나 러·일 전쟁 때처럼 이 한 차례의 기습으로 전쟁의 향배마저 갈릴 뻔 했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일이라는 지적이다.

    현행 헌법

    제19조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


    자문위의 이른바 '개헌안'

    제25조 모든 사람은 사상 및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


    현행 헌법이 규정한 양심의 자유에, 사상의 자유가 추가됐다. 그간 우리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판례를 통해 양심의 자유를 좁게 해석해왔기 때문에, 사상의 자유를 추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우리 법원이 양심의 자유를 좁게 해석해온 것은, 적화통일의 야욕을 버리지 않은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분단 현실 속에서 '양심의 자유'가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자살로 몰아가는 적의 무기가 돼서는 안 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따라서 이를 이유로 헌법을 개정해 '사상의 자유'를 추가하고자 한다면, 그 조문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사상'이 어떠한 사상인지는 능히 미뤄 짐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의 주의·주장을 맹종하고 주체사상을 비롯한 각종 이적(利敵) 사상이 '사상의 자유' 덕분에 우리 사회에서 활개를 칠 길을 열어주는 조문이라는 분석이다.

    현행 헌법

    제31조 ①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⑤국가는 평생교육을 진흥해야 한다.


    자문위의 이른바 '개정안'

    제34조 ①모든 사람은 평생에 걸쳐 학습하고, 능력과 적성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 받을 권리를 가진다. ④국가는 교육과정의 질 제고 및 형평성 보장을 위하여 노력하고, 평생교육·직업교육·민주시민교육·사회교육을 진흥해야 한다.


    헌법 상의 교육권이 개정됐다. 주로 의무교육을 규정하던 '교육받을 권리'가 "평생에 걸쳐 학습하라"는 방향으로 바뀌고, 평생교육 진흥의 지침은 정의와 내용조차 불분명한 '민주시민교육'으로 탈바꿈했다.

    "학습"이란 사회주의·공산주의 용어로 '사상 교육'을 뜻한다. 북한에서는 김일성 어록 등을 외우도록 강요받는 것을 "학습한다"고 표현한다.

    따라서 개정조문의 1항과 4항을 종합해 해석하면, 민주시민교육의 명목으로 평생에 걸친 "학습"을 헌법 상의 권리를 빙자해서 규정해,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민주시민교육'을 평생에 걸쳐 '주입'할 길을 열었다고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민주시민교육'을 헌법에 삽입함에 따라, 과거 운동권에 몸담았다가 사회불만세력으로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활동가'들을 합헌적으로 '민주시민교사'로 구제하고 국가 예산을 투입해 길러낼 수 있을 뿐더러, 이들이 국민을 상대로 평생에 걸쳐 "학습"을 시킬 수 있게 됐다.

    한때 운동권에 몸담았더라도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연스레 '보수화'할 수 있기 때문에, 평생에 걸친 민주시민교육과 '학습' 강요는 우리 사회의 이념적 지평을 갈수록 좌편향으로 이끌 수 있는 유력한 도구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행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자문위의 이른바 '개헌안'

    제10조 모든 사람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제24조 ①국가는 국제법과 법률에 따라 난민을 보호한다. ②정치적으로 박해받는 자는 망명권을 가진다.


    제5공화국 헌법에서 새로 헌법에 삽입된 행복추구권은 헌법학계의 비판이 적지 않았는데, 삭제되기는 커녕 그 대상이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됐다. 대한민국 국가가 국민을 넘어 지구상 60억 인구를 포괄하는 모든 '사람'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해줘야 하는 헌법 상의 의무를 지게 된 것이다.

    이를 개정안 제24조의 난민보호의무와 망명권과 결부해보면,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우리나라로 몰려오는 외국인을 우리 정부는 그 수용을 거부하거나 돌려보낼 수 없게 된다는 지적이다.

    최근 이슬람 난민의 대거 유입으로 극심한 정치·사회적 혼란과 갈등에 빠져 있는 서유럽 국가들의 선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지 못하고, 그만한 경제적 기반을 갖추지도 못한 상태에서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자문위에서 이와 같은 헌법조문 개정을 주도한 세력은 "우리 역시 민주화 과정을 겪은 나라로, 정치적 박해를 받는 사람의 망명권을 신설해야 한다"며 "난민법도 제정·시행되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역으로 독재를 피해 외국으로 망명하거나 난민 행렬을 이루지 않고, 내부에서 시민사회운동과 사회적 대타협을 거쳐 점진적 민주화를 이뤄왔기에, 건국~산업화~민주화로 이어지는 소중한 결실을 거둘 수 있었다. 마냥 외국 난민을 받아들이는 게 그 나라의 민주화를 돕는 길이 아닌 셈이다.

    또, 난민법이 법률 차원에서 시행되고 있는 것과, 최상위 규범인 헌법에 포함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자문위원인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독일의 헌법례를 참고해 망명권 규정에 유보조항을 둠으로써 탄력적인 운영의 여지를 명시하는 게 타당하다"고 지적했으나, 다수 의견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헌법

    제34조 ③국가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자문위의 이른바 '개헌안'

    제15조 ②국가는 선출직・임명직 공직 진출에 있어 남녀의 동등한 참여를 촉진하고, 직업적·사회적 지위에 동등하게 접근할 기회를 보장한다.


    헌법 상의 양성평등 규정이 구체적으로 바뀌면서, 국가가 선출직 공직 진출에 있어서까지 개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선출직 공직은 말그대로 국민의 투표에 의해 선출되는 공직인데, 국가가 이에 개입해서 결과를 뒤바꿀 수 있는 여지를 헌법에 명문화한 것은 민주선거 원칙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는 분석이다.

    자문위원인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논의 과정에서 "국가는 여성의 선출직 공직 진출 참여를 촉진할 수 없다"며 "프랑스 헌법과 같이 법률유보 조항을 두는 등 표현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정태호 교수도 "선출직 진출에 있어서 남녀의 동등한 참여 규정은 성평등 일반규정으로 충분히 보장될 수 있으므로, 중첩적으로 명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지만, 다수 의견에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헌법

    제34조 ①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②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


    자문위의 이른바 '개헌안'

    제33조 ①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②모든 국민은 질병·장애·노령·실업·사망·출산 등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적절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소득보장과 사회서비스를 포함한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가 있다.


    헌법 상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구체화되면서, 소득 보장 등 민감한 쟁점이 여과없이 대거 삽입됐다.

    자문위의 이른바 '개헌안' 개정조문 제33조는 "소득보장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면서, 헌법의 위임에 따라 국가가 기본소득제를 실시하지 않으면 헌법 상의 의무를 부작위하는 입법부작위 상태에 빠질 여지를 남겼다.

    기본소득제와 관련해서는 아직 많은 논란이 있으며, 선진 외국에서도 실험 단계이다. 각종 잡다한 사회적 급부 체계를 철폐하는 대신 기본소득제로 단일화하는 게 행정비용이 적게 들어간다는 주장에도 일응 설득력은 있다.

    하지만 신중한 검토 없이 법률로서 입법해야 할 사항을 헌법에 명문화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현행 헌법

    제32조 ①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제33조 ①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자문위의 이른바 '개헌안'

    제35조 ①모든 사람은 일할 권리를 가진다. ②국가는 고용의 증진에 노력하고, 고용안정을 위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노동자를 고용할 때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기간의 정함이 없이 직접고용 하여야 한다. ⑤노동자는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가진다.

    제36조 ①노동자는 자주적으로 단결할 자유를 가진다. ②노동자는 단체교섭권 및 단체협약 체결권과 대표를 통해 사업운영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 ③노동자는 경제적·직업적 이익에 관한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파업 기타 단체행동을 할 권리를 가진다.


    헌법 상의 '근로의 권리'에 해고 제한, 직접 고용 등 법률로 정해야 할 사안까지 모두 삽입됐다. 경제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대목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3권인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규정하고 있던 헌법 조문이 세분되면서 노동이사제 등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제도가 헌법에 명문화됐다.

    노동이사제는 노조 대표에게 이사회 이사 자리를 부여하는 것으로, 전세계적으로 독일을 제외하고는 도입 사례가 없고, 독일에서도 해외 법인에는 적용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정당 박인숙 최고위원은 "파견근로 금지, 노조의 경영참여, 비정규직 폐지, 정리해고 금지 등 노동시장의 현실을 무시한 좌편향적인 노동권 강화가 이뤄졌다"며 "21세기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아니라, 19세기 굴뚝시대 노동집약적 사회에나 나올 법한 규범"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제단체와 재계에서는 이번 초안이 현실화하면 한국경제와 기업은 끔찍한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며 "친노조 정책이 헌법에 명문화하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국가의 일방적인 개입을 명문화해, 그동안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기적을 가져다준 시장경제의 가치를 잃게 만들고 계획경제를 추앙하고 있다"며 "개헌이라는 가면을 쓰고 뒤로는 사회주의 국가를 만들려는 의도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아울러 "노동 조항에서 기업의 자유를 옥죄는 노동이사제와 비정규직 철폐가 자리잡았다"며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부정하는 사회주의 헌법개정, 문재인헌법을 철저히 막아내고 저지하겠다"고 다짐했다.

    현행 헌법

    제12조 ③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


    자문위의 이른바 '개헌안'

    제44조 ③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해 인신의 체포·구속을 하는 요건을 규정한 헌법 조문에서 영장 신청의 검사 독점 조항이 사라졌다.

    해당 조문은 대표적인 인권 옹호 조문으로, 헌법재판소는 앞서 1997년 판시(96헌바28)에서 해당 조문의 취지에 대해 "검사 아닌 다른 수사기관의 영장신청에서 빈번히 야기됐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함"이라며 "영장신청을 할 때는 반드시 검사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다른 기관의 무분별한 영장신청을 막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을 줄이고자 하는데 그 취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자문위의 이른바 '개헌안'이 다른 대목에서는 모두 국민의 기본권을 한껏 보장하는 것처럼 포장돼 있는데, 유독 이 조문에서만 기본권 침해 가능성을 높인 것은 어찌된 영문일까.

    문재인정권이 이른바 적폐청산TF 등 초법적 기구를 구성해 민간위원들에게 '완장'을 채워 국가안보와 관련한 민감한 자료도 여과없이 들여다보게 하는 등 적폐청산 광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도, 정작 이들 민간인들이 '적폐'를 직접 구속하지는 못하고 있다.

    영장 청구가 검사에게 독점적으로 귀속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헌법개정을 통해 이를 허물어 향후 세월호특조위나 적폐청산TF 등 민간인들로 구성된 기구에서도 영장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해, 반대 세력의 인신을 마음껏 체포·구속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 숨어 있다는 분석이다.

    ◆경제·재정

    현행 헌법

    제119조 ②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자문위의 이른바 '개헌안'

    제119조 ②국가는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하며, 여러 경제주체의 참여, 상생 및 협력이 이루어지도록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하여야 한다. ③국가는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집중과 남용의 피해자들에게 징벌적·집단적 사법구제수단을 보장한다.


    헌법의 경제·재정 분야에는 자유시장경제와 경쟁을 부정하고 오로지 규제와 통제만을 강조하는 헌법 조문들이 대거 삽입돼, 헌법만 봐서는 우리나라가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는지, 계획경제를 채택하고 있는지 알 수 없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부터 '경제민주화' 조항이라 불렸던 헌법 제119조 2항은 더욱 강력해졌다.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돼 있던 것이 "해야 한다"라고 바뀌어, 마치 규제를 하지 않으면 국가가 할 일을 하지 않는 위헌 상태에 빠진 것으로 볼 여지마저 생겼다.

    "규제와 조정을 해야 한다"고 헌법에 규정돼 있는데, 정부가 규제 완화 정책을 펼친다면 이는 헌법 상의 의무에 역행하는 위헌이 되는 것이고, 탄핵 사유까지도 될 수 있다. 헌법에 '대못'을 박아 절대로 규제를 풀 수 없게끔 손발을 묶는 셈이다.

    3항이 신설되면서 이른바 '징벌적 손해배상'이 헌법에 명문화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자문위의 공동위원장인 김형오 전 국회의장까지 나서서 "'규제와 조정을 해야 한다'는 표현을 그대로 두면, 국가경쟁력을 좀먹는 '규제 천국'의 틀을 벗어날 수 없게 된다"며 "사회주의 요소가 다분해 민주헌법에서는 옳지 않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자문위원인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은 여러 여건을 고려해 선택적으로 할 수 있어야지, 의무로 규정할 경우 시장경제의 근간을 해치고 계획경제라는 의혹을 야기하게 된다"며 "시장이 실패한 경우 정부가 개입해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할 수는 있겠지만, 정부가 실패한 경우 더욱 심각한 문제가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징벌적 손해배상의 도입 여부는 헌법사항이 아닌 법률사항"이라며 "이 문제는 헌법이 아닌 개별 법률에서 정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항변했지만, 이 역시 '개헌안'에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헌법

    제120조 ②국토와 자원은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국가는 그 균형있는 개발과 이용을 위하여 필요한 계획을 수립한다.


    자문위의 이른바 '개헌안'

    제121조 ①자연자원은 모든 국민의 공동 자산으로서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국가는 지속가능한 개발과 이용을 위하여 필요한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하여 노력한다.


    현행 헌법 상에서 뚜렷한 존재감이 없던 일반 규정인 제120조가 사유재산권의 일부를 부정하는 조문으로 되살아났다. 자연자원에 한해 사유재산권을 부정하고, 모든 국민의 공동 자산으로 편입하는 헌법 규정이 마련됐다.

    모든 국민의 공동 자산이란 공산주의 사회에서나 존재하는 개념이다. 일단 등기부부터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궁금하다는 지적이다.

    차진아 교수는 "자연자원 중에 재산권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도 있으나, 산림자원 등과 같이 현재 재산권의 대상으로 인정되는 경우도 있다"며 "'자연자원은 모든 국민의 공동자산'이라는 문구는 모든 자연자원이 국유로서 이에 대한 사유재산권이 일체 인정되지 않는 것을 의미하므로 시장경제질서의 근간을 해치는 것"이라고 반론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헌법

    제121조 ①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


    자문위의 이른바 '개헌안'

    제123조 ①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농·어업과 농·어촌의 공익적 기능을 제고함으로써 농·어업과 농·어촌의 지속가능한 발전 및 농·어업인의 권익 신장을 보장한다. ②국가는 농·어민의 자조조직을 육성하고, 그 자율적 활동과 발전을 보장한다.


    경자유전(耕者有田)과 소작금지의 원칙을 천명한 헌법 제121조가 농·어업의 공익성과 농어민의 권익 신장, 자조조직 육성 의무 등의 규정으로 변모했다.

    농·어업의 공익적 기능이 무엇인지 분명치가 않고, 특정 직역 종사자의 권익 신장을 따로 헌법에서 규정하는 게 평등 원칙과 합치하는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또, 자조 조직 육성은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특정 성향의 단체를 정부 지원으로 키우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차진아 교수는 "농업과 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헌법에) 신설할 실익이 없고, 특별히 보호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경우 형평성도 문제된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다양한 직업이 새롭게 생성되고 도태되는 과정 속에서 어느 분야에 어느 정도의 지원을 할 것인지를 헌법에 못박아두는 것은 탄력적인 대응을 어렵게 만드는 부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행 헌법

    제123조 ③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해야 한다.


    자문위의 이른바 '개정안'

    제125조 국가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보호·육성하고, 사회적 경제의 발전을 위하여 노력한다.


    논란으로 인해 아직 국회에서 입법조차 되지 못한 '사회적 경제'가 '추월'하듯 단숨에 헌법 조문으로 끼어들었다.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해야 한다는 헌법 조문에 병렬해서 사회적 경제 관련 내용이 삽입됐다.

    사회적 경제란 아직 그 개념이 무엇인지 분명치조차 않지만,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과 같은 기존 자유시장경제의 영역과는 다른 차원에 존재한다. 굳이 헌법 조문을 만든다고 하면, 중소기업 관련 조문에 단서로 붙을 내용이 아닌데, 별도 조문을 마련하지 못한 것은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장용근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와 차진아 교수는 "사회적 경제란 개념 및 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이른바 사회적경제기본법에서의 사회적 경제 개념도 마찬가지라, 법률 제정 과정에서도 논란이 많아서 입법화되지 못했다"며 "사회적 경제라는 용어를 헌법에 규정해 얻는 실익이 무엇인지 명확치 않다"고 주장했다.

    김형오 위원장은 "경제·재정 분야 전반이 개인과 기업 등 경제주체를 범죄시하고 제재와 규제의 대상으로 전제하고 있는 듯 하다"며 "법률에서 얼마든지 규정할 수 있는 사항들을 굳이 헌법으로 끌어올리는 의욕과잉으로 인해, 헌법의 수준과 개헌론자들의 진의를 의심받게 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헌법기관

    현행 헌법

    제40조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

    제118조 ①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둔다.


    자문위의 이른바 '개헌안'

    제40조 입법권은 국민 또는 주민이 직접 행사하거나 그 대표기관인 국회와 지방의회가 행사한다.

    제120조 ①지방정부에는 지방의회와 집행기관을 둔다. 다만, 지방정부의 법률로 주민총회를 입법기관으로 할 수 있다.


    자문위의 이른바 '개헌안' 중 헌법기관과 관련한 부분을 살피면, 국회와 헌법재판소를 특히 무력화하려 시도하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국회에서의 대통령 탄핵 의결과 헌법재판소에서의 탄핵 결정으로 정권을 잡은 이른바 '촛불시민혁명'의 개헌 시도치고는 너무나 배은망덕(背恩忘德)하고 후안무치(厚顔無恥)하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이미 권력을 잡은 이상, 독재에 훼방이 되는 국회와 헌재가 눈에 거슬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개헌안'을 보면, 국회의 전속적 권한인 입법권이 사방으로 쪼개져 흩어졌다. 역사적으로 입법권은 국회의 전속 권한인데, 이를 나누어 국회의 권한을 약화하려 하는 의도가 보인다는 지적이다.

    지방의회가 헌법에서 국회와 동렬로 올라서서 함께 입법권을 행사하게 된 것도 문제인데, 심지어 국민이 직접 입법권을 행사한다는 조문까지 삽입됐다. '국민'은 그 실체가 없는 것이므로 실제로는 포퓰리즘 독재자가 입법권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국민'을 내세워 국회를 통하지 않고 입법권을 행사하려 한 시도는 나치 독일의 히틀러가 원조다. 국회를 무력화한 히틀러의 수권법(授權法)이 이러한 맥락에서 나왔다.

    나치 독재의 참화를 겪은 독일은 2차대전 이후 가장 모범적인 선진 헌법이라 불리는 독일기본법 제20조 2항에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되. 권력은 선거와 투표에서는 국민이 직접 행사하고, 그 외에는 입법·행정·사법기관을 통해 행사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게다가 지방 단위에서는 주민총회를 입법기관으로 할 수 있도록까지 규정했다. 아무리 작은 군(郡)이라 해도 인구가 수만 명은 된다. 수만 명 주민의 총회에서 입법을 한다고 하면, 그것은 일부 조직화된 소수의 선동을 박수로 추인하는 결과밖에는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자문위원인 황도수 건국대 법대 교수는 "지방분권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우리의 지방자치가 연방제 수준까지 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입법권마저도 분권해야 하는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문위의 이른바 '개헌안'

    제○○조 ①국민은 국회의원선거권자 100분의 1 이상 서명으로 법률안과 국가주요 정책에 대해 발안할 수 있다. ②국회가 국민이 발안한 법률안이나 정책안을 원안대로 의결하지 않을 경우, 국민이 발안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그 안을 대상으로 국민투표를 실시하여야 한다. 국민투표에서 국회의원선거권자 4분의 1이상이 투표하여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제○○조 ①국민은 국회의원선거권자 100분의 1 이상의 서명으로 국회가 의결한 법률안에 대해 90일 이내에 국민투표를 청구할 수 있다. 국민투표에서 국회의원선거권자 4분의 1 이상의 투표자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지 못하면 국회의 의결은 효력을 상실한다.

    제○○조 ①국회의원선거권자 100분의 1 이상은 국회의원의 임기가 만료되기 전에 그 사유를 적시하여 소환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국회의원의 소환은 국회의원선거권을 가진 투표자 4분의 1 이상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 및 법률이 정하는 일정 비율 이상의 지역에서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소환이 결정되면 해당 국회의원은 파면된다.


    자문위의 이른바 '개헌안'의 국회 무력화 음모가 가장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은 국민발안(國民發案)과 관련한 신설 항목이다.

    집권 세력은 국회의원 선거권자 100분의 1 이상만 조직화해서 동원할 수 있다면, 국회를 완전히 무력화하고 입법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됐다. 행정권력이 입법권력마저 장악해 완전히 독재화되는 것이다.

    우선 독재 세력이 원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지 않더라도, 유권자 1%를 조직해 발의할 수 있다. 게다가 그 발의안이 국회의 벽에 가로막힐 경우, 자동으로 6개월 내에 국민투표에 부의되며 국민투표를 통해 법안을 확정 입법할 수 있게 된다.

    이렇듯 폭주하는 독재 세력을 견제하기 위한 법안이 국회에서 마련되더라도 이 또한 친위대·홍위병(紅衛兵)을 통해 무력화할 수 있다.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이더라도 유권자 1%를 동원하면 국민투표로 되돌아간다.

    심지어 이 국민투표는 25% 투표율을 얻지 못하면 자동으로 법률이 효력을 잃도록 규정돼 있다. 굳이 찬반을 투표할 것도 없이 '투표 보이콧'만으로도 모든 국회의 입법 활동을 무력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독재 권력을 견제하려 시도하는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쫓아낼 수 있다. 유권자 1%를 동원하면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國民召還)을 통해 파면할 수 있다.

    국민소환제는 대의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현대 민주국가에서는 인정되지 않고 있는 제도이며, 특히 지방의원이 아닌 국회의원을 향한 국민소환을 인정하고 있는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전혀 없다. 독재 권력을 위한 무리한 헌법 개정 시도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현행 헌법

    제128조 ①헌법개정은 국회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된다.


    자문위의 이른바 '개헌안'

    제128조 ①헌법개정은 국회의원선거권자 60만 명 이상이나 국회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로 제안된다.

    제130조 ①국회의원 선거권자가 제안한 헌법개정안은 공고가 끝난 날부터 6개월 이후 1년 이내에 국민투표에 회부하여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으로 확정된다. ②국회의원이 발의한 헌법개정안은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하여야 하며,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확정된다. ③국회의원 선거권자 60만 명 이상이 제2항에 따라 국회가 의결한 헌법개정안에 대해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청구가 있는 경우에는 청구일로부터 90일 이내에 국민투표를 실시하여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으로 확정한다.


    이렇듯 국민의 대의기관이자 행정권력의 독재화를 견제할 유일한 보루인 국회를 철저히 무력화한 자문위의 이른바 '개헌안'은, 국회가 재개헌(再改憲)을 통해 민주주의 회복을 시도할 마지막 가능성마저 봉쇄하고 있다.

    현행 헌법에서는 개헌 절차를 ①국회 재적 과반 또는 대통령의 발의 ②국회 재적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 ③국민투표의 방식으로 일원화한 반면, 자문위의 '개헌안'에서는 이를 국민이 발의하는 경우와 국회가 발의하는 경우로 이원화했다.

    놀라운 것은 '국민'이 개헌안을 발의하는 경우, 개헌 과정에서 국회가 아예 배제된다는 점이다. 60만 명 이상의 국민이 발의한 개헌안은 국회를 거치지 않고 바로 국민투표에 부의돼 개헌이 이루어진다.

    60만 명 이상의 국민을 선동하거나 조직해서 동원할 수 있는 독재 권력은 국회를 전혀 신경쓸 필요 없이 언제든 헌법을 마음대로 뜯어고칠 수 있는 셈이다.

    국회를 아예 개헌에서 배제할 수는 없으니, 외형상 국회에도 개헌권을 부여하기는 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발의한 개헌안은 국회 의결 절차를 거쳤더라도 '국민'의 요구가 있을 경우, 다시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독재 권력에 항거해 국회가 개헌에 나서 성공할 수 있는 여지가 없는 셈이다.

    이렇듯 개헌 절차를 이원화한 것은 희대의 '막장' 헌법이었던 유신헌법(維新憲法)에서나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있다.

    유신헌법은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은 바로 국민투표에 회부 △국회가 발의한 개헌안은 국회 의결을 거쳐 통일주체국민회의에 회부하도록 이원적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사실상 개헌은 대통령만 할테니, 국회는 개헌을 하지 말라는 뜻이나 다름 없었다.

    지금 자문위의 '개헌안'은 유신헌법에서 '대통령이 발의'하던 것이 '대통령이 동원한 국민이 발의'하는 것으로만 바뀐 것과 다름이 없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자신은 왜 이런 '꼼수'를 몰랐는지 지하에서 무릎을 치며 놀랄 일이 아닐 수 없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된 모든 것을 적폐(積弊)로 치부하는 좌편향 자문위원들이 왜 유독 헌법개정 절차에 있어서만큼은 유신헌법의 본을 따서 개헌 절차를 이원화했는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현행 헌법

    제111조 ②헌법재판소는 법관의 자격을 가진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하며, 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자문위의 이른바 '개헌안'

    제111조 ②헌법재판소는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한다.


    헌법수호의 보루인 헌법재판소 또한 약화됐다.

    헌법재판소는 나치 독재의 참화를 겪었던 독일이 2차대전 이후 반성적 고려에서 설치한 헌법수호 기관인데, 자문위가 '개헌안'에서 공교롭게도 국회와 헌법재판소의 약화를 기도한 것은 의미심장하다는 분석이다.

    현행 헌법은 헌법재판관이 법관의 자격을 가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반면, 자문위 '개헌안'에서는 자격 규정이 삭제됐다. 이른바 시민사회운동가나 좌파 사상가 등이 헌법재판관이라는 '완장'을 찰 여지를 열어놓은 셈이라는 지적이다.

    ◆권력구조·정부형태

    이처럼 고치지 않아도 될 부분을 마구 손댄 자문위는 정작 고쳐야 할 '제왕적 대통령제'와 관련해서는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했다.

    다른 대목에서는 모두 좌편향 '다수 의견'이 도출됐는데, 정작 '원포인트 개헌'을 해서라도 반드시 고쳐야 하는 정부형태에 있어서만큼은 분권형 대통령제가 압도적 다수 의견이었는데도, 이를 '다수 의견'으로 기재하지 않고 합의 의견 자체를 내지 않았다.

    개헌의 핵심이 권력구조와 정부형태라는 것은 세 살 먹은 어린아이도 아는 상식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도 지난 21일 개헌의원총회에서 "개헌의 백미이자 하이라이트는 정부형태"라고 했는데, 정작 정부형태만 자문위가 '개헌안'을 내놓지 못한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간 거듭 "권력구조를 빼고 개헌할 수 있다"고 시사해왔던 것을 생각하면, 권력의 의중에 장단을 맞춘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문위원 중에서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명재진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소신 어린 '소수 의견'에는 귀담아 들을 대목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강원택 교수와 명재진 교수는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전제로 자문위에서 제기된 '개헌안'이 △대통령의 독재화 우려가 있으며 △국민대표성(민주적 정당성)이 대통령과 의회로 분리돼 국정기능정지와 불안을 초래하고 △대통령과 여당의 관계가 원활치 않으면 국정비효율성이 증대되며 △현직 대통령의 선거운동으로 혼란이 빚어지고 △기존의 정치문화는 답습된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강원택·명재진 교수는 "대통령제는 대통령의 독재화 경향을 해결하지 못하며, 특히 4년 중임제로의 개헌은 재직 중인 대통령의 선거운동으로 관권선거의 폐해가 부활할 위험성이 있다"며 "이원정부제도 행정권을 (이른바 외치(外治)와 내치(內治)로) 구별하는 것이 실질적으로는 중첩이 불가피해 대통령과 총리의 권력투쟁이나 행정부 내의 교착 상태를 초래할 위험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집행권은 총리의 일방을 중심으로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며 "비례적 선거제도 개혁으로 민주적 책임성을 강화하는 조건으로 책임정부 구현에 철저한 의원내각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소신 주장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