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화 결정은 남·북한이 선택하는 것…한미동맹 그 어느 때보다 강력"
  • 문재인 대통령이 북측에 고위급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한 가운데, 미국이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김정은은 지난 1일 신년사를 통해 "북남관계를 개선해 뜻깊은 올해를 민족사의 특기할 사변적인 해로 빛내야 한다"면서 "평창 올림픽은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다. 우리는 대표단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한국측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다.
    반면 미국에 대해선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의 핵 사정권 안에 있다"면서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있음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며 상반된 메시지를 내놨다.
    김정은의 이같은 발언에 한국은 반색을 표시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신년사 직후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의 제의를 환영한다"면서 "시기·장소·형식에 구애됨 없이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밝혀왔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김정은 신년사 발표 28시간 만에 북측에 "오는 9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고위급 남북당국회담을 갖자"고 제의했다.
  • 하지만 미국은 김정은이 신년사를 통해 한미 양국을 이간질하려는 꼼수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미국은 한미동맹의 단단함을 다시한 번 천명함과 동시에 문재인 정부의 남북 고위급 회담 제안은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연합뉴스·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브리핑을 갖고 한국 정부의 고위급 남북회담 제안에 대해 "미국의 대북정책은 변함 없다"면서 "북한의 변화를 위해 최대 대북압박을 지속적으로 가할 것이며, 반드시 한반도를 비핵화할 것"이라고 단호히 선을 그엇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과 미국 측은 통일된 대응 방안으로 긴밀한 연락을 취하고 있으며, 궁극적 공동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면서 "한미 동맹과 우정은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며 한미간 공조가 흔들리지 않고 있음을 각인시켰다.
    헤어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 역시 "남한과 북한이 대화를 원한다면 그것은 그들의 선택"이라면서 "다만 김정은이 미국과 한국 사이에서 어떤 이간질을 하려고 할 지 모른다. 나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우리 정부에게 "남조선 당국은 민족적 수치를 자아내고 있는 외세 의존 정책과 하루빨리 결별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조선중앙통신은 "남조선 당국은 그간 외세에 의존하면서 남조선 인민들과 겨레의 염원과는 거리가 멀게 처신했다"며 "남조선 당국은 동족과 대결하는 매국 반역 정책을 걷어치우고 민족자주의 길에 들어서는 것이야말로 전체 조선 동포들의 한결같은 요구임을 알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양국의 동맹 균열을 부채질했다. 67년간 이어져온 한미동맹이 김정은 손짓 한 번에 시험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