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되는 의혹 제기 속 언론플레이 난무… 진실공방 넘어 책임소재 가리기로 번져
  • ▲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특사 파견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애초에 청와대가 주장한 '단순한 파병 장병 위로'가 아니었다는 정황이 밝혀지면서, 사태는 진실공방을 넘어 책임소재 가리기로 치닫는 모양새다.
    청와대는 여전히 임 실장 파견 이면에 별도의 의도는 없었다는 게 공식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다수의 언론플레이를 통해 입장이 오락가락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조선일보>는 1일 조간을 통해 임 실장의 UAE 방문에 군사적 목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군 소식통을 인용해 "이명박 정부가 원전을 수주하면서 양국 간 군사적 합의가 있었고 우리 합동참모본부가 UAE에 대한 군사력 지원 계획을 수립했다"며 "현 정부 출범 뒤 합참의 지원 계획과 양해각서에 대해 절차적 위법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으며, 재검토 또는 수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양국 군사협상을 이행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UAE 측에서 불만을 제기했고, 이 때문에 임 실장 특사 파견이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의혹 제기는 지난해 12월10일 청와대가 임 실장의 특사 파견을 첫 발표한 이후 벌써 4번째다.
    청와대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파병 부대원이 눈에 밟힌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그 이후 갖가지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속시원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2009년 바라카 원전 수주를 주도한 칼둔 UAE 원자력공사 이사회 의장이 임 실장과 UAE 왕세제와 만나는 자리에 배석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도, 또 이번 일정에 MB 원전수주에 깊숙히 관여한 서동구 국정원 1차장이 동석한 것이 확인되고서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하지만 최태원 SK회장이 임 실장과 독대한 사실이 알려지고, 이번에는 양국간 군사협정이 틀어졌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청와대의 움직임도 달라지고 있다.
    <한겨레>는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목소리를 인용해 "(임 실장의 방문 목적에 대해) 사실을 이야기하면 한국당이 감당할 수 있겠나"라며 "아랍에미리트가 왕조 국가로 지닌 독특한 면이 있고 우리도 국익을 지킬 부분은 지켜야 한다"고 전했다.
    임 실장의 특사 파견 이면에 또다른 목적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이번 사태의 책임을 보수 정권으로 돌린 셈이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한겨레 기고문 등을 통해 "UAE 논란은 비밀양해 각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서 생긴 갈등"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해선 "원전을 수출하면서 군사력을 끼워 팔았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체결한 것을 이행하지 않아 UAE측의 항의를 심화시켰다고 보고있다.
    야권은 김 의원의 말 등을 통해 文정부 청와대도 비슷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임종석 미스터리 실체가 드러나자 또다시 전(前) 정부 탓을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당은 청와대를 향해 "공개적으로 협박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교활하고 악랄하다"고 규탄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청와대가 UAE 원전 게이트'에 대해 거짓으로 일관하더니 야당을 이제 야당을 향한 협박질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감당할 수 있겠나라고 말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치졸하게 언론 뒤에 숨어 교활한 입을 놀리지 말고 진실을 밝히라, 백 번이고 천 번이고 감당하겠다"며 "한국당은 청와대 핵심 관계자를 추적해 더러운 입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장 대변인은 청와대가 전 정부에 탓을 돌리는 태도에 대해선 "전임 정부 핑계가 만병통치약인지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갈등설'을 퍼뜨리며 빠져나가려 하고 있다"며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고 급기야 3류 소설까지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 당시 이명박 정부에서 수주했던 UAE 원전과 관련해 이면계약이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했던 사실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며 "이미 알려진 사실을 문재인 정권은 마치 이 문제 때문에 UAE 원전 게이트가 불거졌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 문재인 정권이 나선 것처럼 언론 공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담담한 모습이다. 이 전 대통령은 새해 첫날 현충원 참배하는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UAE 특사 의혹에 대해)내가 말 안하는 것이 국가에 도움이 되겠지"라고 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은 '임 실장의 UAE 방문 전에 내용을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웃음을 띈 채 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