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초 학부모들 즉각 반발… 폐교까지 최대 6년 걸릴 수도
  • 서울시 은평구 은혜초등학교의 2018학년도 신입생 모집 안내 공고문. 신입생 정원 60명 중 30명이 모집됐다. ⓒ은혜초등학교 홈페이지
    ▲ 서울시 은평구 은혜초등학교의 2018학년도 신입생 모집 안내 공고문. 신입생 정원 60명 중 30명이 모집됐다. ⓒ은혜초등학교 홈페이지

    서울 소재 사립초등학교가 '학생 결원으로 인한 적자 누적'으로 폐교를 결정했다.

    다만 폐교 결정은 재단이 학교 구성원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학부모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사건을 본격적인 학령인구 감소의 신호탄으로 보고, 초등학교 폐교가 가속화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 은혜초등학교는 지난해 12월 28일 서울서부지원교육청에 폐교 인가 신청을 내고,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생 결원으로 인한 재정 적자가 지속적으로 누적돼 왔다"며 "학령아동 감소 추세에 따라 개선될 전망이 없어 폐교를 결정했다"고 학부모에 통보했다.

    350명 정원인 은혜초등학교 재학생은 현재 235명으로, 전체 정원의 67% 수준이다. 올해 은혜초 신입생 지원자도 정원 60명의 절반인 30명에 그쳤다. 학교 재단은 2018년도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하다고 판단했고,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아 올 2월 폐교를 결정했다.

    서울시내 일반 사립초등학교가 학생 결원으로 인한 재정 적자로 폐교를 신청한 것은 처음이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초등학생 수는 1990년대 114만1839명에서 2000년 75만9443명, 2010년 56만5948명, 지난해 42만8333명으로 매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초등학교 수는 같은 기간 1990년 463곳에서 2000년 532곳·2010년 587곳·지난해 603곳으로 늘어, 매년 줄어드는 초등학생과 상반된 수치를 보이고 있다.

    학생들이 자동으로 배정되는 공립초는 학생을 직접 모집해야 하는 사립초에 비해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이 추세대로라면 공립초도 머지않아 이같은 사태를 겪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은혜초 학부모들은 일방적인 재단의 폐교 통보에 "어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재단 측은 29일 시급히 학부모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재단에 법적 대응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방학식 전날인 28일 학교 측으로부터 폐교 통보를 받았는데, 공립학교는 28일로 신청이 마감됐고 사립학교도 TO가 없다고 한다"며 "이미 신입생까지 선발해놓고 폐교하면 그 학생들은 어떻게 하느냐"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이와 관련, 교육청은 "28일 폐교 신청을 받은 것은 맞지만 결정된 것은 아니고, 최우선적으로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실제 폐교는 학교 구성원 전체의 동의가 있어야 하며, 신입생이 졸업할 때까지 최대 6년이 걸릴 수 있다"며 "재정관리 및 교직원 고용 승계 문제 등 중장기적 계획을 보완하도록 학교에 권고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은혜초 재단은 "현재 교사 인건비 감당하는 것도 힘들다"며 당장 운영이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학교 구성원들과의 불화가 쉽게 진화되지는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