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당원 의사 확인됐으니 나를 따르라? 더 낮은 자세로 소통에 나서야
  •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31일 전당원투표 결과가 발표된 직후,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31일 전당원투표 결과가 발표된 직후,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예상했던 대로였다.

    바른정당과 통합을 추진하는 안철수 대표에 대한 재신임을 묻는 전(全)당원투표 결과가 74.6% 찬성으로 나왔다. 통합 반대파의 투표 거부 운동이 있었음에도 투표율은 23%를 기록해 예상을 상회했다. 안철수 대표가 당대표 경선에 나섰던 8·27 전당대회보다도 높은 수치다. 

    통합반대파는 이번 투표 결과를 두고 "참여율이 23%에 그쳤고, 그 내용을 봐도 25%의 당원은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박지원 전 대표 선출 당시 투표율이 19%였고 찬성이 50% 전후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설득력은 떨어진다.

    이로써 안 대표는 재신임이 확정됐고 '전 당원의 통합 지지'라는 명분도 얻었다. 그는 이 투표율을 근거로 전당대회까지 밀어붙일 것이다. 이번 전당원투표는 이견의 여지가 없는 안철수 대표의 승리였다.

    하지만 무엇 때문일까. 명명백백한 투표 결과 앞에서도 안철수 대표가 통합 명분은 확보했을지언정 통합을 추진할 정당성까지 얻었다는 데는 선뜻 인정이 되지 않는다. 어쩐지 마음 한켠에는 불편한 마음마저 든다.

    흔히 정치는 생물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정치는 계산기를 두드려 답을 얻어낼 수 있는 게 아니라고도 한다. 전당원투표 결과가 안 대표에게 유리하게 나왔음에도 안 대표가 통합을 추진할 필요조건을 충족했는지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안철수 대표는 "외연 확장을 하지 않는 3당은 소멸된다"며 통합을 해야 하는 이유를 의원 한 분 한 분 만나 오랜 시간 설득했다고 했다.

    그러나 "통합 반대 의원들도 외연확장을 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을 했느냐"는 질문에는 "그걸 잘 모르겠다"고 했다. 방법론의 차이라면 몰라도 방향에 대한 공감대조차 확인이 안 됐다고 하니 도대체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나눴다는 건지 의문이다. 

    안 대표는 통합반대파를 어떻게 설득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투표 결과가 찬성으로 나오면 통합에 반대하는 분들도 생각을 바꿀 것이라 기대한다" 혹은 "앞으로도 최대한 설득하겠다"고 거듭할 뿐 한 번도 구체적인 방법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가 반대 의원들을 향해 내뱉은 말은 "선동하는 사람들은 있기 마련", "대응할 필요가 없다", "당에 있기 불편하면 당을 나가라", "자신이 모든 창당 비용을 냈다", "김대중 정신 호도하는 구태 정치 끝내야" 등 반대 세력을 향한 원망 섞인 말이었다. 반대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설득하겠다는 당대표의 말이라고 보기엔 적절치 못하다.   

    안철수 대표는 "호남 의원들이 왜 반대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당대표가 당의 분열을 초래하면서까지 통합을 밀어붙이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건 통합반대파도 마찬가지일 듯하다. 적어도 안 대표가 정말 의원들과 깊은 대화를 나눴다면 몰라서는 안 될 부분이기도 하다.

    당대표는 말 그대로 당 전체를 대표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자신과 뜻이 맞는 사람들만 대표한다면 그건 대표가 아니다. 사람들이 안 대표에게 바라는 것도 반대파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의지와 노력일 것이다. '나를 따르라'는 내려다보는 자세가 아니라, 더 낮은 자세로 통합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설득해주길 바란다. 

    이는 얼마나 설득했느냐는 횟수의 문제도 아니다. 통합이라는 답을 정해놓고 이야기를 시작한들 100번을 만나봤자 서로의 극명한 입장차만 반복될 뿐이다. 대표인 자신 역시 대화를 통해 설득당할 수 있다는 열린 마음과 진정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지금 안철수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기필코 목표를 향해 달려가겠다는 그의 돌파력이 아니라 좋든 싫든 지금 한 배를 타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달려가겠다는 책임감과 리더십이다. 이번 전당원투표 결과가 통합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무릎 꿀릴 수단으로 여겨져서는 안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