㚈誌, 美·中에 꼬인 한국외교 풍자…靑 페북 '외신도 우리 외교 호평'
  • ▲ 지난 28일 오후 청와대가 페이스북을 통해 해외언론 보도 내용을 소개한 포스팅. 해석에서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29일 〈덧붙입니다〉를 통해 관련 내용을 추가했다. ⓒ청와대 페이스북 화면 캡처
    ▲ 지난 28일 오후 청와대가 페이스북을 통해 해외언론 보도 내용을 소개한 포스팅. 해석에서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29일 〈덧붙입니다〉를 통해 관련 내용을 추가했다. ⓒ청와대 페이스북 화면 캡처

    청와대가 지난 28일 페이스북에 올린 문재인 대통령의 '올해의 균형자' 선정 관련 포스팅이 논란이 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의 균형자'로 선정됐다"며 청와대가 인용한 외신이 기실은 문재인 대통령을 풍자한 내용이라는 주장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됐기 때문이다.

    이같은 주장은 29일 낮 한 네티즌이 페이스북으로 관련 내용을 전달하면서 제기됐다.

    이 네티즌은 "청와대가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문재인 대통령이 해외 언론에서 뽑은 '올해의 균형자'상(賞)을 수상했다는 공지를 올렸다"며 "하지만 다른 수상자만 보더라도 이 뉴스가 풍자적 내용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해석을 보면, (문재인 대통령에게) 유리한 것만 따온데다 그마저도 대응해왔다는 식의 엉터리"라며 "핵심은 마지막 줄인데, 가까운 동료(미국·중국)가 적들보다 더 대립적인 것이 입증됐음을 보여주는 (외교 실패를 가리키는) 표현"이라고 꼬집었다.

    이 네티즌이 가리킨 게시물은 청와대가 지난 28일 올린 [해외언론보도] 게시물이다.

    이 게시물에서는 싱가포르의 〈스트레이츠 타임스〉와 함께 미국의 외교전문매체 〈디플로맷〉의 기사를 소개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 관련 중국의 경제적 압박과, 미국의 한·미 FTA 개정 협상 요구를 동시에 대응하며 정치적 균형을 잡았다"며 "올해의 균형자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내용은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날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으로도 언급한 내용이다.

    고민정 부대변인은 당시 "미국이 한미FTA 개정을 요구하고 중국의 사드 관련 경제적 압박이 있는 상황에서도 평화를 강조하고 FTA 개정 요구에 현명하게 대처하며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해 '올해의 균형자'란 표현을 선사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평가했다.

  • ▲ 지난 28일 청와대가 인용한 기사. 해당 내용은 아시아 국가 지도자들을 풍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디플로맷〉 기사 일부
    ▲ 지난 28일 청와대가 인용한 기사. 해당 내용은 아시아 국가 지도자들을 풍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디플로맷〉 기사 일부

    그러나 청와대가 링크한 〈디플로맷〉기사의 원문을 읽어보면 청와대의 평가와는 뉘앙스가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해당 기사는 아시아의 10명의 지도자들에 대해 풍자의 내용을 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에 대해서는 '레닌 파워 상', 미얀마의 수치 여사에게는 '지킬 앤 하이드 상'을 선정했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에 대해서는 '먼저 쏜 뒤 나중에 물어보기 상'을 수여했다. 비교적 긍정적 제목인 '대중성을 유지하는 비틀즈 상'을 수상한 인도의 모디 총리 역시 내용상으로는 비판적인 내용이 담겨있다.

    〈디플로맷〉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서술하면서 한국의 어려운 외교적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신문은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5월에 선거에서 이겼지만 그동안 북한의 위기로 빛을 받지 못했다"며 "호전적 북한의 태도는 '문 샤인' 정책의 성공적 안착을 방해했다"고 했다.

    또 "중국이 미군 사드 배치를 놓고 서울을 압박하는 동안 문재인 대통령은 또한 워싱턴으로부터 '끔찍한' 한미 무역헙정에 대한 재협상 요구를 받아야 했다"고도 했다.

    특히 〈디플로맷〉은 마지막 단락에서 '이런 친구들이라면 누가 적을 필요로 하겠나'(With friends like these, who needs enemies)라고 언급했다. 가까운 동료가 적들 만큼이나 대립적인 상황으로 변화했음을 비유해 표현한 문장이다.

    이에 한국의 외교행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기보다는, 중국을 끌어안지 못하면서 미국과 멀어지는 한국의 모습을 풍자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상을 받았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을 자화자찬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 ▲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만난 모습. ⓒ뉴시스 DB
    ▲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만난 모습. ⓒ뉴시스 DB

    결국 이같은 내용은 SNS를 타고 급속하게 퍼졌고, 청와대는 이날 오후 기존 포스팅에 내용을 추가했다.

    청와대는 "〈디플로맷〉 기사는 풍자적 요소를 담고 있다"면서도 "다만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상황을 냉정하게 전달하면서 'The balancing act award'라 표현하고 있어서 소개했다"고 해명했다.

    이하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디플로맷〉기사 내용 원문.

    The balancing act award: Moon Jae-in 

    South Korean President Moon Jae-in’s triumphant election victory in May has been all but overshadowed by the North Korean crisis, with the North’s belligerence preventing a successful “Moonshine” policy of engagement. 

    But on top of that, the former human rights lawyer has had to play a political balancing act between China, the nation’s largest trading partner, and the United States, its key security ally. 

    While China has applied economic pressure on Seoul over its acceptance of the U.S.-supplied THAAD missile system, Moon has also faced calls from Washington for the renegotiation of the “horrible” U.S.-South Korea trade pact. 

    With friends like these, who needs enem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