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안전 강조하는 정부 능력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 될 것" 한목소리
  •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서 28일 오전 9시 40분경 건물을 철거하고 있던 크레인 구조물이 넘어져 1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뉴시스
    ▲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서 28일 오전 9시 40분경 건물을 철거하고 있던 크레인 구조물이 넘어져 1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뉴시스

     

    28일 오전 9시 40분께 서울 강서구 등촌동 한 건물 철거현장에 설치돼 있던 대형 크레인 구조물이 넘어지며 시내버스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승객 서모(여·53)씨가가 숨졌고, 승객 15명이 다쳤다.

    특히 전문가들은 인재(人災) 이전에 정부의 안전 대책이 부실했다는 점을 한 목소리로 지적하고 있다. 이번 크레인 사고 발생과 관련해 업자들이 운행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국과수와의 합동감식을 통해 "철거 콘크리트 부자재와 같은 건축 폐기물이 쌓인 지반 위에 70t급 이동식 크레인을 올려둔 것이 이번 사고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시공 전 조사를 통해 계획서를 작성하고, 현장 감독의 승인을 받아야 공사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지반이 크레인의 하중을 견디지 못하며 인명피해가 발생함으로써 관련자들은 책임을 면치 못하게 됐다.

    경찰당국은 크레인 운전기사를 비롯한 현장 관리소장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조사 과정에서 크레인 운전기사는 "전날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 시행·시공사 관계자 및 목격자들도 조사에 응하고 있다.

    크레인 사고는 올해만 11차례 발생해 17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관련 사고가 매년 끊이지 않아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전혀 시정되고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업자들 간 과실도 있지만 정부의 안일함도 함께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 또한 안전 대책 마련이 미흡했다는 것이다.

    한국건설안전협회 관계자는 "크레인 사고는 총체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많다"며 이렇게 말했다.

    "크레인 작업은 기본적으로 계산을 해야 한다. 이번 사고는 건물을 해체하기 위해 이동식 크레인이 설치된 상황이었는데, 운전기사는 지반이 크레인의 하중을 견디는지 철거 콘크리트가 얼마나 무거운지 잘 모른다. 따라서 안전기술자들이 현장에 상주해 관리감독하는 '현장감리제도'가 도입돼야 한다."

    "구청 단위로 하루면 하루, 이틀이면 이틀, 기술자를 배치해서 감독하게 하면 많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어려운 것도 아니고, 입법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다. 역대 크레인 사고는 거의 과적 때문이다. 이번 사고에서 (크레인이 균형 잡지 못할 때 울리는) 경고음 얘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운전기사가 제대로 무게를 파악하지 못하고 무거운 물체를 들어올렸을 때는 이미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 된다."

    그는 "이런 사고가 났을 때 정부는 일시적으로 얘기는 하지만, 말하고 나면 그게 밑까지 안 내려간다"고 아쉬워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일관성 있게 집중적으로 하면 될 텐데, 지금까지는 말 뿐이었고 전혀 진행이 되지 않았다"고 탄식했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업자들의 노후된 장비와 수십년을 사용할 수 있는 자격증 문제를 짚으며, "이번 정부의 대응을 유심히 지켜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크레인 수명은 대략 20년 정도로 그 이상 사용했다면 굉장히 노후됐다고 봐야 하는데 정부의 강력한 규제가 있다면 업자들도 시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크레인 자격증도 한번 따면 끝인 게 아니라 지속적인 재교육과 자격증 재취득을 통해 무지와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사고를 미리 예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어제 난 사고와 관련해 운전기사도, 업자들도 아무 대책이 없었고 단지 운에 맡긴 것이 아닌가?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들은 "이번 사고가 항상 '안전'을 강조하는 이번 정부의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