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 발표' 하루만에 교육부 입장 번복 "의견 수렴 절차 거치겠다"
  • ▲ 교육부. ⓒ뉴데일리 공준표 사진기자
    ▲ 교육부. ⓒ뉴데일리 공준표 사진기자

    지난 27일 전국 유치원·어린이집 방과 후 영어 선행학습을 축소하는 내용이 담긴 '유아교육 혁신방안'을 발표한 교육부가 하루 만에 뒤바꾸며 다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번복했다.

    현재 전국 국립·공립·사립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5만여 곳으로, 대부분 영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부가 전날 발표한 '유아교육 혁신방안'에 따르면, 유치원에서 시행 중인 한글·영어 수업 교육과정은 2020년부터 자유놀이 위주로 개편된다.

    교육부가 3년 동안 한시적으로 허용한 초등학교 1~2학년 영어 방과후 수업도 내년 3월부터는 교육과정에서 제외된다. 교육부는 지난 2014년 공교육정상화법을 통해 초등학교 1~2학년 영어 방과후 수업을 금지하려 했지만 학부모 반발로 2018년 3월까지 일시 허용해줬다.

    이와 관련, 이번 계획안에서 유치원 영어 수업도 대폭 축소되면서 '유치원 영어 교육이 금지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학부모들 사이에서 불거졌다.

    27일 계획안 발표 당시 교육부는 "무분별한 학습 중심의 교육을 지양하고 출발점부터 균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학부모들은 "결국 사교육 부담만 늘어나는 게 아니냐", "교육부가 왜 아이들 영어교육까지 통제하고 간섭하는지 모르겠다"는 등의 불만을 제기했다.

    유치원·학부모 등의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교육부는 "아직 확정된 바 없으며 해당 사안을 공론화해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겠다"는 입장을 28일 내놨다.

    하지만 교육부로부터 '영어 교육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통보 받은 일부 교육청은 이미 유치원과 학부모에게 '영어 수업 금지'를 안내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실제 경북의 한 유치원에는 유치원생 영어 교육을 제한하는 내용이 명시된 계획안이 학부모들에게 전달됐다.

    특히 17개 시·도교육청 장학사들은 김상곤 교육부장관에게 면담까지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도 '아니면 말고'식의 비현실적이고 졸속적인 교육부 정책 추진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9월 수능 절대평가 개편안을 발표했다가, 학부모들의 반발에 부딪쳐 개편을 1년 연기한 사례도 있다.

    서울 광진구의 한 학부모는 "아이들 영어 수업 못하게 할 거면 다 못하게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럴 수가 있느냐"며 "정부에서 어떻게 이런 정책이 나올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관계자는 "유치원의 자율권과 학부모의 선택권에 미루어봐도, 교육청이 유치원에 영어를 가르쳐라, 가르치치 마라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교육부의 졸속적인 정책 추진이었다는 게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 시·도교육청 회의에서 '그런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런 방향으로 갈 것 같다'는 논의는 했지만 교육청에 '영어를 금지하겠다'는 내용의 정식 공문이 나간 바는 없다"고 언급해 혼란을 가중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