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서울대 한동대...역시 젊음의 지성은 살아 있었다
  •  “여러분, 깨어나십시오. 우리 ‘민족고대’ 팔뚝에 자랑스럽게 새겨진
    Libertas, Justitia, Veritas(자유, 정의, 진리)의 참 의미를 다시 한 번 곱씹어 보십시오...
    우리 민족인 북녘동포들을 옥죄고 있는 김씨 왕조 전체주의 집단과
    이들을 옹호하고 추종하는 대한민국의 “진짜적폐”들을 직시하고...“

     칠흑 같은 야음(夜陰)을 관통하는 한 줄기 빛.
    마치 중세 가톨릭 교회의 철옹성을 향해 “아니오”라고 외쳤던
    마틴 루터의 목소리를 듣는 것 같다.

    역시 젊음의 지성은 살아 있었다.
    위 글은 고려대학교 동아리  트루스 포럼(Truth Forum, 진실 포럼)이 발표한
    대자보의 한 대목이다. 서울대학교, 한동대학교 등 다른 몇 개 대학에도
    이런 동아리가 이미 활동 중이라고 한다.
    반갑고 자랑스럽고 고마은 노릇이다.

  • 트루스 포럼들이 지향하는 바는 위 고려대 대자보에 나타나 있듯이
    자유민주주의 수호, 전체주의-주사파-홍위병문화혁명-사회주의 경제에 대한
    저항이라고 할 수 있다.
    캠퍼스 내에선 아직은 비주류이고 소수파일 것이다.
    그러나 본래 비판적 지성은 소수파로부터 시작하는 게 제격이다.
    NL(민족해방) 계열 좌익도 처음엔 소수파 운동이었다.
    이 소수파가 반(反)권위주의 운동에 편승해 나중에는 그것을 타고 앉았다.
    그 후 그들은 권력화 했다.
    그들은 이젠 비판적 저항세력이 아니라 지배권력, 기득권 세력, 억압권력이다.
    그들은 자유지성, 국민적 보편성, 세계적 개방성과는 담을 쌓은
    '우물 안' 아집-독선-독주-완고함  그 자체로 굳어버렸다.

    지금은 그런 그들의 조악(粗惡)한 혁명 놀이가 진행 중에 있다.
    이를 견제할 어떤 집단도 세력도 정치조직도 전무한 상태다.
    이러던 차에 몇 몇 대학에서 소수의 학생-교직원-졸업생들이
    트루스 포럼을 만들어 대자보를 붙였다는 것이다.
    마틴 루터가 자신의 대자보를 성문(城門)과 교회 문에 붙였던 것처럼!

     이게 진정한 용기이고 진짜 비판적 지성이다.
    음모가와 선동가에 사로잡혀 우우 하고 몰려가는 대중-군중-중우의 탁류에서
    감연히 이탈해 “아니오”라고 외치는 고독한 광야의 소리--
    이게 참 새시대의 전위(前衛)다.

     대자보는 개탄한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 공화국의 정체성을 잃어가고,
    지난 70년간 한반도의 공산통일을 꿈꾸고 준비한 북한정권의 계략에 넘어가고 있습니다.
    뻔히 눈뜨고 코 베이는 형국입니다...이제 사법부와 언론마저 장악해
    사실상 “한국판 문화혁명”을 일으킬 태세입니다.“

     절망 속에서 희망의 그루터기를 잡은 듯,
    처연(悽然)하면서도 가슴이 뭉클하다.
    젊은 지성이 있기에 그나마 더 버텨볼 이유를 발견한다고나 할까.
    아, 대한민국...어쩌다 이 지경까지...

    류근일 / 전 조선일보 주필 /2017/12/28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