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노 원자력학회장 "탈원전은 무지의 所致"

[인보길 초대석] 김학노 원자력학회장 "대통령, 후보 시절과는 달라… 국가 경영한다면 에너지정책 꼼꼼히 살펴야"

정호영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7.12.30 10:04:16

▲ 김학노 한국원자력학회 회장이 27일 서울 중구 뉴데일리 사무실에서 본지 인보길 회장과 대담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4차 산업혁명을 위해서는 싸고 안전한 전기가 필요합니다. 전기료가 비싸다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없죠. 그런데 지금 우리 정부는, 예컨대 전기차 늘리겠다면서 싸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은 축소하겠다는 이율배반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우리 학회가 총대를 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학노 한국원자력학회 회장은 27일 오전 서울시 중구 뉴데일리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현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대한 속내를 소신껏 털어놨다.

앞서 한국원자력학회는 지난 18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1969년 창립된 원자력학회가 정부 에너지 정책에 비판적 입장을 밝히며 기자회견을 연 것은 학회 설립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김 회장은 이미 10년도 훌쩍 지난 김대중·노무현 전(前) 대통령 시절을 회상하며 입을 열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원자력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당선 후 인수위 등에서 에너지 정책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 내가 잘못 알았구나, (원전을) 퇴출시키는 건 어렵고 최소한 현상유지는 해야겠다' 이렇게 생각을 바꿨고, 그래서 지금까지 에너지 정책이 크게 바뀌지 않고 유지돼 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라면 몰라도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면, ‘국가 경영’이라는 관점을 가져야 하는데, 대통령이 탈원전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많이 아쉬운 측면이 있다."

김 회장은 '공론화위'에 대해서도 "굉장히 위험한 결정이었다"며 "(정부의) 원전에 대한 무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쓴소리를 냈다.

"시민들을 데려다 놓고 2박3일 합숙까지 하면서 최종결론을 내렸는데, 전문가들 입장에서는, 이번 정부는 전문 분야에서도 비(非)전문가들의 여론에 따라 정책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원자력 전문가들을 배제하고 일반인에게 최종 결정권을 쥐어줬다."

 


▲ 본지 인보길 회장과 대담 중인 김학노 한국원자력학회 회장.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김학노 회장은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고수한다면 산업생태계가 파괴될 뿐만 아니라, 전략생산의 상당 부분을 LNG 수출국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에너지 종속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원전을 더 이상 건설하지 않으면 관련 산업 생태계는 서서히 죽어갈 것이다. 한국 회사들이 문 닫고 나면, 중국 기업들이 만든 부품을 사서 쓰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한국이 원자력 후발주자였지만 빠른 성장으로 미국에 기자재를 공급했듯이, 2020년대에는 중국이 우리를 뛰어넘을 것이다. 중국은 원전 후발국이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엄청난 속도로 기술력을 높이고 있다."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17년 6.2% 수준인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030년 20%로 3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김 회장은 ‘신재생에너지가 원자력을 대체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불가능하다"고 못박으며 사우디아라비아를 예로 들었다.

“일조량 많은 드넓은 사막, 사우디아라비아에 태양광을 깔면 얼마나 좋겠나. 하지만 할 수 없다. 온도가 너무 높아 효율이 나쁘고 솔라셀 수명이 짧아진다. 특히 모래폭풍 한번 오면 끝장이다. 솔라셀은 청소를 잘해주는 것도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중국에서 황사 크게 한번 밀려오면 끝장이다. 풍력도 땅이 있어야 하는데, 만만한 게 없다. 풍력발전기 날개 하나가 48미터다. 지름으로 하면 100미터인데, 자연훼손이 불가피하다.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도 크다. 바람개비 돌아갈 때 나오는 저주파, 이것 때문에 동물이 살기 어렵다고도 한다. (신재생에너지가 원전을) 보완할 수는 있어도 대체는 불가하다.”

김 회장은 "각 나라가 처해 있는 지정학적 요건에 따라 에너지정책이 달라지는 게 당연하다"며 말을 이어나갔다.

“예컨대 빙하가 풍부한 노르웨이는 발전원 중 수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알프스의 만년설이 있는 스위스도 마찬가지다. 독일은 지리적으로 해상풍력이 크게 발달했다. 프랑스는 원자력 비중이 75%인데, 마크롱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50%로 줄이겠다고 했다가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공약을) 취소했다.”

정부가 탈 원전의 대안으로 꼽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미국산 셰일가스 등에 대해서도 김 회장은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그는 "LNG의 경우 발전설비 설계·제작 관련 기술이 부족하다. 비축 시설 규모도 적을 뿐더러 전량 수입이란 사실도 문제"라고 했다. 셰일가스는 단가부터 경제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에서 셰일가스 1MMBtu(단위열량)당 단가는 3.5달러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는 운송비, 저장비 등이 붙어 11.5달러로 급등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 본지 인보길 회장과 대담 중인 김학노 한국원자력학회 회장.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환경단체와 원전 반대론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원전 안전성’에 대한 김 회장의 답변은 확신에 가까웠다.

그는 "우리 원전의 안전성에 의문을 갖는 사람이 아직도 많은데 100% 안전하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그는 포항지진을 언급하면서 “지진이 일어나도 가장 안전한 곳이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선 땅”이라고 했다.

지진으로 발생한 대형 쓰나미가 원전을 덮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그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만일을 대비해 원전 앞에 방벽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원자력발전소는 원자로 바로 밑에서 지진이 일어났을 때를 예상해 설계를 한다. 견고하게 지켜내도록 굉장히 많은 보안대책을 갖추고 있다."

태양광발전의 효율 혹은 성능을 이야기할 때 논란이 되는 ‘실시간발전(순간발전)’ 개념에 대해 김 회장은 “발전한 전기를 저장해뒀다가 햇빛 안들 때 꺼내면 좋을 텐데, 저장에 한계가 있다”면서, “태양광에서 중요한 것은 실시간발전량"이라고 했다.

김학노 한국원자력학회 회장은 1979년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원자력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0년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입사, 올해까지 37년을 일했다. 그는 1990년대 다목적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HANARO)의 설계 및 건설 실무를 총괄했고, 2011년 국산 소형 다목적 원자로 ‘스마트'(SMART)’ 개발을 주도했다.

과학기술처장관 표창(1995), 과학기술훈장 도약장(2009)을 수훈한 국내 원자력 학계의 권위자다. ‘하나로’ 개발 당시 노심과 원자로 설계를 도맡았다. 한국원자력연구원 부원장을 거쳐 현재 연구위원으로 있다. 올해 9월부터 제30대 한국원자력학회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 본지 인보길 회장과 대담 중인 김학노 한국원자력학회 회장.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김학노 한국원자력학회 회장과의 대담은 27일 오후 서울 중구 <뉴데일리> 본사에서 이뤄졌다.

<인> 인보길 뉴데일리 회장 / <김> 김학노 한국원자력학회 회장

<인> 18일에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배경이 궁급합니다.

<김> 전기만큼 좋은 에너지도 없습니다. 정부가 4차 산업혁명 위원회까지 만들었는데, 4차 산업의 밑바탕은 싸고 안전한 전기입니다. 비싸지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없죠. 그런데 지금 정부 에너지정책을 보면, 예컨대 전기차 늘리겠다면서 싸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원은 축소하겠다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목소리를 내야겠다 생각해서 우리 학회가 나섰습니다.

<인>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우려를 나타내는 기자회견을 과거에도 한 적이 있었나요.

<김> 과거 정권 때는 없었습니다. 이번이 처음입니다.

<인>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김> 정부는 국민이 행복할 수 있도록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마련해야 합니다. 오늘 같이 추운 날에는 난방비 많이 써야 하는데, 돈 없는 사람들은 전기 비싸면 못쓰거든요. 정부는 매 2년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계획은 5년마다 수립하는데, 지금까지는 전문기관의 예측보다 더 높게 경제성장률을 잡아서, 이것을 기준으로 발전원별 비중을 조정합니다. 예를 들어 화력발전 비중은 얼마, 신재생에너지는 얼마, 원자력은 얼마 하는 식으로요. 이때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문가들이 가격, 환경, 안전 등 다양한 요소를 시뮬레이션해서 정부에 정책을 제안하면 정부가 수용, 발표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떤 방법으로 했는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성장률도 낮게 잡아서 필요한 전력량을 상대적으로 적게 예상한 측면이 있습니다.

<인> 이 문제에 대해 원자력학회 회원들의 견해는 어느 정도 일치하고 있나요?

<김> 모두 위기 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100% 원자력을 하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원자력, 석탄, LNG, 신재생 모두 나름의 가치를 갖고 있어요. 정부가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정책이 달라집니다. '우리는 싸게만 할 거야'라고 하면 석탄과 원자력만 늘려나가면 됩니다. 석탄에 있는 환경성을 고려하면 줄이면 되고요. 그런데 LNG를 우리가 천연가스라고 부르다 보니, 굉장히 무공해로 알려져 있는데 LNG도 공해 무척 많이 발생시킵니다. 특히 초미세먼지가 문제입니다. 석탄은 pm10(미세먼지)를, LNG는 pm2.5((초미세먼지)를 많이 배출시킵니다.

<인> 학회는 지난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섣부른 판단은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사실상 포기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비한 온실가스 및 미세먼지 저감 대책도 모두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하셨죠?

<김> 석탄이나 LNG가 늘어나면 결국 그렇게 됩니다. 원자력은 이산화탄소 배출이 최저수준입니다. 태양광보다도 적습니다.

<인>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 중단방침을 밝히면서, 관련 산업의 고사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김> 정부 정책이 이렇게 흘러가다보면 원자력 산업 생태계는 서서히 없어집니다. 회사들이 문 닫고 나면 결국 중국제 부품을 사서 쓰는 상황이 벌어질 거에요. 계속 탈원전 정책을 고수한다면 2020년대에는 중국이 우리를 뛰어넘을 겁니다.

<인> 과거 정권은 원전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갖고 있었습니까

<김> 후보 시절 원자력에 호의적이지 않았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당선 이후 인수위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잘못 알았구나, 지지자들이 있기 때문에 완전 퇴출은 어렵겠지만 국가 경영이라는 관점에서 현상유지는 해야겠다' 그렇게 해왔어요. 최소한 그래야 하는데 지금 정부는 아쉽죠.

<인> 정부는 탈원전을 기조로 신재생에너지와 화력발전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압니다. 정부 정책 어떻게 보십니까.

<김> 일단은 LNG 비중을 늘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친환경이라는 인식도 있고 이미지도 나쁘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에너지 종속이 문제가 됩니다. 수출국가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비축할 수 있는 능력도 부족해요. 도입에 문제가 생기면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죠. 대통령이 미국 순방에서 셰일가스 사겠다고 했는데, 이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미국 현지에선 무척 저렴한데 운송비가 만만치 않구요. 미국에서 3.5달러인게 우리나라 들어오면 운송비, 저장비 등으로 11.5달러가 돼요.

 


▲ 본지 인보길 회장과 대담 중인 김학노 한국원자력학회 회장.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인> (정부는) 신고리 원전 개발도 민의에 맡기겠다면서 공론화위원회 만들었죠.

<김> 원자력 전문가는 배제해놓고 시민들 데려다 2박3일 합숙까지 하면서 최종결론을 내렸는데, 굉장히 위험한 결정입니다. 전문가들은 배제시켜놓고 여론에 따라서 정책 결정하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어요. 정부는 (공론화위 활동을) 굉장히 좋은 사례 중에 하나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전문 분야는 전문가한테 맡겨야 합니다.

<인> 신재생에너지가 원자력을 ‘대체’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불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사우디아라비아같은 곳, 일조량도 많고 얼마나 좋습니까. 거기에 태양광 깔리면 얼마나 좋겠어요. 하지만 못합니다. 온도가 너무 높으면 효율이 너무 나빠지고 솔라셀 수명이 짧아지기 때문이죠. 또 모래폭풍 한번 오면 전부 결딴납니다. 솔라셀은 청소를 잘해주는 것도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기 때문에 먼지 한번 끼면.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중국에서 황사 한번 날아오면 결딴나는 거에요. 솔라셀도 그렇고 풍력도 그렇고, 땅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 만만한 땅이 없어요.

<인> 산악지대가 많죠.

<김> 산악지대에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설비 올리면 자연훼손은 불가피합니다. 풍력발전기 날개 하나가 48미터라, 지름으로 하면 100미터에 육박합니다. 솔라셀도 그렇고 풍력발전기도 그렇고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굉장히 큽니다. 바람개비 돌아갈때 나오는 저주파, 이것 때문에 동물들이 못산다는 말도 있어요. 이런 부분 본다면 ‘대체’는 불가합니다.

<인> 탈원전 주장하는 많은 분들은 그 근거를 해외사례에서 찾습니다.

<김> 각 나라가 처해있는 지정학적 요건에 따라 다릅니다. 독일은 해상풍력이 발달돼 있고요. 노르웨이는 수력이 거의 다 차지하고 있어요. 스위스도 마찬가지로 수력이 막강합니다. 알프스에서 눈이 1년 내내 녹아들기 때문이죠. 프랑스는 원자력이 75%로 가장 많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원자력을 50%로 줄이겠다고 선언했다가 불가능하다고 바꿨습니다.

<인> 김 회장께서는 원전을 직접 설계한 경험자인데, 국내 원전의 안전성 어느 정도 자신하십니까?

<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해외도 100% 안전하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지진 관련해서도 가장 안전한 곳이 원자로 건물입니다. 후쿠시마 지진 때도 원전 손상은 없었어요. 쓰나미에 발전기가 침수되고 냉각장치가 고장나면서 문제가 터졌는데, 우리나라는 쓰나미가 와도 피해가 없도록 방벽을 세웠어요. 설계할 때 원자로 바로 밑에서 지진이 일어나도 지켜낼 수 있도록 견고하게 설계돼 있습니다.

<인> 태양광발전 효율을 이야기할 때, 실시간발전량이나 설계용량, 연간총발전량 개념 중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진다고 하는데, 설명 부탁합니다.

<김> 태양광은 기본적으로 저장에 한계가 있습니다. (발전한 전기를) 저장해뒀다가 저녁이나 우천 시에 꺼내 쓰면 좋을 텐데, 저장에 한계가 있으니 실시간으로 발전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총발전량이 기본이 돼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태양광에서 중요한 것은 실시간발전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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