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내 도시형 생활주택 10만여 가구 밀집... 보강 공사 진행률 등 실태 파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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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지난 2015년 의정부 아파트 화재 참사 직후 서울시가 '화재 종합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도시형 생활주택 건축 기준을 강화했다.ⓒ사진=뉴시스
    ▲ 지난 2015년 의정부 아파트 화재 참사 직후 서울시가 '화재 종합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도시형 생활주택 건축 기준을 강화했다.ⓒ사진=뉴시스

     

    제천 화재 참사 당시 대형 인명 피해를 일으킨 원인이 건축물 구조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도시형 생활주택이 밀집한 서울시 소재 건물 안전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21일 일어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 화재 참사는 2015년 경기 의정부 아파트 화재 사고와 많이 닮아 있었다.

    큰 인명 피해를 초래한 두 화재 사건의 공통점은 바로 건물 형태가 통풍이 잘되는 필로티 구조라는 점과 불에 잘 타는 드라이비트를 외벽 마감재로 사용했다는 점이었다.

    필로티 구조는 벽 없이 기둥으로 상층부를 지탱하는 건물 구조로 알려져 있다. 통풍이 잘되기 때문에 불이 윗층까지 빠르게 옮겨 붙는다. 드라이비트 공법은 단열을 위해 외벽에 스티로폼을 붙이고 그 위에 시멘트를 덧바르는 형식이다.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화재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불법 주정차 차량들로 인해 초동 진압에 실패해 사상자 규모를 더욱 크게 키웠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1층 주차장에서 발생해 윗층으로 옮겨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센터 주변 주정차 차량들로 인해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이 진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의정부 화재의 경우도 비슷하다. 불법 주정차 차량들로 인해 소방차 진입이 지연되며 초동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50여분이 지나서야 본격적인 진화작업에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의정부 참사가 제천 화재와 다른 점 중 하나는 바로 도시형 생활주택이라는 점이다. 이는 저렴한 가격에 공급한다는 취지로 일반 공동주택보다 완화된 규제 하에 건축됐다.

    인구가 가장 많이 밀집된 서울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드라이비트 공법과 필로티 구조 등으로 주로 건축되는 도시형 생활주택이 화재 사고에 취약하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이미 10만여 가구의 도시형 생활주택이 지어진 서울시도 건물 안전 관리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2015년 의정부 참사 직후 화재 종합비상대책회의를 열고 비슷한 유형의 화재 사고를 막기 위해 신축 도시형 생활주택 심의 기준을 강화했다.

    6층 이상 건물일 경우 드라이비트 공법을 금지하고 1층 필로티 천장 마감재를 비가연성 재료로 시공할 것을 의무화한 것이다. 또한 스프링쿨러 설치 의무대상을 기존 11층 이상에서 6층 이상 건물로 강화했다.

    이미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도시형 생활주택에는 이같은 화재예방시설을 설치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보강공사에 대략 1,000만원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해 설치 비용을 낮은 이자로 융자해준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서울시가 세운 방침이 제대로 지켜졌냐는 것이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2015년 심의 기준 강화 이전에 지어진 도시형 생활주택 보강공사 진행 비율은 어느 정도 됐느냐'는 질문이 대해 "(정확히 확인이 되지 않아) 파악해 봐야 한다"고 답했다.  

    특히 일부 건물주는 보강공사를 진행하거나 화재예방 시설을 설치하더라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성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장치를 쓰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국회 국토교통위 윤영일 국민의당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서울 지역 내 5,289동의 도시형 생활주택 중 88%에 해당하는 4,664동이 필로티 구조물이다.

    또한 진입로가 협소한 곳은 1,568동이었으며 화재보험에 가입된 곳은 겨우 669동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필로티 구조물은 화재 뿐만 아니라 지진에도 취약한 것으로 지난번 포항 지진 사태 때 확인된 바 있어 재난 발생시 위험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시공사가 건축허가를 신청할 때 건축법 위반이나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비교적 쉽게 건축허가를 내주고 있어 건축 허가 기준 강화에 대한 목소리도 점차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2015년 1월 10일 오전 9시 27분경 발생한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는 4명 사망 126명 부상 등 130명의 인명피해와 46억원의 재산손실을 기록했다. 21일 오후 3시 53분경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사망 29명, 부상 29명의 인명피해를 냈다. 재산피해 규모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