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특위 본회의 보고서 통과된 날, 이외수 함양서 문화예술강연 나서
  • ▲ 강원도 화천군 감성마을.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강원도 화천군 감성마을.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이외수 퇴거 조치' 내용을 담은 행정사무조사 결과보고서가 화천군의회에서 통과된 가운데, 이외수의 고향인 함양에 '격외선당'(格外仙堂) 현판이 걸린 것이 확인됐다.

    이외수는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집필 공간인) 화천을 반드시 지키겠다"면서도 "다음 작품은 화천에서 쓰지 않겠다"고 언급해 화천과 함양 양쪽을 오가겠다는 의도를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화천 지역주민들은 이외수의 버티기 행보와 관련해 "(거취) 논란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농후한데 이제 당사자 스스로 명확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강원도 화천군의회 행정사무감사 특별위원회(위원장 박정순)는 21일 제237회 정례회 3차 본회의에서 감성마을 행정사무조사 결과보고서 원안을 의결하고 군 기획감사실로 이송했다.

    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송한 날로부터 군은 20일 안에 검토를 마무리해야 하며 이외수 측은 30일 안에 의회 요구사항을 따를지 결정해야 한다. 내년 1월 말에서 2월 초 중에 퇴거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날 본회의에서 함양군 거주공간 및 현판 관련 내용은 따로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함양군은 예산 2억5,000만원을 투입, 안의면 율림마을에 2층 130평 규모의 이외수 집필공간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해당 건물 출입구에는 이외수 서체로 쓰인 '격외선당' 현판이 걸려 있다.

    '격외'는 이외수의 호다. 이외수는 "(격외선당 현판을) 차기작을 집필할 공간에 걸겠다", "다음 작품은 화천에서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해왔다.

    ◆"양다리는 못참는다" 격분한 화천군민들

    화천의 한 주민은 이외수의 거취 논란과 관련해 "함양에 현판까지 걸었다면 이제는 정말 떠나야 한다"며 "(이외수는) 정작 얘기를 해야 할 주민들과는 하지도 않고,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만 하려고 하는데 아직도 방향을 잡지 못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화천 지역단체 관계자는 "함양이 (이외수에게) 접근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양쪽을 왔다갔다 한다는 건 묵과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지역단체 관계자는 '함양에 이외수의 거주공간이 마련됐고 현판까지 걸렸다는 보도가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이외수가) 법과 원칙 위에 있겠다고 하면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했다.

    화천군 관계자는 "이외수 작가가 만약 함양으로부터 그런 제의를 받았다면, 계약이 됐든 안 됐든 미리 계약한 화천군에 양해를 구한다든지, 의견 타진을 하는 등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 아니냐"며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화천군 관계자는 "법적 근거에 의해 세부사항을 마련한 뒤 서로 계약서에 담고자 하는 내용에 대한 교차 회람을 거쳐 합의되면 계약이 성립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하면 끝나는 것이다. 이중계약을 맺는다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거리낌 없이 함양 강연 나선 이외수

    군의회와 화천군청은 보고서 요구안과 이외수 측의 입장이 확정될 때까지 판단을 유보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외수는 논란의 진원지인 함양에서 직접 강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화천군의회 관계자는 "이외수 작가는 이미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담담히 말하면서도 "과연 군민들이 (이외수의 양다리 입장을) 수용할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이외수) 본인이 판단하는 것을 일단 주시하겠다는 것이지, 다 받아주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2014년에 화천군과 이외수 측은 MOU를 체결했다. '갑(화천군)은 감성마을 등 시설을 조성해서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을(이외수)는 지역 문화발전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골자다.

    화천군의회 관계자는 논란의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남의 집에서 살아도 계약서를 쓴다. 아무리 전임 군수가 들어와 살라고 했어도, 군 예산을 투입해 들어와 사는데 어떤 행정적 조치 없이, 계약서 하나 없이 있다는 게 문제다. 집행부도 세부 계약 제대로 안 한 잘못이 있다. 법이라는 테두리에서 보면 이외수는 공유재산을 불법 점유한 상태이고, 그래서 이제라도 집행부에 요구한 것이다."

    "군이 시설을 다 조성해서 누군가에게 사용하도록 하겠다는 건,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건데 그러려면 지방자치법 39조에 의해 의회 동의를 받게 돼 있다. 이제껏 그런 게 없었으니 문제를 삼는 것이다. MOU 각서는 법보다 우위에 있을 수 없다. 진작 했어야 했는데, 이제라도 절차를 밟으면 제대로 된 계약서가 작성될 것이다."

    화천군청 관계자는 "오늘(21일) 관련 내용이 의결됐으니 요구사항이 공식적으로 결정되면, 어떻게 대처할지 내부 논의를 거쳐 입장을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한편, 함양군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이외수는 함양군 안의면 율림마을에서 '함양문화예술강연'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율림마을은 이외수의 거주공간이 마련된 지역이다.

    이 소식을 들은 화천군 주민들은 "군민의 입장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본인의 편의만 생각한 행동이 아니냐. 우리가 아무리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들, 본인이 가겠다는 데 그걸 가지고 뭐라 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씁쓸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