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이엔씨 대표로 재직하며 회사 자금 빼돌린 혐의
  • 1990년대 초반 '오늘 같은 밤이면', '먼훗날에' 등을 히트시키며 높은 인기를 구가했던 가수 박정운(52)이 2,000억대 가상화폐 사기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앞서 박정운을 사기 사건 연루 혐의로 출국금지 조치하고 그가 대표로 있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INNO EnC(이노이엔씨)' 본사를 압수수색한 인천지방검찰청 외사부(부장검사 최호영)는 "박정운이 지난 7월 이노이엔씨 설립 과정에서 자본금 80억원을 가장납입한 뒤 다시 인출해 가상화폐 채굴기 투자사기단에 돌려주고, 회사 자금 4억 5,000만원을 수차례 소비하는 등 상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 혐의가 짙다고 보고 재판에 회부했다"고 2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미국 시민권자인 마이닝맥스(MINNING MAX) 박OO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가상화폐 '이더리움(Ethereum)'을 생성할 수 있는 채굴기에 투자하면 수익금을 가상화폐로 돌려주겠다고 속여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2,000여억원 중 상당액을 빼돌린 뒤 해외로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닝맥스 사기 사건의 '몸통', 박OO 회장은 자금 세탁 등을 목적으로 다수의 계열사들을 만든 것으로 전해졌는데, 박정운이 대표를 맡고 있는 이노이엔씨도 박 회장이 지난 7월 100억원을 들여 설립한 회사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검찰은 무등록 다단계 방식으로 채굴기를 팔고 투자금 상당액을 가로챈 박OO 회장 등 '최상위 투자자' 다수를 지명수배하고, 사기 및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마이닝맥스 관계자 18명을 구속기소했다.

    '이더리움'은 러시아 이민자 출신 캐나다인 비탈릭 부테린이 2014년 개발한 가상화폐로, 거래 명세가 담긴 블록이 사슬처럼 이어져 있는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박OO 회장은 투자자들에게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이더리움을 채굴할 수 있는 '채굴기(마이닝)'를 구매할 것을 권유하고 채굴된 이더리움 수익을 6:4로 나누자는 제안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익 배분 방식은 신규 투자자를 데려오는 상위 투자자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 마이닝맥스 본사는 미국에 있으나 채굴기 운영과 전산 관리 등은 국내에서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