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법인 급증 전망…"국내투자 14% 줄 것"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놓은 세제개혁 법안이 다수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언론들은 "미국에서 31년 만에 가장 큰 범위의 세제개혁"이라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21일 오전 뉴시스·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미 하원은 전날(20일 현지시간) 본회의를 열고 1조5000억 달러(1623조원) 규모의 감세를 골자로 한 세제개편 단일안에서 상원 규정에 위배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조항들을 제외한 뒤 가결한 법안에 대해 재투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 찬성 224표, 반대 201표로 감세안이 통과됐다.
    이번 세제개편안에는 현행 최고 35%인 법인세율을 21%로 낮추고, 개인소득세 역시 내린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기존의 경우 개인 소득세율이 최저 10%부터 최대 39.6%였다. 소득에 따라 모두 7단계로 구분돼 있었다.

    미국의 새로운 소득세율은 소득 9,525달러(부부 1만 9,050달러) 미만인 최저 소득구간은 소득세율을 10%로 그대로 고정하는 대신 차상위 계층을 비롯해 소득세율 33%를 적용받던 15만 7,500달러부터 20만 달러(부부의 경우 31만 5,000달러에서 40만 달러)의 고소득층들에 대해 세율을 조금씩 낮췄다. 이에 따라 기존의 소득세율 10%, 15%, 25%, 28%, 33%를 적용받던 사람들은 각각 10%, 12%, 22%, 24%, 32%의 세율을 적용받게 됐다.

    이번 세제 개혁으로 가장 많은 혜택을 보게 된 계층은 8만 2,500달러에서 15만 7,500달러(부부 16만 5,000달러에서 31만 5,000달러) 구간에 해당하는 중산층들이 됐다. ‘부자감세’라는 일각의 지적과 달리 연 소득 50만 달러(부부 60만 달러) 이상인 사람에게 적용하는 세율은 기존의 39.6%에서 37%로 2.6%밖에 줄지 않았다.
    미국의 세제 개혁안은 개인뿐만 아니라 법인에 대한 세율도 대폭 낮췄다. 이제는 북미를 넘어 유럽 일부 국가들과도 경쟁이 가능하게 됐다.
    북미 지역에서 미국의 ‘경제적 경쟁상대’인 캐나다는 미국과 비교해 낮은 법인세율을 유지해 왔다. 2007년까지 법인세가 34%였던 캐나다는 2008년 31.4%, 2010년 29.4%, 2011년 27.6%, 2012년 26.1%로 법인세를 계속 낮춰 상당수 미국 기업들을 흡수했다. 최근에는 약간 올랐다고 하나 그래도 26.5% 수준이다.

    일본은 2011년까지 40%였던 법인세를 2012년 38%, 2014년 35.6%, 2015년 33.8%, 2016년 30.8%, 2017년 29.9%로 계속 낮추고 있다. 해외로 떠난 자국 기업의 귀환을 촉진하고 내수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명목에서다.

    유럽 국가들 또한 기업들을 붙잡기 위해 법인세 인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영국은 2014년까지 28%였던 법인세를 2015년 20%로 인하했다. EU탈퇴(브렉시트)가 결정된 뒤에는 자국에 있는 기업들을 묶어두고자 2020년까지 15%로 낮추기로 했다. 스페인은 2015년까지 법인세율이 28%였으나 2016년에 25%로 내렸다. 독일은 2007년 38.4%나 됐던 법인세를 29.5%로 낮춘 뒤 이 같은 수준을 10년째 유지하고 있다.

  • 동유럽 기업들은 더욱 파격적이다. 헝가리는 2016년까지 19%였던 법인세율은 올해 9%까지 낮췄고, 그루지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은 15%밖에 안 된다. 불가리아는 10%에 불과하다. 중립국 스위스는 17.9%라고 한다.

    이들의 경쟁 상대는 법인세율이 12.5%에 불과한 아일랜드다. 아일랜드는 덕분에 전 세계 유명 다국적 기업들의 본사를 대거 유치했다. 아일랜드 정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16년에는 ICT 기업에 한해 법인세율을 6.5%까지 낮추겠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부국으로 알려진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 가운데 바레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법인세가 0%다. GCC의 다른 회원국들도 카타르 10%, 오만 12%. 쿠웨이트 15%, 요르단 20%로 나타나 비교가 됐다.

    이처럼 대기업과 능력 있는 개인들이 국경을 넘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현실에서 각국 정부는 이들에게 더 매력적인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법인세와 소득세를 낮추려 노력하고 있다. 2016년 기준 OECD 회원국의 평균 법인세율은 22.5%였다. 2000년 30.2%에 비해 8% 이상 낮아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도로 진행된 세제개편안이 의회 최종 관문을 통과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우린 이제 미국 경제엔진에 로켓연료를 퍼붓게 됐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통과된 세제개편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만 남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가 개원하는 22일까지는 법안에 사인하겠다는 의향을 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세제개편안이 내년으로 넘어갈 경우 예산 관련법상 기술적 문제를 보류할 수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새해로 법안 서명을 미룰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을 미룰 경우 세제개혁 법안은 2018년 1월1일로 소급 적용돼 연초부터 법인세 인하 등이 시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반면 한국은 이 같은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16년 10월을 전후로 정치권에서는 법인세 인상을 논의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2017년 5월 정권이 바뀐 뒤부터는 정부가 법인세 인상을 주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증세를 하더라도 초대기업에 한정될 것”이라며 법인세 인상 방침을 거듭 밝혔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회의 전날 “과세지표 2,000억 원 이상인 기업에 대해서는 법인세율을 25%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법인세율 22%에서 3%를 인상한 수준이며, 향후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