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무위·전당원투표·전당대회서 저지 쉽지 않아… 결국엔 분당 불가피?
  •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0일 오전 바른정당과의 중도통합 안건을 전당원투표에 부의하는 제안을 하기 위해 국회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0일 오전 바른정당과의 중도통합 안건을 전당원투표에 부의하는 제안을 하기 위해 국회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의원단 다수를 점하는 "통합 반대" 반발에 귀를 닫고, 중도통합의 '마이웨이'로 치닫기로 결단함에 따라, 창당 2주년을 앞둔 국민의당의 미래는 누구도 전망할 수 없는 깊은 안갯속에 휩싸였다.

    안철수 대표는 20일 오후 통합반대파 의원들이 장악한 의원총회에 불참하고, 익일 당무위원회의 소집을 예고했다.

    국민의당 당헌 제5조 1항 5호에 따르면, 당무위는 전당원투표에 회부할 안건을 의결할 수 있다. 당무위에서 바른정당과의 중도통합에 관한 안건을 전당원투표에 회부하기로 의결하고, 연내에 투표를 마쳐 새해에 통합을 달성할 동력과 명분을 획득한다는 방침이다.

    전당원투표에서 "통합 찬성" 의견이 다수로 나타나면 이를 근거로 당무위에서 임시전당대회를 소집해 합당을 의결한다.

    이 단계에서 안철수 대표는 당대표직을 내려놓고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자연스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되는데 21일 귀국할 손학규 상임고문이 비대위원장을 맡아 바른정당과의 중도통합을 완결하고 통합정당의 초대 당대표가 된다는 '그림'이 정치권에 무성하다.

    문제는 이러한 통합찬성파의 '밑그림'이 '그림'으로 그대로 그려지도록 통합반대파가 가만히 두고만 보고 있겠느냐는 점이다.

    통합반대파는 합당을 전당원투표에 부의하는 것은 독재적 발상이라 비판한다.

    당헌 제13조 1항 5호에서는 당의 합당에 관한 사항은 전당대회의 권한으로 규정하고 있다. 같은 조 2항에서는 전당대회가 이 권한을 중앙위·당무위에 위임할 수 없도록 특별히 따로 정했다.

    합당이라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다른 기구에 위임할 수 없도록 따로 정하고 있는데, 당헌·당규에 특별한 근거가 없이 전당원투표에 회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김수민 원내대변인도 이날 의총 산회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의총에서) 합당은 당헌·당규상 전당대회 의결사항인데 전당원투표로 결정될 사항이 아니라며, 안철수 대표의 발표는 당헌·당규 위반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이날 의총에서는 통합반대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역(逆)으로 당대표불신임결의안의 의결이 주장됐다.

    당헌 제77조 2항에 따르면, 의원총회에서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을 할 수 있다.

  • ▲ 국민의당 정동영·장병완·유성엽·황주홍·박준영 의원 등 통합반대파 의원들이 20일 오후 소집된 의원총회에서 고심에 빠져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정동영·장병완·유성엽·황주홍·박준영 의원 등 통합반대파 의원들이 20일 오후 소집된 의원총회에서 고심에 빠져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 정족수가 채워졌는지를 놓고서도 통합찬성파와 반대파 사이에 논란이 있으나, 설혹 정족이 채워졌다 해도, 의원총회는 당헌·당규상 당대표를 불신임할 권한은 없기 때문에 어떤 구체적인 효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의민주주의·의회민주주의 체제에서 당 소속 의원들의 총의(總意)가 모이는 의원총회에서 당대표의 불신임이 의결됐다는 것은 정치적 상징성이 크다. 통합반대파는 이로서 안철수 대표가 당대표로서의 권위와 정당성을 잃었다고 보고 '당내당' 식의 독자 행보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이날 의총 직후 취재진과 만나 "안철수 대표는 이제 당대표로서의 신뢰와 권능을 갖기 어렵다"며 "식물대표다. 대표로서는 끝난 대표"라고 단언했다.

    아울러 21일 당무위나 그 이후에 어떤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전당원투표는 무효"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처럼 통합반대파가 "절차의 무효"를 주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안철수 대표가 통합을 향한 절차를 밟아가기 시작하면 이를 저지하기는 쉽지 않다.

    당무위나 전당원투표는 이미 안철수 대표 쪽에서 다 계산이 끝나고 확신이 선 단계라고 봐야 한다. 결국 전당대회에서 저지할 수밖에 없는데, 이 또한 세(勢)로는 저지가 쉽지 않다. 자칫하면 70년대 식으로 전당대회장에서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는 구태정치의 모습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당무위·전당대회의결무효 가처분신청이나 당대표직무정지 가처분신청 등 사법적 대응을 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인용가능성은 낮아보인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분당(分黨)해서 신당을 결성하는 게 손쉬운 대안이지만, 현재로서는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녹록치 않다.

    당장 이날 의총에서 당대표불신임결의안을 의결하자고 통합반대파 의원들이 개인 신변 관련으로 운신이 여의치 않은 박지원 전 대표까지 불러냈지만, 그럼에도 독자적으로 20명을 채우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안철수 대표가 계속해서 통합의 "마이웨이"를 밟아나가면, 통합반대파 의원들은 원하지 않는 당적(黨籍) 변경이 이뤄지기 직전에는 부득불 정치적 결단을 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민의당 핵심관계자는 이날 "이미 분당까지 각오한 의원들도 있지만, 당이 깨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탈당파로 원내교섭단체 결성이 가능할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라며 "합당이 강행되면 원하지도 않는 당으로 묻혀갈 수는 없으니, 절차가 진행될수록 통합찬성파·반대파 쌍방의 움직임이 급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