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합훈련 연기 카드 꺼냈지만 北 도발 확신성 없어… 美-中 움직임도 불투명
  •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경강선 KTX 열차 안에서 NBC와 인터뷰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경강선 KTX 열차 안에서 NBC와 인터뷰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 중단을 전제로, 평창 올림픽 기간 중 한미 연합 훈련을 연기하자는 승부수를 던지자 청와대 안팎이 주변국 동향과 여론의 추이를 살피며 긴장한 모습이다.

    올림픽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평화를 취하겠다는 의도지만, 정작 전제조건인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는데다, 미국이나 중국의 움직임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0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평창 올림픽 기간 중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연기와 관련해)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며 "(미국으로부터) 답변을 들은 것은 없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희가 (훈련 연기 제안을 미국 측에) 전달한 것은 확실하다"며 "평창 올림픽 기간 및 패럴림픽 기간에 포함된 합동군사훈련만을 연기하겠다는 취지라는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이같은 언급은 앞서 문 대통령이 지난 19일 〈NBC〉와 KTX경강선 안에서 인터뷰 한 내용에 대한 부연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한미 양국은 올림픽 기간에 합동 군사 훈련을 연기하는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라고 했다. 평창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한반도 평화 무드를 조성할 방안으로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언급한 것이다.

    한미연합군사훈련 연기나 축소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해왔던 청와대의 입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청와대는 그간 북한의 도발이 계속돼 단호한 대응이 필요한 시기에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연기하는 등의 방안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았다.

    특히 문 대통령이 이번에 말한 평창 올림픽 기간의 한미군사합동훈련에는 키리졸브 훈련이 포함돼 있다. 이 부분은 미군과도 협의가 필요해 문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모든걸 다 충분히 고려 감안하고 대통령이 말씀하셨단 말을 드린다"고 했다.

    왜 청와대는 돌연 한미합동군사훈련 연기를 언급했을까.

    이는 청와대가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북한에 접근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 대통령이 언급한 한미연합군사훈련 연기는 중국 측이 제시한 해법인 '쌍중단'과 유사하다. 한중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이 제시하는 대북해법도 활용해 보는게 아니냐는 설명이다.

    '쌍중단'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내놓은 북핵 문제의 해법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활동과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지난 14일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4개 원칙에 합의했다.

    여기에는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한반도의 비핵화 원칙을 확고하게 견지한다 ▲북한의 비핵화를 포함한 모든 문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한다 ▲남북한 간의 관계 개선은 궁극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 등이 포함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올림픽을 평화적으로 치르자는 부분에 국한 된 것"이라면서도 "개별적인 사안이라고 분리하고 있지만 올림픽이 평화롭게 개최되고 대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모든 논의들이 가능하지 않겠냐"고 했다.

    또한 "(문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에 대한 사인일 수도 있다. 또 평창 올림픽에 대한 휴전결의안도 냈지만 한반도 평화 정착시킬수 있는 계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단 선을 긋긴 했지만, 북한이 도발을 멈춘다면 이를 계기로 향후 대화 테이블로 나설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 관계자는 "단정적으로 말할 사안 아니라 보이고, 그 이후 상황은 포괄적으로 한·미-북·미간 가야하는 길과 관련해 해법이 나오지 않으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만 북한이 이같은 제안에 따라 도발을 멈춘뒤 대화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우리나라가 북한의 도발 중단을 전제로 기다리는 자세를 취한 만큼 대화 재개 여부를 결정할 주도권은 북한으로 넘어간 상태다. 대화를 하더라도 최대한의 협상력을 끌어내야 하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대화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전망이 뒤따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다시 도발하면 관련 논의를 전면 백지화 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처음에는 "그건 당연히 연동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했다가 관련 질문이 이어지자 "어쨌든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것으로 해석해 달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북한 쪽의 도발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표명하신걸로도 볼 수 있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17일 취임 100일 간담회에서 북한의 레드라인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북한이 ICBM 탄도미사일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서 무기화하게 되는 것"이라며 경고성 메시지를 날렸다. 그러나 북한은 이에 아랑곳 않고 총 15회, 20발의 탄도미사일과 함께 6차 핵실험 도발을 감행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