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北과 합작 ‘고려링크’로 3G 서비스…대북제재로 철수 결정
  • ▲ 이집트 최대 재벌 '오라스콤'도 결국 북한에서의 사업을 접고 철수한다고 밝혔다. ⓒ오라스콤 관련 쿠글TV 보도화면 캡쳐.
    ▲ 이집트 최대 재벌 '오라스콤'도 결국 북한에서의 사업을 접고 철수한다고 밝혔다. ⓒ오라스콤 관련 쿠글TV 보도화면 캡쳐.


    북한에 휴대전화 통신망을 구축해주다시피 했던 이집트 통신기업 ‘오라스콤’이 9년 만에 빈손으로 철수했다고 한다. 북한 정권에게 철저히 이용만 당하고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

    ‘뉴시스’는 지난 19일 “북한에서 이동통신사업을 해 온 이집트 통신업체 ‘오라스콤’이 지난 11월 초 북한에서 서비스를 중단하고, 현재 완전 철수를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뉴시스’는 日정보당국과 통신업계 등을 인용해 “오라스콤은 북한의 핵무기 및 미사일 도발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가 강화되고 있는데다 미국의 압력이 강해지자 북한에서 완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면서 “다만 북한 철수 절차를 원만히 처리하기 위해 아직은 사업중단 결정을 공식 발표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시스’는 “이집트 최대 재벌 회사인 ‘오라스콤’은 2011년부터 계열 금융기업 ‘오라뱅크’의 평양 지점도 운영해 왔으나 2016년 12월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와 美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대북제재안이 나오자 폐쇄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뉴시스’가 북한에서의 사업 철수 소식을 전한 ‘오라스콤’은 1950년 ‘온시 사위리스’가 설립한 기업으로, 현재 이집트 최대 재벌로 알려져 있다.

    ‘오라스콤’은 과거 이집트와 북한 간의 우방 관계를 등에 업고 북한과의 합작 사업을 시작했다. 2008년 북한 정권과 합작해 ‘고려링크’라는 이동통신회사를 북한에 설립한 뒤 휴대전화 보급과 통신망 구축을 도맡다시피 했다. 당시 ‘오라스콤’은 북한 측에 4년 동안 4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오라스콤’의 ‘고려링크’ 지분율은 75%였다.

    ‘오라스콤’은 ‘고려링크’ 사업이 잘 진행되자 ‘오라뱅크’ 평양 지사를 세우고, 평양 류경호텔 공사에 참여하는 등 대북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휴대전화 보급이 활발해지면서, 2017년 현재 ‘고려링크’ 가입자는 약 35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라스콤’이 이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6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의 통제로 수익을 자국으로 가져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라스콤’이 북한에서의 사업 철수를 시작했지만, 북한 주민들은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뉴시스’는 “고려링크 가입자 350만 명은 북한의 다른 이동통신사 ‘별’로 이전이 됐지만, 휴대전화 사용자들은 자신이 가입한 통신사가 바뀐 사실도 모르고 있다”는 소식통의 이야기도 전했다.

    ‘뉴시스’ 소식통이 지적한 ‘별’이라는 통신사는 김정은 정권이 ‘고려링크’로부터 배운 노하우와 중국산 통신 장비 등으로 2015년 설립한 국영 업체로 알려져 있다. ‘자유아시아방송’ 등은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 정권이 ‘고려링크’ 가입자를 몰래 ‘별’로 빼돌리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집트 ‘오라스콤’의 북한 사업철수는 한국의 대북사업에 이어 북한과의 합작 사업이 결국에는 어떻게 망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꼽힐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