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제 개헌 이후 국회의원 경력 없는 인물 대통령에 당선된 적 없어
  • ▲ 더불어민주당 안희정 충남도지사.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더불어민주당 안희정 충남도지사.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지사직 3선 도전에 나서지 않는 것은 물론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까지 선을 그은 것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직선제 개헌 이후 의정활동 경력이 없는 인사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적은 아직까지 단 한 차례도 없다는 점을 들어, 대선가도를 염두에 두고 있을 안희정 지사의 진의는 아니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안희정 지사가 전날 충남도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재보선 출마를) 현재로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안희정 지사는 국회의원 경력이 단 한 차례도 없다. 대권주자로서는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 단행된 이래로, 국회의원 경력이 없는 인사가 대통령으로 선출된 적인 없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85년 2·12 총선에 서울올림픽 조직위원장 경력으로 민정당 전국구 3번을 받아 당선됐다. 이후 1987년 대선에서 당선된 뒤, 12월 22일 의원직을 사퇴해 2년여의 국회의원 임기를 마무리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각각 국회의원 9선·6선을 기록한 관록의 정치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1988년 4·26 총선에서 통일민주당 공천으로 부산 동구에서 당선된 뒤 초선 의원으로 5공청문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이후 보궐선거를 통해 15대 국회에 재진입한 재선 의원 출신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992년 3·24 총선에서 입지전적인 현대건설 사장 경력으로 민자당 전국구 25번에 전격 영입, 당선됐고, 1996년 4·11 총선에서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 출마, 노무현 전 대통령을 누르며 다시 당선된 재선 의원 출신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구 달성 보궐선거를 통해 15대 국회에 진출한 뒤, 19대 총선까지 같은 지역구에서 내리 5선을 달성한 중진의원이었다.

    이에 비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노태우 전 대통령과 함께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의정활동 경험이 짧은 축에 속하는데, 청와대 비서실에서 일한 경력밖에 없던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4·11 총선 때 부산 사상에서 출마해 당선, 이후 20대 총선에는 불출마하면서 초선 의원 출신으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런데 안희정 지사는 그 초선 의원 경력마저도 아직 없다.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 권력 분산이 논의되고, 그 어느 때보다 대통령이 국회와 소통하며 협치(協治)할 필요성이 커져가는 게 시대정신인데, 국회의원으로 의정활동을 해본 경험이 전혀 없는 인사가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부적절할 수 있다.

    국회의원 경험이 없다는 것은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후보 간의 토론회를 통해 약점으로 부각될 소지도 있다.

    정무감각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진 안희정 지사다. 또 한때 "집권여당 사무총장이 꿈"이라고 했던 적도 있다. 정당의 사무총장은 통상 3선 의원에서 보임한다. 원내 진입과 다선(多選)에 대한 의지가 애시당초 없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따라서 역대 대권주자들의 '성공루트'를 훤하게 꿰고 있을 안희정 지사가 내년 6·13 재보선 불출마를 시사한 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현재로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에서 "현재로서는"에 방점을 찍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안희정 지사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재보선 출마와 관련해 문(가능성)이 닫힌 것으로 볼 필요는 없다"며 "지금은 일단 닫은 모양새지만, 당의 요구가 있다면 상황을 다시 살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선당후사(先黨後私)의 명분으로 재보선에 전격 출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