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 주민들 "함양군 이주? 이중계약 맺었다면 절대 용납할 수 없어"
  • ▲ 강원도 화천군 감성마을, '이외수 문학관' 내부 모습.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강원도 화천군 감성마을, '이외수 문학관' 내부 모습.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화천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강원도 화천군의회 행정사무감사 특별위원회(위원장 박정순)가 소설가 이외수를 감성마을에서 퇴거 조치해야 한다는 결과보고를 채택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위는 지난 18일 화천군 공유재산을 점유하고 있는 이외수에 대해 5년치 대부료 추징·임대 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행정조치를 취한다는 보고서를 채택했다. 특위는 21일 군의회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보고서의 주요 골자는 계약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이다. 이후 마련된 법적 근거를 이외수가 따르지 않을 경우 퇴거 절차를 밟겠다는 얘기다.

    감성마을 조성사업은 지난 2004년 시작됐지만 화천군은 약 10년이 지난 후인 2014년 2월에야 이외수와 관련 MOU를 체결했다.

    화천군의회 관계자는 "사업이 완료되면 공유재산관리법에 의한 계약이 체결돼야 하는데 그 부분이 해결이 안돼 지금까지 이어져 왔고 이는 곧 행정의 불찰로 여겨진다"며 "화천군에서 이외수 작가에게 집필실 등 공유시설물을 무상으로 사용하게 했을 때는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그런 절차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단 5년치를 소급해 받고 임대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데 (이외수가) 응할지는 모르겠지만 불응할 경우 지방자치법 위반이므로 해당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감성마을에서 이외수가 점유하고 있는 공유재산의 범위와 집필실 5년치 임대 금액 등이 얼마로 산정됐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군의회 관계자는 "범위는 집필실(273㎡·82.6평)에 한정시켰고 금액은 아직 정확히 산정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아울러 "공시지가·건물 건축 원가 등 감가상각을 반영해서 비율에 따라 부과할 것이고 이는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상징적인 것"이라고 부연했다.

    ◆ "퇴거 이야기가 나온 것은 화천군 민심 때문"

    이외수를 둘러싼 논란의 본질은 바로 민심(民心)이었다. 

    김충호 화천군 번영회장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10여년 동안의 일을 갖고 이제 법적인 잣대를 들이대려니까 '퇴거'라는 말이 부각됐는데, 이 말(퇴거)에는 화천군의 민심이 담겨 있고 의회 결과는 민심을 반영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화천 주민들은 지난 10월 '이외수 퇴출 서명 운동'을 진행한 바 있다. 지난 8월 감성마을 문화축전 시상식에서 만취한 이외수가 최문순 화천군수에게 폭언을 퍼부은 것이 기폭제가 됐다. 당시 화천군 시민단체는 순수 주민 가구 106곳을 상대로 운동을 벌였다. 총 87가구가 서명해 82.5%의 찬성률을 기록했다. 당시 화천군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 사건을 일종의 '지역 탄핵(彈劾)'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만취 폭언 사건이 기폭제가 되긴 했지만 10여년의 세월 동안 이외수와 지역 주민 간 겹겹이 쌓인 앙금이 그만큼 축적됐다는 것이다.

    특위 관계자는 "법적 근거 마련의 이면에는 페이퍼에 담지 못한 부분이 많다"며 말을 꺼냈다.

    "민심이라는 게 있다. 이외수 작가를 모셔놓고 문화예술인과의 소통과 지역경제 발전 등을 원한 것이 화천군 민의였다. 하지만 그런 게 없었다. 지역 원로나 촌장 역할을 해달라, 군민을 여·야로 가르는 일을 하지 마라, 부인 전영자씨의 갑질과 지역민 무시. 그리고 트위터에서 온갖 정치적 발언. 작가라면 책을 써서 글로 말하면 되는데... 도대체 작가인지, 언론인인지, 정치인인지 알 수가 없으니까 곤란한 일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지역 정서나 감정 고려없이 막 뱉으니까, 그런 부분은 문서로 담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원로 그룹과 함께 정중히 (화천을 떠날 것을) 부탁드려볼까 한다"며 "이외수 작가가 화천에서 계속하겠다고 하면 외적인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따로 말해볼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 작가와의 상생도 염두해 두고 있는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일단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위법이 아닌데 강제 퇴거시킬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얘기다.

    '군민들이 이러한 방침에 동의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특위 관계자는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했다. 

    "감성마을 다섯 명 근무자들의 문제, 과연 투명한 채용과정이었는지에 대한 부분을 비롯해서 (이외수와 함께하자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단체나 군민들이 많아 논란이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전쟁 중에도 항상 협상테이블에 마주앉는 것이 기본이고, 법적 근거에 의해 성숙하게 의무를 다하는 게 중요하다."

     

  • ▲ 강원도 화천군청 전경.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강원도 화천군청 전경.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함양군 이주? 사전 협의는 전혀 없었다"

    지역 주민들은 최근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이외수의 함양군 이주' 내용을 두고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지난 18일 함양군 관계자를 인용해 "이외수 작가가 이달말 늦어도 내년초쯤 고향인 함양으로 올 것이고, 이외수 작가와 1년 중 화천과 함양에 절반씩 있는 것으로 이야기가 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함양군은 2억5,000만원의 예산을 투입, 안의면 율림리에 이외수의 거주공간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김충호 화천군 번영회장은 관계자는 "서로 신의를 갖고 최선을 다한다는 부분에 위배되는 양다리이자 이중계약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사실확인을 거쳐 정말 그렇다고 한다면 협약 위반이기 때문에 절대 받아들일 수 없고 그때야말로 퇴거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화천군 지역단체 관계자는 "지난 8월 화천군청 해당 실무부서에서 함양을 가서 보고 왔다"며 "함양군과 사전 협의는 전혀 없었다고 알고 있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관련 실무 공무원들은 일련의 과정에 대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굉장히 언짢아 했다"고 귀띔했다.

    지역 주민들도 "(이외수가) 화천과 함양 양쪽을 왔다갔다 한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편 이외수는 지난 18일 강원도민일보와 통화에서 "감정적 대응보다는 이성적 판단으로 잘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고 언급하며 화천을 떠날 의사가 없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하지만 화천지역 내에선 "이외수가 함양으로 떠나겠다고 언급해왔는데 이제 결단만 남은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