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 美보잉, 2016년 공중발사순항미사일(ALCM) 탑재 시험
  • ▲ 美보잉社의 'CHAMP' 소개 영상에 따르면, 미사일이지만 목표물을 명중시키는 것은 아니다. ⓒ美보잉社 소개영상 캡쳐.
    ▲ 美보잉社의 'CHAMP' 소개 영상에 따르면, 미사일이지만 목표물을 명중시키는 것은 아니다. ⓒ美보잉社 소개영상 캡쳐.


    지난 4일(현지시간) 美NBC는 “지난 8월 美백악관에서 열린 북한 대응 회의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대응책으로 마이크로파 무기 개발을 논의했다”고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해당 보도는 국내 언론에도 전해져 큰 관심을 끌었다.

    국내 언론들은 “CHAMP로도 알려진 마이크로파 무기는 공중발사 미사일에 장착돼 B-52 폭격기에서 발사되며, 사거리는 700마일(1,127km)로, 저고도로 적 영공에 진입해 전자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마이크로파 에너지를 발산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챔프(CHAMP)’라고 부르는 이 마이크로파 무기는 언제쯤 모습을 드러낼까?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막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CHAMP로 북한 탄도미사일을 막는 것은 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그 시기는 예상보다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챔프(CHAMP)’는 ‘對고에너지 마이크로파 미사일 계획(Counter-electronics High Power Microwave Advanced Missile Project)’의 이니셜로, 미국 내에서는 ‘고에너지 미사일(High Power Missile)’이라고도 부른다.

    탄두부에 전자기기를 무력화할 수 있는 전자기 펄스(EMP) 발생 장치를 장착한 미사일을 공중 또는 육상에서 발사할 수 있는 무기로 美공군 연구소에서 개념을 만들었고, 커틀랜드 공군기지에서 개발·시험 중이라고 한다.

    미국은 1962년 남태평양에서 수소폭탄 실험을 하면서 EMP효과를 확인한 뒤 이를 무기화하는 연구를 계속해 왔다. 소련도 해당 첩보를 입수한 뒤 개발을 시작했다. 그 결과 1980년대에는 핵폭발 없이도 EMP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무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사용한 적은 없었다. EMP 무기는 강력한 전파를 360도로 발산하기 때문에 아군의 피해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었다.

    냉전 이후 미국과 러시아는 물론 중국, EU 각국, 북한 등은 ‘지향성 EMP 무기’ 즉 특정 방향과 범위에만 EMP가 작용하도록 하는 무기를 개발하는데 집중했다. 美공군의 CHAMP 또한 이런 종류의 무기다.

  • ▲ 구형 EMP 폭탄의 내부 구조. 목표물 상공에서 폭발하면서 EMP를 발사하는 구조다. 그러나 이제는 '지향성 EMP 발진기'를 장착한 무기가 나올 것이라고 한다. ⓒ美글로벌 시큐리티 관련화면 캡쳐.
    ▲ 구형 EMP 폭탄의 내부 구조. 목표물 상공에서 폭발하면서 EMP를 발사하는 구조다. 그러나 이제는 '지향성 EMP 발진기'를 장착한 무기가 나올 것이라고 한다. ⓒ美글로벌 시큐리티 관련화면 캡쳐.


    美언론들이 소개한 ‘CHAMP’의 능력은, 적 탄도미사일이 발사되기 전 또는 발사된 직후 여기에 근접한 뒤 미사일에 장착한 ‘지향성 EMP 발생장치’로 적 탄도미사일과 사격통제장치를 무력화하는 것이다.

    美보잉社의 소개에 따르면, ‘CHAMP’는 미사일 또는 무인기에 장착한 뒤 적 시설 위를 비행하면서 특정 건물 또는 지역에 대해서만 EMP 공격을 퍼붓는 무기다. 이는 정교한 전자장비를 탑재한 탄도미사일을 무력화하는데도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화성-12형’이나 ‘화성-14형’, ‘화성-15형’과 같은 장거리 탄도미사일은 방사포 같은 무유도 무기와 달리 발사 전부터 사격통제반과 계속 동작 신호를 교환해야 한다. 탄도미사일 자체에도 유도 및 표적 추적을 위해 수많은 전자 장비를 탑재하고 있다. 이런 탄도미사일에 EMP를 쏘면 유도장치와 기폭장치 등이 기능을 상실한다. 美공군의 ‘CHAMP’는 기존의 EMP 무기와 달리 탄도미사일과 발사대 등만을 노린다는 점에서 효용성이 매우 크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CHAMP’는 美보잉에서 개발 중이라고 한다. 2009년 5월 美보잉은 ‘CHAMP’의 첫 시험용 모델을 만들었다. 2012년 10월 22일에는 CHAMP의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당시 美보잉 측은 “사막 지역에서 CHAMP를 시험한 결과 7개의 목표물을 동시에 파괴했다”고 밝혔다. 美공군과 보잉 측은 “2016년 정도면 여러 발을 동시에 발사해 다중 목표물을 파괴할 수 있는 ‘고에너지 마이크로파(HPM)’ 발생기를 공중발사 순항미사일(ALCM)에 장착해 시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CHAMP’ 개발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현재 美공군은 2020년대 중반까지 장거리 타격용 미사일 ‘JASSM-ER’을 비롯해 더 작은 미사일에 ‘CHAMP’를 통합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연구 중이다. F-35 스텔스 전투기와 신형 스텔스 무인 전투기에 탑재하기 위해서다.

    해외 자료에 따르면 美공군은 오바마 정부 시절 재정절벽으로 인해 수많은 무기개발계획이 취소 또는 연기될 때에도 ‘CHAMP’는 그 효용성이 높음을 내세워 계속 개발해 왔다고 한다. 하지만 2015년 여름, 개발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돼 완성이 늦어지고 있다고 한다.

    美공군은 2015년 5월 14일(현지시간) ‘CHAMP’를 개발하는 것과 별개로 이를 ‘JASSM-ER’과 통합하는 작업을 록히드마틴社에 맡겼다고 한다. 보잉과 록히드마틴의 개발이 끝나면 美공군은 한 번의 출격으로 최대 100발의 ‘CHAMP’ 공격을 가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MP 무기는 CHAMP와 같은 미사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13년 美레이시온社는 ‘CHAMP’ 기술을 응용해 무인기 공격을 무력화할 수 있는, 지상용 무기의 시연회를 가졌다고 한다. 시연을 본 미군과 美정보기관들은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미국은 이처럼 ‘CHAMP’를 비롯한 ‘고에너지 마이크로파(HPM)’ 무기에 관심을 갖고 개발에 몰두하고 있지만 빠른 시일 내에 실전배치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美공군이 요구하는 것처럼 ‘JASSM-ER’에 탑재, 사용하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ALCM용 CHAMP는 어느 정도 개발이 마무리되었다고 하나 전략 폭격기를 통해서만 사용할 수 있고, 양산 단계도 아니어서 실전 사용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