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학회 "탈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해야"

“전기료 인상 제한적이란 정부 발표,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격”

정호영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7.12.26 16:29:39
한국원자력학회(회장 김학노)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한 한국원자력학회 성명서 발표 및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정부가 역점을 들여 수립해야 할 에너지 정책의 근간은, ‘탈(脫)원전’이 아니라 ‘탈 탄소’가 돼야 한다는 전문가 집단의 쓴소리가 나왔다.

한국원자력학회(회장 김학노)는 정부의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담긴 원자력 발전 축소 계획이 탈(脫)원전을 위한 '짜맞추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위와 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18일 발표했다.

학회의 조언은, 100년 앞을 내다봐야 할 국가 에너지 정책의 밑그림을, 정부가 잘못 잡고 있다는 기본적 인식아래 나온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특히 국제적으로 공신력을 인정받는 한국원자력학회가, 공식 성명을 통해 이런 견해를 밝혔다는 점에서, '에너지 정책 원점 재검토'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학회는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부 계획안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학회는 "국가 에너지 정책은 국민의 에너지 복지·경제성·안정성·수급안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결정해야 한다"면서, "이번 계획안은 정권이 태동하면서 내건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계획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는 김학노 한국원자력학회 회장을 비롯, 심형진 서울대교수, 정범진 경희대교수, 송종욱 조선대교수, 정동욱 중앙대교수 등 국내 원자력 전문가들이 자리했다.

학자들은 "우리는 학계 전문가로서 우리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나온 것이 아니라, 정부에 올바른 에너지 정책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성명서를 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발언하는 김학노 원자력학회장(왼쪽에서 세 번째). ⓒ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학자들은 무엇보다 새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과학적 검증과 사회적 합의 없이 졸속 추진되고 있는 사실을 지적했다.

"우리나라 원전은 지난 40년 동안 양질의 전력을 싸고 안전하게 공급함으로써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돼 왔지만, 탈 원전 정책은 이런 편익을 도외시한 채 과학적 검증과 사회적 합의 없이 정부의 8차 계획안에 반영됐다."

학회는 "정부의 섣부른 판단은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사실상 포기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며, 기후변화에 대비한 온실가스·미세먼지 저감 대책도 모두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학회는 정부의 '원전 수출 지원'이나 '허가 만료 원전에 대한 영구정지' 정책이 안고 있는 모순도 꼬집었다. '신규원전 건설 중단과 관계없이 원전수출은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전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미사여구에 불과하다는 것.

학자들은, 최초 운영허가가 만료되는 원전을 영구 정지한다는 방침에 대해서도 "원전에 대한 무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원전의 계속운전 여부는 개별 발전소별로 잠재적 위험요소 분석, 안전 운전 지속 가능 여부에 대한 전문적 판단을 등을 거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사안."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계속운전은 이미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도 하고 있는 확정된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며, "40년간 운전을 해보고 안전성이 확인되면 (계속운전) 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인데, 가동할 수 있는 원전을 그대로 폐기해버리는 것은 낭비"라고 설명했다.

정부 에너지 정책의 기조를 ‘탈 원전’이 아닌 ‘탈 탄소’로 전환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이 부분에서 학회는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깨트리는 무책임한 조치", "맹목적인 탈 원전 의지의 발현이자 편협한 인식이 기저에 깔려있음을 보여준다" 등의 수위 높은 표현을 써가면서, 정부 정책이 안고 있는 허점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정부는 세계가 우려하고 있는 온실가스 문제에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을 악화시키는 화석연료 발전 규모를 늘리겠다고 하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깨뜨리는 무책임한 조치이며, 맹목적인 탈 원전 의지의 발현이자 편협한 인식이 기저에 깔려있음을 보여준다."

왼쪽부터 심형진 한국원자력학회 이사, 정범진 부회장, 김학노 회장, 송종순 소통위원장, 정동욱 이사. ⓒ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추가 원전 건설을 중단하고, 원전을 연장 가동하지 않아도, ‘2022년까지 전기요금 인상 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정부 발표의 비현실성도 지적을 받았다.

학회는 구체적인 전기요금 인상요인을 조목조목 설명하면서, “전기요금 대폭 인상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정부 발표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라고 했다.

학회가 예로 든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발전연료 세제 조정 추가 인상 △친환경 및 분산형 전원에 대한 용량요금(CP) 보상 확대 △LNG 발전기 정산비용 현실화 추진 △직류송전 및 지중화 확대비용 △신재생 지원 비용+계통 보강 비용 △동북아 수퍼그리드 연계 비용 등이다.

김학노 원자력학회장은 기자회견을 마무리하면서 "에너지 정책은 정권과 상관없이 국민의 행복 추구를 위해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대(對)정부, 대언론, 대국민 활동을 활발히 펼쳐 올바른 에너지 정책이 구현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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