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신재생 안정화 후에 해도 늦지 않다

"文정부 탈원전 정책, 우리나라의 특수 상황 고려해야"

홍윤정 연세대 식품영양학과 칼럼 | 최종편집 2017.12.15 14:11:51

 

 

탈원전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운 문재인 대통령이 신정부를 구성하기 무섭게 탈원전 정책을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2월 월성 원전 1호기 수명연장 허가 무효 판결이 나고 6월엔 문대통령의 지시로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일시 중단됐다. 시민단체 등 비전문가로 이루어진 공론화위원회가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계속할 것인지 3개월 간 토론회를 거쳐 표결 했다. 

결국 59.5%의 탈원전 반대 의견으로 신고리 원전은 살아남았지만 탈원전 정책은 추진한다는 식으로 결론을 냄으로써 탈원전을 둘러싼 후유증은 더 커지고 있다. 건설 중단으로 피해를 본 회사들이 청구한 피해액은 1천억원이 넘었다.

혈세를 낭비한 것도 문제지만 공론화 위원회의 자격도 큰 논란이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정’에는 탈원전정책에 대한 권고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비전문가들이 모여 국가 백년대계인 에너지 정책을 결정한다는 것은 누구도 정당성을 부여하기 어렵다. 

공론화위원회 위원 중 원전을 전공한 전문가가 한 명도 없었다는 점에서 위원회 구성부터 어불성설이었다. 공론화 위원회는 김지형(59)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인문사회·과학기술·조사통계·갈등관리 등 4개 분야에서 2명씩 모두 8명의 위원을 선임했다. 위원 선정에 있어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수행을 위한 사람들을 뽑는 절차적 정당성도 문제이지만 그걸 인정한다 해도, 원전에 대해 정확한 지식이 부족한 위원들의 결정을 과연 신뢰할 수 있을까?

그러나 정부는 이에 굴하지 않고 탈원전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4일 향후 15년간의 에너지 수급 전망을 담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 2017~2031년)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따르면 월성 1호기는 내년에 조기폐쇄하고 현재 24기(22.5GW)인 원전을 2030년까지 18기(20.4GW)로 줄인다. 신규 원전 6기 건설은 중단하고 노후 10기의 수명연장도 금지한다. 원전·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대신 재생에너지와 액화천연가스(LNG)발전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2017년 11.3GW에서 2030년에는 58.5GW로 대폭 늘리고 LNG발전은 올해 37.4GW에서 2030년 47.5GW로 확대한다. 석탄발전소로 짓고 있던 당진에코파워 2기는 LNG 발전으로 전환하고 태안 1·2호기와 삼천포 3·4호기 등 가동 중인 석탄발전소 4기를  LNG발전으로 전환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같은 탈원전 안을 내놓으면서 전기요금 인상률은 2022년까지 1.3%, 2030년까지 10.9% 상승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의 이같은 전망에도 논란은 더 커지기만 한다. 정부의 희망찬 추정치는 연료비와 물가상승률을 제거한 실질 전기요금만을 기준으로 계산된 것이다. 원전 확대로 값싼 전기를 양산했던 지난 13년간 실질 전기요금 인상률은 13.9%에 달했다. 물가 상승과 연료비 변동을 고려한 명목 상승률은 68%라는 통계도 나와 있다. 원전과 석탄이 담당하는 전력량이 전체의 60%에 이르고 비싼 신재생은 2030년이 돼도 발전량의 20%에 불과하다. LNG는 연료비 변동폭이 너무 커서 장담하고 값싸게 공급할 수는 없다. 

물론 ‘탈원전’은 궁극적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독일, 대만 등도 탈원전 정책을 시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그 나라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 결과물이다. 

독일은 풍부한 신 재생 에너지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수년간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었다. 그러나 일본을 보라.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당하고 탈원전 정책을 급격하게 진행하다 결국 다시 원전을 재가동하고 있다. 안전에 대해 극도로 민감한 일본조차 원전에너지로 돌아온 것은 그만큼 경제적 이점과 안전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과연 대한민국이 탈원전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신재생 에너지로 충분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설 때, 원전 수출 포기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감당할 수 있을 때,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국민들이 탈원전 정책을 수용할 수 있을 때 탈원전 드라이브를 걸어도 늦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2030년 신재생을 전체 발전량의 20%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불안하기만 하다. 신재생 발전소 건설 지연과 출력 불확실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LNG도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을 확신할 수 없다. 지금은 벌써 잊고 감감해졌지만 2011년 9월 15일 대정전 사태의 원인도 2003년 원전 착공을 미루고 가스발전 우선정책 수립한 2003년의 탈원전 정책 탓이다. 

이렇게 실책 시점에서 10년이 지나야 발생하는 전력 대란은 탈원전 정책을 시행할 경우 우리가 앞으로 마주할 미래가 될 것이다. 매달 받게 될 전기료 고지서는 더 실감나게 다가올 것이다. LNG는 상시 대기와 초과 발전이 필요할 것이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저효율성 탓에 필요 전력의 6배 용량으로 건설해야 할 것이다. 

국내 경험으로 탈원전 전기료를 예측하는 것은 부정확하다. 독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노후 원전 8기를 멈추기 직전 해인 2010년 MWh당 244유로에서 2015년 295유로로 21% 상승했다. 5년 새 일본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kWh당 20.37엔에서 24.21엔으로 19% 올랐다. 유럽과 일본의 경험곡선을 볼 때 한국의 2030년 전기료는 3.3배 이상 상승할 것이다.

원전 수출에 미치는 악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자국 정부가 거부하는 원전을 누가 수입하려들 것인가? 국내 원자력산업 전체 매출액은 2015년을 기준으로 26.6조원 규모다. 당장 건설, 운영·정비, 발전부문 등의 매출이 격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대한민국 원전사업 자체가 멸종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핵심 기술 개발과 관련 부품 산업이 후퇴하고, 인력이 유출되고 소멸되기 시작하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다. 

각종 수치 등 자료는 고인석의 ‘독일 탈원전 정책 어떻게 진행됐나’, 전기저널의 ‘탈원전 선택 국가들 어떤 과정 거쳤나’, 현대경제연구원의 ‘친환경 전력정책의 비용과 편익’ 등의 문건과 연합뉴스 등 언론 보도를 참조했다.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press@newdaily.co.kr
[자유민주·시장경제의 파수꾼 - 뉴데일리/newdaily.co.kr]
Copyrights ⓒ 2005 뉴데일리뉴스 - 무단전재, 재배포 금지
※ 청소년에 유해한 댓글 과 광고/반복게재 된 댓글은 작성을 금지합니다. 위반된 게시물은 통보없이 삭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