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장비 적재한 신형 보트 고장, 왜…사고 처리 둘러싼 '4가지 쟁점' 진단
  • 급유선과 충돌해 전복된 선창1호가 4일 오전 인천 중구 인천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 예인돼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사진기자
    ▲ 급유선과 충돌해 전복된 선창1호가 4일 오전 인천 중구 인천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 예인돼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사진기자

    15명의 사망·실종 인명피해를 낸 인천 영흥도 낚싯배 사고 발생 직후, 정부 당국의 허술한 대응을 지적하는 여론이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확산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대형 재난사고 발생 시 대응체계를 재정비했다고 밝혔지만, 취재 결과 당국의 초동 대응은 이번에도 한 발 늦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특히 수중 잠수요원의 현장 도착 지연, 구조용으로는 사실상 유명무실했던 해경 및 소방 헬기 운용 문제점, 부실한 장비 관리 실태 등 허점이 곳곳에서 드러나 '세월호 교훈을 벌써 잊었느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배 전복됐는데 고속단정 출동은 '넌센스'

    인천해양경찰서(서장 황준현)는 4일 오전 경찰서 중회의실에서 브리핑을 열어 영흥도 낚싯배 전복 사고와 관련, 최초 구조선(고속단정)이 현장에 도착하는데 33분이나 걸렸다는 지적에 "당시 해역은 일출 전으로, 어둡고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리는 상태였고, 파출소 구조보트는 야간항해를 위한 레이더가 없어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육안으로 이동했다"고 해명했다.

    황준현 인천해양경찰서장이 언급한 '구조보트'는 영흥파출소의 '고속단정'이다. 해경은 지난 3일 브리핑 당시 "고속단정에 잠수요원을 탑승시켜 배 안에 있는 사람을 구할 수 있느냐"는 질의에, "일반구조능력은 있지만 수중으로 들어가 구조할 수 있는 것은 (훈련을 받은) 특수구조대"라고 했다.

    황 서장도 평택구조대(7시17분)와 인천구조대(7시36분)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수중 구조는 어려웠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참고로 7시 43분경 에어포켓에 있던 생존자 3명을 구조한 것도 인천구조대였다.

    3일 사고 당시, '구조대' 최초도착 전까지 시차별 타임라인을 살펴보면 △영흥파출소 구조보트 현장 도착(06:42) △P-12정 현장 도착(06:56) △P-109정 현장 도착(07:10)이다.

    인천해양청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P-12정과 P-109정은 도착하자마자 파출소 구조정과 마찬가지로 수색작업에 들어갔고, P-12정은 표류하던 2명(사망)을 구조했다"고 했다.

    그러나 충돌 직후 배가 전복된 사고에서, 최초 출동한 선박이 '고속단정'이란 사실은 넌센스다. 불법 어로 단속을 위해 주로 투입되는 함정의 특성상, 고속단정을 통한 구조작업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4일 오전 인천 중구 인천해양경찰서 전용부두 인근에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사진기자
    ▲ 4일 오전 인천 중구 인천해양경찰서 전용부두 인근에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사진기자

    ▶ 구조대 도착 지연 이유, 명확하게 밝혀야

    황준현 서장은 '평택 해경구조대와 인천 해경구조대의 늑장 출동' 논란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평택 해경구조대는 평택항에서 운용하다 2016년 3월 제부도로 전진배치했는데, 제부도에서 사고지점간 양식장이 산재하고 수심이 낮아 운항이 불가했다. 입파도 남쪽으로 우회하여 평균 19노트로 운항, 7시17분경 도착했다. 인천 해경구조대의 경우  보유한 보트 2척 중 야간항해 장비가 있는 신형은 고장 수리 중이었고, 구형 1척이 가동 중이었다. 당시 기상과 수심 등을 고려할 때 구형으로 사고해역까지 항해하는 것이 위험하고, 시간도 많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했다. 6시20분경 구조 차량으로 육로 이동해, 7시15분 영흥파출소에 도착, 민간구조선으로 현장에 도착했다."

    해명에도 불구하고 수중 수색 및 구조가 가능한 구조요원들이 사고 발생 한 시간이 넘어 현장에 도착한 사실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

     재현된 구조대 늑장 도착… 헬기는 뭘 했나

    영흥도 낚싯배 사고 수습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된 건 해경 및 소방헬기 운용의 문제점이다.

    사고 해역의 기상 및 물살, 수온 등을 고려할 때, 수중 잠수 요원을 태운 헬기가 현장에 더 빨리 도착했다면,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란 견해가 많다. 지난 3일 중부청 헬기 2대와 소방헬기 2대가 사고 현장으로 도착한 시각은 7시25분 쯤이다.

    다음은 헬기 출동에 대한 인천해양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구조헬기는 상황실장(경감)이 지시를 내릴 경우 출동한다. 헬기에는 기장과 부기장 포함 5~6명이 탑승할 수 있으며, 현실적으로 구조요원은 2명 정도 동승한다. 사람만 타기에도 꽉 차는데 스킨스쿠버 장비 이외 구조장비를 많이 넣을 수 없다. 이번 사고의 경우 사고가 발생한 6시경에는 기상 때문에 헬기가 뜨기 어려웠다. 7시9분경 헬기를 띄워도 된다는 지시를 받고, 바로 현장 출동해 25분쯤 도착했다. (당시 P-12정, P-109정 등 해역에 구조함정이  있었기 때문에) 운행 목적은 공중에서 표류하고 있는 선원이 있는지 확인해 현장대원에 알려주는 것이었다. 헬기에서 줄을 타고 내려가 피해자를 끌어올려 구조하는 것은, 피해자가 고립되고 배에 물이 차오르는 상황에서 가능하다."

    해명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은 남는다.  

    최초 사고 발생 후, 헬기를 이용해 사고해역에 수중 잠수 요원을 투입했더라면, 구조작업이 한결 효과적으로 이뤄졌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차제에 해상 사고 발생 시, 헬기를 이용한 구조방식을 더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 필요할 때 멈춰선 신형구조함, 허술한 장비 관리 지적도

    야간 장비가 적재된 신형보트가 왜 고장이 났고 수리 중에 있었는지 기자들이 묻자 황 서장은 "파악하고 알려드리겠다"고 답했다. 황 서장의 답변에 기자들 사이에서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아직 파악도 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쓴소리가 나왔다. 

    구조대 신형보트가 고장나 있던 점도 의문이지만, 구형 함정의 경우 수심이 낮은 곳에서 운행이 어렵다는 점도 당장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인천청은 해당 내용을 면밀히 파악하고 서면으로 전달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