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존 최고의 투란도트'로 활약 중인 미국 소프라노 리즈 린드스트롬(Lise Lindstrom·52)이 한국을 처음 찾았다.

    예술의전당(사장 고학찬)은 오는 9일 오후 7시 콘서트홀에서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를 콘서트 버전으로 공연한다.

    리즈 린드스트롬은 4일 예술의전당 음악당 리허설룸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전 세계 45여개 프로덕션에서 '투란도트' 공연만 150회 이상 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저를 매료시킨다. 미스터리한 여성처럼 보이지만 너무나 인간적이다. 무대에 설 때마다 새로운 감정을 처음 발견하는 느낌"이라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전막 3막으로 구성된 '투란도트'는 이탈리아 작곡가 푸치니가 남긴 마지막 작품으로,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비롯해 아름답고 다채로운 음악이 돋보이는 대작이다. 이야기의 기본 골격은 고대 중국을 배경으로 칼라프 왕자가 투란도트 공주에게 첫눈에 반해 사랑을 얻어내려 3가지 수수께끼를 풀어내야 하는 내용을 담는다.

    린드스트롬은 "투란도트는 예술 형태로서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오페라다. 푸치니의 유작이고 그가 가지고 있는 모든 예술적 경험과 내용을 집대성했으며, 풍부한 스토리텔링을 갖고 있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사랑, 열정, 죽음, 갈등, 공포 등 감정의 본질을 다루기 때문에 시대가 달라도 깊은 울림을 준다"고 설명했다.

    린드스트롬은 지금까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밀라노 라 스칼라, 런던 로열 오페라, 프랑스 오랑쥬 페스티벌, 베로나 아레나 페스티벌 등에서 150회 이상의 얼음공주 투란도트 역을 열연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2009년 메트에서 공연 시작 20분 전 마리아 굴레기나가 부상으로 하차하면서 극적으로 무대에 올랐던 것이 운명을 바꿨다. 전문지 오페라뉴스는 "공주다운 노련한 제스처로 무대를 압도하면서도, 적절한 순간에 캐릭터의 연약함이 드러나게 해 최고의 투란도트를 완성시킨다"고 평했다.

    그녀는 "차갑고 냉혹하게 보일 수 있는 투란도트 이면에는 인간적이고 여성으로서의 열정과 두근거림을 갖고 있다. 가장 인간적인 면모를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가 항상 과제였다. 사실 극에 몇 번 나오지 않는 역할이지만 중요한 순간에 등장하기 때문에 강렬하게 보여줘야 하기에 지루해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 (왼쪽부터)소프라노 서선영, 테너 박성규, 소프라노 리즈 린드스트롬, 지휘 줄리안 코바체프, 연출 스티븐 카르.
    ▲ (왼쪽부터)소프라노 서선영, 테너 박성규, 소프라노 리즈 린드스트롬, 지휘 줄리안 코바체프, 연출 스티븐 카르.
    린드스트롬은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으로, 성악가이자 음악 교사였던 어머니를 통해 음악을 접했다.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을 졸업했으며, 샌프란시스코 음악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그녀의 서정적인 목소리는 "힘이 넘치고 드라마틱하면서도 그토록 생기 넘치고 앳된 음색을 가진 소프라노는 드물다"는 호평을 받았다.

    50대로 믿기 힘들만큼 가냘픈 외형의 린드스트롬은 "성량과 목소리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체격에 비례하지 않는다. 이런 목소리를 가지고 태어난 것만으로도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날씬한 몸을 갖고 있는 것은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목소리를 악기로 최고의 노래를 들려주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고 밝혔다.

    이번 콘서트 오페라 '투란도트'는 무대장치와 화려한 의상 등 볼거리가 많은 오페라 공연과 달리 성악가들이 노래로만 작품을 선보인다. 성악가들은 무대 전체를 누비며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감정을 전달해 신선하고 강한 인상을 심어줄 예정이다.

    칼라프 왕자는 지난 7월 런던 코벤트가든 로열 오페라의 '투란도트'에서 린드스트룸과 함께 호흡을 맞춘 테너 박성규가 맡는다. 사랑하는 칼라프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는 '류' 역은 소프라노 서선영이 연기한다. 

    지휘는 불가리아 출신의 대구시향 지휘자인 줄리안 코바체프가, 연출은 스티븐 카르가 책임진다. 연주와 합창은 서울시립교향악단과 그란데오페라합창단이 참여한다.

    관람료 3만~15만원. 문의 02-580-1300.

    [사진=예술의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