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원의원 “이제는 전쟁”…오노데라 日방위장관 “다탄두 가능성” 발언 철회
  • 미국과 일본은 북한의 29일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소식을 속보로 보도하고 있다. ⓒ日NHK 보도화면 캡쳐.
    ▲ 미국과 일본은 북한의 29일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소식을 속보로 보도하고 있다. ⓒ日NHK 보도화면 캡쳐.


    29일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자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특히 북한이 ‘공격’하겠다고 공언한 미국과 일본은 이번 일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美상원의원 “이제는 전쟁이다” 살벌한 분위기

    美정치권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소식에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우리가 처리할 것”이라고 말한 점이나 美국무부가 북한 규탄 성명을 낸 것은 과거와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한 美상원의원의 입에서 나온 말은 과거와 다르게 美주요 언론을 통해 번지고 있다.

    린지 그레이엄 美상원의원(사우스 캐롤라이나, 공화, 상원 군사위원회)은 28일(현지시간) 美CNN에 출연해,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소식과 관련해 “북한이 변하지 않는다면 이제 남은 것은 전쟁뿐”이라고 말했다.

    美CNN에 따르면, 린지 그레이엄 美상원의원은 “만약 우리가 북한과 전쟁을 하게 된다면, 그것은 북한이 스스로 변하려 노력하지 않아 상황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며 북한과의 ‘전쟁 불사’도 각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고 한다.

  • 린지 그레이엄 美상원의원은 "이제 남은 것은 전쟁뿐"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김정은 정권 타도를 촉구했다고 한다. ⓒ美CNN 관련보도 화면캡쳐.
    ▲ 린지 그레이엄 美상원의원은 "이제 남은 것은 전쟁뿐"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김정은 정권 타도를 촉구했다고 한다. ⓒ美CNN 관련보도 화면캡쳐.


    린지 그레이엄 美상원의원은 “전쟁이 최선은 아니지만, 미국은 결코 북한이 美본토를 공격할 능력을 갖추게 놔두지 않을 것이다. 나도, 그(트럼프)도 전쟁을 원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그 미친 북한 놈이 美본토를 핵 공격할 능력을 갖게 놔두지 않을 것”이라며 평소에도 사이가 좋지 않은 트럼프 美대통령까지 언급하면서 북한에 대한 ‘응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린지 그레이엄 美상원의원은 또한 트럼프 美대통령을 향해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준비해 놓고 있을 텐데, 지금은 북한 정권을 박살내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트럼프도, 중국도 이해하기를 바란다”면서 “美본토를 보호하는데 필요한 조치라면 무엇이든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美CNN은 “트럼프 美대통령은 이 같은 그레이엄 의원의 말에 ‘우리가 잘 처리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美언론들 “김정은, 이제 백악관 공격도 가능”

    美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북한은 이제 美백악관 오벌 오피스(대통령 집무실)까지 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됐다”고 보도했다.

    美‘뉴스위크’는 “북한이 이날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도달한 고도와 비행시간은 국제우주정거장 궤도보다 10배나 높은 고도에 다다랐다”면서 안보 전문가들과 美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이 29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미국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美‘뉴스위크’는 “북한 탄도미사일의 사거리가 과거에 비해 비약적으로 늘어났기는 하나 탄두 탑재중량이 과거와 동일한지는 확실하지 않다”며 실제 핵탄두 장착 시의 성능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소식을 듣자 "우리(미국)가 잘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美뉴스위크 관련보도 화면캡쳐.
    ▲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소식을 듣자 "우리(미국)가 잘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美뉴스위크 관련보도 화면캡쳐.

    日방위성 장관이 철회한 말 ‘다탄두 미사일’

    일본의 경우 북한이 두 달 만에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대기권 재돌입에 성공했는지, 다탄두 미사일인지 등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日언론들은 특히 오노데라 이쓰노리 日방위성 장관이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한 뒤 기자들에게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이 ‘다탄두’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것을 강조했다.

    日‘산케이 신문’은 “오노데라 이쓰노리 日방위성 장관은 29일 오전,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분리되면서 떨어졌다는 점을 두고, ‘다탄두 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면서 “북한 탄도미사일의 세부적인 제원 등은 현재 분석·평가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고 보도했다.

    日NHK는 몇 시간 뒤 “오노데라 日방위성 장관이 ‘북한 탄도미사일이 다탄두일 가능성이 있다는 자신의 말을 철회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지만, 해당 기사는 현재 홈페이지에서 삭제된 상태다.

    日언론들은 이 대신 “오노데라 日방위성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북한 탄도미사일의 사거리가 5,500km를 넘을 것으로 평가되는데, 이는 다탄두일 가능성보다는 다단계 로켓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을 바꿨다”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日NHK는 북한이 29일 오전 3시 17분에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최고 고도 4,000km에 이르렀고, 비행시간 또한 53분이나 된 점을 언급하며 “정상적인 각도로 발사한다고 했을 때 북한의 이번 미사일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급으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日언론들이 주목하는 ‘다탄두 미사일’, 즉 1기의 탄도미사일에 여러 개의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은 미국이나 이스라엘 수준의 요격 체계가 아니면 막기가 어렵다. ICBM에 ‘다탄두 버스’를 탑재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핵공격 수단의 생존성을 대폭 높이기 때문이다.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이 보유한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버스’라고 부르는 앞부분에 핵탄두를 3~10기까지 싣는다. 4개 핵강대국의 ICBM 기술은 매우 우수한 편으로 ‘버스’에 탑재한 여러 개의 핵탄두는 각각 MaRV(기동형 재돌입체) 또는 MIRV(다중 독립형 목표공격 재돌입체) 기술을 이용해 미리 입력한 목표를 향해 돌진한다. 이때 여러 개의 핵탄두 가운데 일부는 상대방의 요격 체계를 속이기 위한 ‘더미(Dummy) 탄두’다.

  • 다탄두 ICBM 실험 장면. MIRV 형식 핵탄두가 각자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모습이다. ⓒ美공군 공개사진-임구르 닷컴 화면캡쳐.
    ▲ 다탄두 ICBM 실험 장면. MIRV 형식 핵탄두가 각자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모습이다. ⓒ美공군 공개사진-임구르 닷컴 화면캡쳐.


    즉 북한이 대기권에 재진입하면서 3~5발의 핵탄두로 나뉘는 탄도미사일을 한국을 향해 10기만 쏘아도, 대량의 적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고 알려진 ‘사드(THAAD, 종말 고고도 요격체계)’로도 막기 어렵다. 현재 한국에 배치된 ‘사드’ 포대가 동시에 요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수는 ‘명중률 100%’로 가정해도 48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사드’도 ‘이지스 어쇼어’도 없는 일본은 해상자위대 호위함이 가진 SM-3가 결국 최초이자 최후의 방어선이 된다.

    아무튼 북한이 29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외부세계의 전문가나 군 관계자들이 지적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성능이 만만치 않은 편으로, 이제는 김정은 정권이 한국과 일본을 넘어 미국, 호주 등에도 직접적으로 핵공격 위협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