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해외언론 외국 에이전트법’, 푸틴 서명으로 시행
  • ▲ CNN을 비롯한 美·英주요 언론들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명한 '해외언론 에이전트 법안'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美CNN 관련보도 화면캡쳐.
    ▲ CNN을 비롯한 美·英주요 언론들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명한 '해외언론 에이전트 법안'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美CNN 관련보도 화면캡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두마(러시아 의회)에서 통과된 ‘해외언론 에이전트 법안’에 서명했다고 미국과 영국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러시아가 시행한 ‘해외언론 에이전트 법안’이 미국과 영국의 주목을 끈 이유는 러시아 정부가 외국 정부의 자금지원 또는 후원을 받았다고 지목한 해외 언론을 언론으로 취급하지 않기로 한 때문이다.

    英‘가디언’은 러시아의 ‘해외언론 에이전트 법안’ 시행을 가리켜 “러시아 정부가 자국 관영 TV방송이 미국 정부에게 당한 것을 똑같이 되갚는 법안을 만들었다”고 표현했다.

    英‘가디언’은 “러시아 두마가 ‘해외언론 에이전트 법안’을 일사천리로 통과시킨 것은 美정부가 러시아 관영매체 ‘러시아 투데이(RT)’ 미국 지사를 ‘해외 에이전트 등록법(FARA)’에 따라 등록하도록 종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英‘가디언’은 “미국의 ‘해외 에이전트 등록법’은 주로 외국 정부의 의뢰를 받아 美정부와 의회에 로비를 하는 비정부 기구, 단체 등을 등록하는 법안인데 美재무부가 지난 20일(현지시간) ‘러시아 투데이’를 이런 ‘에이전트’로 취급, 등록하라고 요구하며 응하지 않으면 은행 계좌를 동결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英‘가디언’은 “러시아 투데이는 최근 ‘2016년 美대선’에 영향을 끼친 것과 관련해 美정보기관들의 정밀 조사를 받고 있다”면서 “러시아 투데이는 서방 주류 언론들이 다루지 않는 이슈를 색다른 시각에서 보도하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데 가끔 음모이론이나 명백한 거짓을 보도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英‘가디언’은 “美SNS 기업 트위터는 자체 조사와 美정보기관의 조사 결과에 따라 ‘러시아 투데이’의 트위터 광고를 중단시켰다”면서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은 이런 여러 가지 일들을 두고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반발하며, 美정부가 ‘러시아 투데이’를 ‘해외 에이전트 등록법’에 따라 취급하면 똑같은 대응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설명했다.

    표트르 톨스토이 러시아 두마 부의장은 英‘가디언’에 “이번 법안을 만들게 된 이유는 서방 진영의 과도한 反러시아 히스테리 탓”이라며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참기만 했다”며 이번 ‘해외 언론 에이전트 법안’의 당위성을 주장했다고 한다. 두마 의장인 야체슬라프 폴로딘 또한 같은 의견을 내비쳤다고 한다.

    英‘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의 ‘해외언론 에이전트 법안’은 일사천리로 통과됐다고 한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두마 본 회의에 상정돼 통과된 이후 금요일에는 푸틴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즉각 시행됐다는 것이다.

    英‘가디언’은 “러시아가 제정한 법률은 여전히 모호한 부분이 많아 러시아 정부가 의도적으로 이를 이용할 가능성이 여전하다”면서 “법안은 시행이 됐지만 그 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과 목록이 아직 없어 러시아 검찰이 해외 언론들에게 압력을 가할 때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英‘가디언’은 “또한 국제 앰네스티 등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이 법이 러시아 정부와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잠재우는 등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덧붙였다.

    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러시아에서는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주류 언론을 외면하고 있고, 독립 언론과 기자들이 일상적으로 공격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이번 법안은 러시아에서 언론 활동을 하는데 새로운 차원의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한다.

    CNN과 NBC 등 미국 주류 언론들은 러시아의 ‘해외언론 에이전트 법안’으로 당장 영향을 받는 곳이 ‘자유유럽방송’이나 ‘미국의 소리’와 같이 美의회 또는 정부의 자금으로 운영되는 매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英‘가디언’은 이들 외에도 러시아에 비우호적인 행동을 취하는 언론들 또한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여기에는 美CNN와 같은 소위 ‘진보 매체’를 비롯해 英BBC처럼 자유민주주의를 설파하는 세계 각국의 언론들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했다.

    英‘가디언’의 지적처럼, 지금은 러시아의 ‘해외언론 에이전트 법안’을 우려의 눈길로 보는 것은 미국 언론들이지만 향후 상황에 따라 영국이나 일본, 한국 언론들 또한 이 법안으로 러시아 현지에서 강력한 규제를 당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