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국정과제 포함 129조 예산심사 '미처리'… 합의안 도출 난항
  • ▲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정세균 국회의장,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사진 왼쪽부터)가 27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만나 예산안을 논의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정세균 국회의장,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사진 왼쪽부터)가 27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만나 예산안을 논의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내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이 닷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원내 지도부가 서로 입장이 갈리는 사안을 놓고 치열한 책임 공방전에 돌입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예산안 429조 원 중에 172개 항목인 129조 원에 대해 예산심사를 아직 마치지 못한 근본적 책임은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정부·여당에 있다"고 지적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예산에 대해 '무차별적 퍼주기', '극단적 포퓰리즘'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국회선진화법에 따라서 앞으로 늦장 심사, 버티기 모드로 정부·여당이 임한다면 현재 국회 상황이 여소야대라는 점을 명심하라는 경고의 말씀을 전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여당의 '버티기'에 대항해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정부예산안이 본회의에 그대로 부의되더라도, 현재의 여소야대 의석을 활용해 투표로 부결시킬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이다.

    반면 여당은 예산안 처리 책임을 야당으로 돌리며 맞섰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이 1주일 남았는데 172건, 25조 원의 예산이 한국당의 반대로 보류됐다"며 "양과 질에 있어서 사상 최대 민생 예산이 가로막혔다"고 주장했다. 이어 "막무가내식 발목 잡기"라고 쏘아붙이는 등 거침없이 원안을 밀어붙일 의지를 천명했다.

    예산안 중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대목은 문재인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사업이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늘리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위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엔 5년 동안 30조6000억 원이 소요된다. 여기에 △ 최저임금 관련 일자리 안정자금(2조9700억 원) △신설 아동수당 지급 비용(1조1000억 원) △공무원 증원 인건비(5300억 원) 등이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 25일 이같은 내용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감액 보류심사와 증액심사를 여야 3당 간사가 구성하는 소(小)소위에 위임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대해 과연 시간에 쫓기는 상황에서 여야 간 이견을 해소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바른정당 김세연 원내대표대행은 27일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증액심사는커녕 감액심사도 마무리 못한 상태에서 또다시 올해도 깜깜이 예산심사가 이뤄질 상황"이라며 "이런 극소수의 밀실 협상이 민주주의 정신에도 맞지도 않고 각 상임위에 예산안 예비심사권을 무력화시키고, 예결위원들도 소소위에 포함되지 못하면 무력화되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원만한 협상을 이루기 위해서는 국회의 감액 요구를 일정 부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야가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했을 때 정부 원안이 자동 부의되지만, 집권당 민주당(121석)은 과반이 안 되는 탓에 단독으로 가결할 능력이 없어 어떻게든 국민의당(40석) 바른정당(11석) 등 일부 야당을 설득해내야 하는 상황이다.

    법정시한을 넘기면 정부 예산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는 초유의 상황이 생긴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내달 2일 정부안을 상정해 표결에 들어갈 경우, 국민의당 등 일부 야당의 협조를 사전에 구해놓지 못하면 부결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