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 사이버전 대응 위해 정보기관 공격 멈춰야... 안보위협 손 놓으면 안돼"
  • '국정원 댓글' 의혹으로 지난 9월 8일 검찰에 출석한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 ⓒ뉴데일리 DB.
    ▲ '국정원 댓글' 의혹으로 지난 9월 8일 검찰에 출석한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 ⓒ뉴데일리 DB.

     

    북한의 도발을 견제해야 할 국가안보기관을 공적(公敵)으로 낙인 찍으면서 대북 업무를 마비시키는 일부 정치권의 행태에 대해 안보전문가들이 깊은 우려를 쏟아냈다. 특히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을 겨냥한 여권의 과도한 수사 방침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다.

    지난 11일 김관진 전 장관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사이버사령부 댓글공작을 지휘하고 정치관여를 지시한 혐의를 받아 구속됐다. 하지만 지난 22일 오후 범죄 혐의 소명 부족을 이유로 불과 11일 만에 석방됐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은 24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국정원이나 사이버사령부 운영에 문제가 있다면 국회 정보위원회나 상급기관의 철저한 감독을 통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도록 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앞서 유동열 원장은 지난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북한의 사이버공격:실태 소개와 대응방안 국제회의>에 연사로 참석해 "국회에서 사이버안보법이 통과되지 않는 것은 집권여당(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의 반대 때문으로, 이런 것이 대표적인 안보적폐"라고 비판했었다.

    일부 언론이 여론조작이라고도 지칭했던 국정원·사이버사령부 댓글 논란은 이명박 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여권이 다음 대선 승리를 위해 국가정보기관을 이용해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혹이다.

    유동열 원장은 "해당 사건에서 안보영역을 벗어난 정치댓글이 아주 미미했다는 국방부 조사결과가 있었다. 자료에 따르면 사이버사의 정치 관여 댓글은 전체의 1% 미만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014년 8월 국방부 조사본부는 '사이버사 댓글 의혹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약 78만7,200건의 댓글 중 7,100건(0.9%)이 특정 정당·정치인 의견을 비판하거나 지지하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특히 올 2월 같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이태하 전530심리전단장 범죄일람표를 살펴보면, 재판부(서울고법 형사2부 부장판사 이상주)는 댓글 9,067건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는 전체 댓글 78만7,200건의 1.15% 수준이다. 국방부 측의 발표와 일부 차이가 있긴 하지만 역시나 정치 댓글이 미미했다는 결론이다.   

    물론 중요한 것은 불법댓글 비율의 높고 낮음이 아니라 불법댓글의 유무다. 그럼에도 안보전문가들은 "1%에 불과한 정치댓글로 99%의 안보요원이 적폐세력으로 치부돼, 직원 사기가 저해되고 안보기관 고유의 기능이 축소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동열 원장은 "(안보기관이) 정치에 관여한 것은 당연히 잘못된 것이지만, 마치 국정원이나 사이버사가 온종일 정치댓글만 다는 것처럼 매도되며 모든 사이버심리전을 범죄로 몰아가는 것은 국가의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잘못된 관행은 분명히 바꿔야 하지만 극소수의 일탈 행위를 갖고 안보수사요원 모두가 잘못됐다고 한다면 그것이 더 큰 문제"라며 "북한 댓글요원이 우리 국민을 친북화 시키는데 정보기관이 이른바 '대항심리전'을 펼쳐 북한 공작에 넘어가지 않게 하는 것이 국가의 기본 책무"라고 거듭 역설했다.

    익명을 요구한 안보 전문가는 "대북사이버안보전쟁이라는 것은 일종의 사상(思想) 주입 싸움이기도 한데, 국정원에 이칼 저칼 들이대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권한이 약화되면 결국 누가 좋아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과거 잘못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야겠지만, 전체를 매도하면 안 된다"며 "이제 새롭게 할 수 있도록 안보기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