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원내와 전국 시·도당에도 반드시 붙여라"
  • 17일부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가 열리는 서울 여의도 당사 6층 제1회의실에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진이 내걸린 가운데, 홍준표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회의 시작에 앞서 묵념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17일부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가 열리는 서울 여의도 당사 6층 제1회의실에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진이 내걸린 가운데, 홍준표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회의 시작에 앞서 묵념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자유한국당사에 건국대통령 이승만·부국대통령 박정희·문민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진이 걸렸다.

    당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최고위원회의를 여는 서울 여의도 당사 6층 최고위원회의실에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진을 내건 것은, 한국당을 보수적통의 이념정당으로 환골탈태시키려는 홍준표 대표의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17일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날부터 걸린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진을 가리키며 "저 사진을 원내에도 붙이고 전국 시·도당에 반드시 붙이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홍준표 대표는 그간의 한국당을 이익집단들이 뭉쳐있던 '웰빙정당'이라고 비판하며, 신보수주의 가치에 충실한 이념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10일 대구 토크콘서트에서 "소위 친노(친노무현)계는 좌파 이념에 철저하게 이념 무장이 돼 있으나, 자유한국당 "친박(친박근혜)계는 박근혜 전 대통령 중심의 이익집단이었다"며 "인적혁신과 당무감사를 통한 조직혁신이 끝나면, 한국당은 신보수주의 기치의 새로운 정책노선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16일 울산광역시당에서 열린 특강에서 "민주당은 당직자 출신 국회의원들이 많아 충성도가 높고, 투쟁이 벌어지면 가장 투쟁적"이라며 "정치판에서는 화려한 경력보다 당을 위한 애당심과 충정을 더 우선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홍준표 대표는 "당에 애착심이 있는 사람을 (비례대표로) 선발하고 보호해주지 않으니, 우리더러 웰빙정당이라 하는 것"이라며 "전문지식은 국회에 보좌관도 많고 의회에 들어와서 공부해도 되지만, 충성심은 공부한다고 되지 않는다"고 자성했었다.

    이념정당으로 탈바꿈함에 있어 '신보수주의'의 개념과 이념적 지표가 어디에 있는지가 불분명했었는데, 이날 당사에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진을 내걸면서 방향이 좀 더 분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건국과 산업화·민주화를 선도해서 이뤄낸 보수 세력의 적통(嫡統) 정당으로서의 위상을 명확히 하면서, 좌경화로 달려가려는 좌파 이념정당의 대척점에 서서 자유대한민국을 지켜낸다는 방향성이 잘 나타나게 됐다는 것이다.

    홍준표 대표가 이승만 전 대통령을 '건국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산업화의 아버지'라고 한데 이어 김영삼 전 대통령을 '민주화의 아버지'로 추어올리며 세 대통령의 사진을 나란히 게시하도록 한 점도 정치적으로 의미심장하다는 지적이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6일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인생과 삶을 걸고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하며 살았다"며 "(한국당 전희경 의원은) 5~6공화국 때 민주주의가 짓밟힐 때 어떻게 살았는지 살펴보지 않았다"고 비꼬듯 답변한 태도에서 알 수 있듯이, 현 여권은 마치 민주화를 자신들이 홀로 노력해서 달성한 양 기이한 독점 의식을 보이고 있다.

    이에 맞서 누가 봐도 민주화를 주도한 것으로 평가받는 김영삼 전 대통령을 함께 '당의 지표'로 설정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이뤄낸 진전인 건국·산업화·민주화는 기실 보수 세력이 해낸 것이고, 내심으로는 좌경화를 노리던 좌파 세력은 민주화의 과정에서 '편승'했을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오후, 한때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성'이라 불리던 정치적 고향 부산을 찾아, 김영삼 전 대통령의 2주기에 맞춰 그의 정치역정을 회고하는 '김영삼을 말한다' 토크콘서트를 가진다.

    한편 민주당은 일찍부터 국회 당대표회의실과 원내대표회의실, 공보실 등에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을 내걸고 있었다. 또, 지난 2015년 9월부터는 이른바 '창당 60주년'을 기념하며, 당대표회의실에 1955년 민주당 창당을 주도했던 해공 신익희 선생과 윤보선 전 대통령, 장면 전 국무총리의 사진도 함께 내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