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통사, 美 대사관 인근서 한미훈련 규탄… "文 정부, 대북대화 의지 없어" 비판도
  • ▲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 13일 주한미국대사관 인근에서 한미연합해상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뉴데일리 정호영 기자
    ▲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 13일 주한미국대사관 인근에서 한미연합해상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뉴데일리 정호영 기자



    "한반도 전쟁위기 고조시키는 핵항공모함 훈련을 중단하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하 평통사)이 "한반도 전쟁위기를 격화시키는 한미연합 해상훈련을 중단하라"며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규탄 시위를 벌였다.

    평통사는 13일 오전 11시 광화문 주한미국대사관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12일부터 미국 핵항공모함 3척이 동해로 진입해 우리 군(軍)과 함께 훈련하는 것은 북에 대한 심각한 군사적 위협으로 (정부는) 근본적인 평화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집회 20여분 전, 광화문 KT 건물 앞에 회색 스타렉스 차량이 멈춰섰다. 피켓과 현수막을 든 평통사 회원들이 우르르 차량에서 내렸다. 피켓과 현수막에는 '북미·남북 대화재개', '미 전략자산 전개 중단', '한미 군사연습·북핵미사일 실험 동시 중단', '한반도 비핵화' 등이 새겨져 있었다.

    집회 시간에 맞춰 연단에 선 황윤미 서울평통사 대표는 다음과 같이 외쳤다. "12일부터 동해상 한국작전구역(KTO)에서 우리 해군이 미 항모 3척과 연합훈련을 한다. 창군 이래 최초라고 한다. 대체 왜 지금 시기에 이런 전쟁 연습이 진행되는지 규탄의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다."

    분위기가 고조되자 황윤미 대표의 입에서 논란이 될 만한 발언도 나왔다. "한미당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대화의 방식이 아닌 군사적 대결방식으로 추진하려고 한다. 북이 미사일을 개발·강화했던 것은 군사·경제적 압박 등 대북제재가 강화됐을 때였다. 미국이 북에 체제보장책을 제시하지 않는 한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황윤미 대표의 발언 의도가 궁금했다.

    이에 평통사 관계자에게 '저 발언이 북한 정권과 3대 세습체제를 인정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평통사 관계자는 "한미작전계획안에 북한 체제를 전복시킨다는 내용이 있는데 그 발언(체제보장)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적대정책이 중단되지 않는 한'이라고 보면 된다"며 애매한 표현을 썼다. 그러면서 "이를 3대 세습 문제와 관련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라고 했다.

    '그럼 북한 3대 세습 문제와 관련한 평통사의 공식입장은 무엇이냐'고 다시 묻자, 이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비판적인 입장이다"라고 답했다.

    황윤미 대표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오미정 평통사 사무처장은 "한미일 동맹은 결국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한국이) 중국과 군사적 대결상태로 가면 더욱 큰 안보위협에 직면하게 된다"며 "우리가 미일 군사패권전략의 굴레를 써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조승현 평통사 평화구축팀장은 "이런 군사적 압박은 한반도의 항시적 군사위기를 고착화시킬 것"이라며 "한미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서도, 미국이 이번 해상연합훈련의 미 전략자산 전개비용을 우리에게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 ▲ ▲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뉴데일리.
    ▲ ▲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뉴데일리.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된 집회에는 평통사 회원 15명만이 참여했다. 지나가는 시민들은 힐끗 쳐다볼 뿐이었다. 

    집회장 뒤편에서 팔짱을 끼고 지켜보던 중년 남성 두 명에게 다가가 의견을 묻자 "이런 문제는 잘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근처에 머물던 40대 여성 역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발길을 돌렸다.

    유정섭 인천평통사 사무국장은 "북한을 위협하는 이런 전쟁연습을 보면, 현 정부에 과연 북한과 대화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특히 자유한국당에서 얘기하는 전술핵 배치는 미친 짓이 아닐 수 없고 핵은 핵으로 막을 수 없다"고 강변했다.

    유정섭 사무국장은 "한반도 전쟁과 분단을 끝낼 수 있는 평화체결 협정을 이끌어내는 것은 의지의 문제"라며 "분단·전쟁의 굴레에서 벗어나 우리 미래세대에게는 전쟁 없고 평화로운 세상을 남겨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평통사는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사드(THAAD)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청와대 3보1배 행진을 시도하기도 했다.

    당시 평통사를 비롯한 좌파 시민단체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출발해 청와대 사랑채를 오가는 3보1배 왕복행진을 오후 10시까지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정부서울청사 앞 도로에서 경찰로부터 제지당했다. 시위대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다가 오후 4시30분쯤 경찰에 의해 세종로공원 안쪽으로 이동 및 격리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