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언제쯤 국민 모두가 'Hail to the Chief' 외칠 수 있을까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 청와대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포옹한 뒤, 위안부 할머니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두 팔을 벌리자 뒤이어 포옹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 청와대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포옹한 뒤, 위안부 할머니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두 팔을 벌리자 뒤이어 포옹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문재인 대통령이 나흘 사이에 세계 G2 정상과 연쇄 접촉하는 등 겉보기에는 화려한 외교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내실이 이에 따르지 못해 외화내빈(外華內貧)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국빈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한미정상회담을 가진데 이어 나흘만인 11일에는 베트남 다낭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중정상회담을 가졌다.

    세계 양극을 형성하고 있는 주요 2개국 정상과 나흘이라는 짧은 간격을 두고 연쇄접촉했으니, 누구보다 활발한 정상외교를 펼치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행보마다 논란이 뒤따르고 있다.

    7일에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 환영만찬과 관련한 논란은 국제적인 문제로 비화됐다.

    이 자리에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참석했으며, 만찬 메뉴에는 이른바 '독도새우'가 올랐다. 이는 일본 외무성의 항의를 불렀는데, 더 기가 막힌 것은 항의받는 당사자인 우리 외교부는 이 사실을 사전에 알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감성으로 충만한 일련의 컨셉으로 차려진 환영만찬은 전대협 출신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청와대 참모들에 의해 전적으로 기획됐다는 심증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이튿날 국회 연설에서 나타났듯이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광이다.

    미 LPGA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이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 소유의 골프장인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렸는데, 박성현이 우승하고 최혜진이 준우승했으며, 유소연·허미정은 공동 3위를 차지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2라운드부터 마지막날까지 매일 골프장을 방문해 경기를 '직관'했고, 마지막날 4라운드 15번홀에서 박성현이 7m 버디퍼트를 성공시키며 단독 1위로 치고나갈 때 자리에서 일어서 기립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한중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뒤를 따라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한중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뒤를 따라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 연설 때 이 모든 사실을 직접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 본인이 골프를 치지 못해 가스미가세키 골프클럽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라운딩을 즐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처럼 하지 못했다면, 최소한 환영만찬장에라도 LPGA에서 활약하는 우리 여성골퍼들을 초청했더라면 국빈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훨씬 좋았을 것이다.

    결국 위안부 할머니 만찬 초청과 '독도새우' 메뉴 구성은, 철저히 상대방에 초점을 맞췄던 미일 정상 간의 만남과는 달리 "우리 이만큼 했다"고 국내 지지자들을 향해 외치는 것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지지자들만 바라보며 감성 아이템을 꺼내드는 '선동의 정치'가 또 반복된 것은 아닌가. 청와대 참모들이 자랑하는 전대협식 감성·선동정치는 냉혹한 국제정치의 무대에서는 설 자리가 없다.

    11일 치러진 한중정상회담에서도 아무런 실리를 못 얻었다. 우리가 얻어낸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연내에 베이징(北京)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한다는 방중 초청 한 줄 뿐이었는데, 책봉을 위한 입공(入貢)을 허락받은 듯한 기이한 느낌마저 드는 '성과'다.

    안보주권을 포기했다는 논란에 휩싸여있는 3불 약속(사드 추가 배치 포기·MD 참여 포기·한미일 군사동맹 포기)에도 불구하고 한중정상회담장에서는 시진핑 주석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언급됐다.

    기왕 사드 문제가 언급됐으면 지난 1년 사이 중국이 자행한 비이성적인 '사드 보복'도 함께 거론되는 게 마땅한데 이는 언급조차 없었다.

    한국당 강효상 대변인이 12일 논평에서 "지난 10월 31일 굴욕의 한중 합의문은 왜 발표했던 것이냐"며 "사드 보복에 대한 최소한의 유감 표명도 받아내지 못한 것은 중국의 외교적 결례이자 우리의 외교적 무능을 드러낸 대목"이라고 질타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북핵 문제에 있어서도 전혀 얻어낸 것이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모처럼 우리 국회를 방문해 행한 연설에서 중국의 유엔안보리 제재 결의 적극 참여와 함께 북한과의 외교관계 격하, 원유공급 단절 등을 압박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지렛대'로 활용해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장단을 맞췄다는 징후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 학생운동권 출신인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이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비전대협 출신으로 3선 의원과 제1야당 원내대표·최고위원을 지낸 전병헌 정무수석이 시선을 아래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학생운동권 출신인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이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비전대협 출신으로 3선 의원과 제1야당 원내대표·최고위원을 지낸 전병헌 정무수석이 시선을 아래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양 정상은 현 한반도 안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 한다"는 언급이 있었을 뿐이다. 강효상 대변인은 "대북 압박에 대한 실질적인 합의는 없어 실망"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 결정 빼고는 특별한 내용이 없는 외화내빈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문 대통령 해외 정상외교의 외화내빈(外華內貧)을 초래한 모든 '비극'은, 감성정치와 선동만 할 줄 아는 전대협 출신 청와대 참모들의 '무능' 때문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교 상대에 대한 진정성이 아닌, 오로지 국내의 지지층만 바라보고 얄랑한 국정수행 지지도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전대협 출신 청와대 참모들의 감성정치를 국제무대에 내놓은 결과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책임을 통감하고 자성하기는 커녕, 대통령이 해외에 나가 있는 동안 궁중 암투를 방불케 하는 내부 숙청의 활극을 벌이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들과는 결이 다른 비(非)전대협 출신의 수석 비서관을 찍어내기 위한 내부 숙청극과 알력 싸움에 국민의 눈살은 절로 찌푸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환영식에 입장할 때, 미국 대통령 전용의 입장곡인 'Hail to the Chief'가 연주됐다고 한다.

    'Hail to the Chief'는 "우리가 나라를 위해 선출한 대통령 만세(Hail to the chief we have chosen for the nation)…"라는 가사로 시작된다.

    이어 "당신(대통령)의 목적은 이 위대한 나라를 더 위대하게 만드는 것(Yours is the aim to make this grand country grander)"이라며 "우리가 통수권자로 선택한 그 사람(Hail to the one we selected as commander), 우리 모두가 협력을 다짐한 대통령 만세(Hail to the chief, as we pledge cooperation)"라는 가사가 뒤따른다.

    우리 국민들은 언제쯤 모두가 한마음 한 뜻으로 정상외교에 나선 "대통령 만세"를 외치며 대승적 협력을 다짐할 수 있을까.

    지금 문재인 대통령의 정상외교가 정말 군 통수권자이자 국가원수로서 나라를 위하는 행보인지, 그 행보가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들의 협력과 통합을 이끌어내는 행보인지, 지지자들만 바라보며 정치를 하는 청와대의 '전대협 참모'들은 되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