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에 농업 부분 빠져… 성난 농민들 단상에 달걀 투척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관련 공청회가 시작한지 20분 만에 종료됐다. 
    통상당국인 산업통상자원부는 "한미FTA 개최 공청회가 완료됐다"고 주장하는 반면 농민단체는 "무산됐다"고 밝혀 절차적 논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공청회는 10일 오전 9시30분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으나 애초 계획한 낮 12시까지 진행되지 못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민주노총 등 50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FTA 대응 대책위원회' 측은 공청회가 시작되자 '농축산업 볼모로한 한미FTA 즉각 폐기' 등의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공청회가 중단된 것은 종합 토론 및 질의응답을 앞두고서다. 유명희 통상정책국장의 경과보고 이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경제적 타당성 검토결과 발표가 나오자 농민들의 불만은 한껏 고조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한미FTA 개정의 경제적 타당성 검토' 순서에서 "한미FTA가 상호 호혜적 결과를 가져왔다"고 발표하자 고함이 곳곳에서 쏟아졌다. 
    특히 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는 농업 관련 부분은 빠져있었다. 
    농민들은 "쌀 한톨, 고기 한 점 양보할 수 없다", "거짓말 그만해" 등을 외쳤다. 
    이때부터 공청회장은 아수라장으로 변질됐다. 
    이들은 무대로 신고 있던 신발을 벗어 던지고, 달걀을 투척했다. 단상위로 뛰쳐 올라가 공청회 중단을 요구하며 거친 욕설을 뱉은 농민도 있었다. 
    이에 강성천 산업부 차관보가 "추가 (농축수산물) 시장 개방은 없다는 게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밝혔으나 성난 농민들을 막아서지 못했다. 
    산업부가 공청회 종료를 선언한 것은 낮 12시께. 대책위는 이를 두고 "공청회가 무산됐다"고 선언했다. 
    공청회 순서였던 종합토론과 질의응답 등이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대책위는 향후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파면, 국회 보고저지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대책위는 "정부가 농업 피해를 관련해 분석을 정확하게 한 뒤 공청회를 새로 열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산업부는 "공청회가 완료돼 11월까지 국회 보고 등 개정 협상을 위한 국내적 절차를 완료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달 중으로 국내적 절차를 마치고 이르면 내달 중에 개정 협상에 임한다는 플랜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가 한미FTA 개정 협상에 나서기 위해서는 '통상조약의 체결 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국내적 절차를 완료해야 한다. 
    ①경제적 타당성 검토→ ②공청회→ ③통상조약체결계획 수립→④국회보고이다. 
    대책위는 2단계인 공청회가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공청회가 완료됐다고 주장하고 있어 향후 양측 간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청회는 사실상 20분 만에 종료돼 무산으로 봐야한다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산업부는 토론과정은 생략됐으나 한미FTA 공청회는 마무리됐다는 입장이다. 
    산업부는 "각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농축산 업계관계자들의 시위와 단상점거 등으로 더 이상 의견청취가 현저히 곤란하여 이후 순서는 진행되지 못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