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만찬 열린 밤…친박계 "의총 소집하라"

자유한국당에 복당한 의원들의 환영만찬이 열린 밤, 친박계 의원들이 지도부의 소명을 바라는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아직 사태가 '중대국면'에 진입하지는 않았지만, 지도부의 대응 여하와 친박계·복당파 등 당내 여러 계파의 반응에 따라 보수통합의 '소프트 랜딩'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당에 복당한 김무성·강길부·김영우·김용태·이종구·황영철·정양석·홍철호 의원은 9일 저녁 홍문표 사무총장의 초청으로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복당 환영만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통합추진위원으로 함께 활동한 김성태 의원도 배석했다.

복당파 황영철 의원은 이날 만찬 도중 취재진과 만나 "복당 과정에 홍문표 사무총장이 중간에서 여러 가지로 마음고생을 많이 해서 고맙다"며 "대단히 즐거운 자리가 될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 표현대로 만찬장 안에서는 "우리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위하여" "위하여"라는 건배사와 함께 흥겨운 대화가 오가는 소리가 들렸다.

만찬을 마치고 나온 홍문표 사무총장은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다들 수고했다는 이야기를 나눴다"며 "경륜이 풍부한 의원들이 왔으니까, 앞으로 각 상임위에서 문재인정권의 독선과 독주를 막아내자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비슷한 시간, 한국당 친박계 일부 의원들은 15명의 연서로 정우택 원내대표에게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총소집 요구에 서명한 한 의원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아까는 시간이 없어서 의총도 그냥 이야기하다 말았는데, (복당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다 들어보고 싶은 것"이라며 "의총 (소집)이야 요구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전반적인 이야기를 지도부로부터 들어보자는 것"이라며 "그 정도 (9명의 의원들이) 오고도 무슨 이야기가 아무 것도 없으니까 불만이 가시화된다고 할까"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의총이 열리면) 지도부에서 일련의 과정을 보고하지 않겠느냐"며 "납득이 가면 되는 것이고, 납득이 가지 않으면 이야기가 있을테니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당헌 제87조 2항에 따라, 재적 의원 10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원내대표는 반드시 의총을 소집해야 한다.

친박계 의원들의 의총 소집 요구에 따라 의총이 열려 복당 과정에 대한 지도부의 소명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당장 심각한 내홍으로 비화될 가능성은 일단 적어보인다는 게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일단 복당파들이 바짝 몸을 낮추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황영철 의원은 이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무엇보다도 보수의 대통합을 이뤄가는 과정이니까, 내부적인 문제제기에 예민하게 대응하지 말고 당이 잘 화합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의총 과정에서 홍준표 대표가 친박계의 소명 요구에 강경하게 맞설 경우에는 파열음이 날 수도 있다. 그러나 홍준표 대표도 "이제 문을 닫고 내부 화합에 주력하겠다"고 공언한 이상, 이 문제로 분란을 자초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날 홍문표 사무총장 주재의 환영만찬에는 당초 홍준표 대표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와 같은 친박계 의원들의 반발 양상을 고려해서인지 홍준표 대표는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전날 보수통합추진위원회의에서 "사무총장 초청 명의이지만 환영만찬에 홍준표 대표가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던 황영철 의원은 "내가 모르는 이야기"라고 한 발 물러났으며, 홍문표 사무총장은 "원래 올 예정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