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평택서 트럼프 마중... 청와대 앞에선 반미 집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빈 방한(訪韓)을 폄훼하고 있는 일부 좌파단체들의 시위가 눈총을 받고 있다.

민중총궐기투쟁본부, 민노총, 민중당,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등 220여개 좌파성향 단체로 구성된 'NO트럼프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찾은 7일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전쟁위협과 무기강매, 통상압력을 일삼는 트럼프는 꺼져라"라고 비난했다.

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입만 열면 우리 민중, 우리 민족의 절멸을 의미하는 전쟁언사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내뱉는 트럼프가 강도적인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이 땅에 왔다"고 외쳤다.

"막말폭탄 전쟁위협 트럼프 꺼져라", "SAY NO TO TRUMP" 등 손피켓으로 들고 모인 공동행동은 반미(反美) 집회를 전개하는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가 아닌 전쟁으로 한반도를 위협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무기를 강매하고 강도적 통상압력을 강행하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적 인종차별주의자로 세계의 공공의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청와대 앞길은 곳곳에 경찰들이 배치되고 바리게이트가 쳐져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실감케했다.

특히 공동행동은 진보·좌파 세력의 촛불시위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를 지난 정권과 비교하며 '대미(對美) 강경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트럼프를 국빈으로 초청해 국회 연단까지 내주는 것은 굴욕 외교이며 트럼프에 대한 국민의 분노에 대해 집회 금지, 대규모 경찰력 동원으로 대답하는 것은 박근혜 적폐세력의 행태를 답습하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박석운 공동행동 대표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 "촛불정부로 출범한 문 정부가 트럼프에게 강력히 '노(NO)'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상진 민노총 부위원장은 "촛불로 불의한 박근혜 정권을 가뒀는데 5개월 지난 촛불 정권이 촛불을 가두려고 하는 건 아닌지 심히 유감"이라며 "마치 황제대관식이라도 하듯 붉은 카펫을 깔고 반대 집회를 차단하는 것이 촛불의 명령이었나? 우리의 입을 막으려 하면 과거정권과 무엇이 다르나"고 정부를 비난했다.

정해랑 주권자전국회의 공동대표는 "촛불 민심으로 탄생한 정권이니만큼 이렇게 바리게이트를 치더라도 박근혜 정부와 달리 문재인 정부는 마음으로는 가슴 깊이 새겨들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전쟁은 없다는 것을, 나를 밟고 가라는 비장한 결의를 말하라. 그렇지 않다면 주권자로서 우리가 정부에게 준엄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청와대를 향해 경고했다.

'주한미군 철수'라는 노골적이고 원색적인 비난도 빠지지 않았다.

김귀옥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대표는 "왜 독립된 우리나라에 외국 군대가 주둔하나"며 "북한의 핵개발도 중단돼야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을 보유한 미국이 우선적으로 핵도미노 차단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다.

나아가 공동행동은 "트럼프는 더 빼먹을 것도 없는 한국의 마지막 껍데기를 벗기러 온다", "전쟁위협 트럼프는 돌아가라", " 무기강매 트럼프를 반대한다", "강도적 통상압력 트럼프를 규탄한다", "막말위협 트럼프는 사죄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이날 공동행동은 "우리 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내에서도 반(反)트럼프 규탄 성명을 내고 있다"며 '한미일 시민단체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미국 내 친북성향 단체로 알려진 Women Cross DMZ 및 평화재향군인회 등 평화연대조직 8곳, 일본의 일한민중연대네트워크 피스보트(Peace Boat) 등 27개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시간, 같은 장소에서 일부 1인 시위에 나선 청년은 "(당신들은) 트럼프가 아니라 김정은을 욕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진보 세력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촛불세력은 불편한 시선을 보냈지만 정면충돌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공동행동은 오후 3시 40분경 광화문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을 거쳐 다시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을 이어갔다.

이들은 'Trump, NOT welcome(트럼프, 우린 널 환영하지 않는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트럼프는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쳤다.

종로구 팔판동 삼청로 126번지에서 열린 공동행동의 2차 집회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비난으로 점철됐다.

공동행동은 "미군부대가 있는 활주로까지 나가서 머리 숙여 미국 대통령을 영접한 것은 대한민국의 자존심과 자긍심을 바닥에 내던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맞이한 문재인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난했다.

이들은 "전세계 곳곳에서 지금 반(反)트럼프 투쟁이 진행되고 있는데, 유독 한국에서만은 그러한 목소리가 경찰 병력 등에 의해 막힌다"며 "광화문에서 우리가 목도한 처참한 광경이 과연 박근혜를 몰아내고 촛불 승자를 자임하며 대통령이 된 '문재인 치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맞는가"라고 소리를 높였다.

이날 경찰은 20여대의 경찰 버스를 이용해 광화문 광장 일대에 차벽을 설치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이다.

이를 두고 한국외대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트럼프를 버선발로 맞이한 문재인이 과연 대통령 자격이 있느냐"며 "차벽을 친 경찰은 어느나라 경찰인가? 트럼프를 지키는 경찰이 과연 촛불정부의 경찰이 맞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는 사드를 들고 썩 꺼져라, 나가지 않는다면 가는 곳마다 좌불안석하도록 쫓아갈 것이며 트럼프가 요구할 청구서를 (정부가) 거부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공동행동은 "문 대통령은 사드배치와 대북제재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두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부끄럽다. 이는 치욕의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공동행동은 트럼프가 일본에서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난 것을 두고 "꼴보기 싫은 아베와 트럼프, 이 두 명의 베스트 프렌드가 얘기한 것을 보면 오늘 문 대통령에게 트럼프가 요구할 것도 뻔하다"며 야유섞인 함성을 내질렀다.

이들은 "(트럼프를 환영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며 광화문광장 일대에 가득찬 트럼프 대통령 환영 인파를 비난하기도 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기 오산 공군기지로 입국해 공식 방한일정에 돌입했다. 공동행동은 8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규탄하는 집회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속없는 국회의원들이 트럼프 연설에 박수치는 모습을 볼 수 없어 반드시 저지에 나설 것"이라며 다음날 오전 국회 앞 집회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