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촛불집회 청소년은 성숙해", 전문가들 "전형적인 포퓰리즘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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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박원순 서울시장.ⓒ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서울시가 공직선거권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방안을 앞장서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일 '청소년 희망도시 서울' 기본계획을 세우고 만 19세인 현 공직선거권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관련법 개정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또 청소년 이용 시설 등을 2021년까지 5년 간 4,868억원을 투입해 확충하고 선거권 하향과 관련한 각종 토론회 등 사회 공감대 형성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촛불 정국에서 나타난 청소년들의 사회참여 의지와 시민의식으로 이같은 필요성은 이미 증명됐다"고 주장하며 선거권을 낮춰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 역시 올해 초 자신의 페이스북 등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만 18세 투표권이 없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선거권 하향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특히 박원순 시장은 "지난해 촛불집회에서 거침없는 목소리로 권익을 주장하는 청소년의 모습은 성숙한 민주시민으로서의 역할을 다짐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강변하기도 했다.

    공직선거권 연령 하향 추진은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기도 하며, 서울시교육청에서도 이미 공론화되고 있는 현안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7월 '학생인권종합계획'을 발표하고, 만 18세 선거권 및 만 16세 교육감 선거권 보장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여기에 서울시가 '청소년 희망도시 서울' 계획을 발표하며 힘을 실은 것이다.

    만일 '만 18세 선거권'의 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전국 고등학교 3학년생 학생수인 약 60만명 정도의 새로운 표층이 생성된다.

    중앙정부·교육청·서울시 등 청소년 참정권을 주장하는 측은 '청소년들의 시민 의식', '세계적인 추세'를 이유로 추진하지만 정작 청소년 참정권의 비현실성은 언급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교육의 장(場) 학교가 선거 차량 드나드는 정치판으로?

    청소년 선거권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먼저 학생의 정치참여 독촉이 가져올 부작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또 선거권 연령 하향을 놓고 사회적 합의에 따라 논의는 될 수 있지만 특정 지자체와 교육청이 다분히 정치적 의도를 품고 있다는 비판도 연이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의 시각도 다르지 않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판단력과 이해도가 낮은 청소년들에게 선거권을 주면 학교가 자칫 '정치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황영남 성균관대 교수는 "만 18세는 고3인데 서울시는 그렇다치더라도 진정한 교육감이라면 고3 학생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지부터 고민하고 지자체에 협조를 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황 교수는 "OECD 모든 국가들이 그렇게 하고 있는 주장도 있는데, 통계수치라는 것은 그 배경과 제도를 잘 들여다봐야 할 문제로, 외국 사례는 '참고'를 해야하는 것이지, 특정 국가에서 그런 흐름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따라가자는 것은 황당한 주장이며 비교 가치가 없는 데이터"라고 꼬집었다.

    이어 "특히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만 19세를 성년 연령으로 보고 있는데, 만일 만 18세 청소년에 선거권을 주기 위해서는 그에 응하는 납세 등의 의무도 뒤따라야하는 문제인데, 청소년 보호법에 의해 보호받는 학생들에게 그런 의무를 이행하라고 할 수는 없지않나"고 역설했다.

    박인환 건국대 교수는 "선거연령제한 제도는 정치오염으로부터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일각에선) 청소년을 상대로 '너희들의 정치의식은 높은데 권리가 없어서 어른들이 부끄럽고 미안하다' 등의 말을 하는데 이는 오히려 학생들을 기만하는 처사이자 언행"이라며 "전형적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김재철 대변인 역시 "학제가 다른 점 등을 충분히 검토 후 우리 실정에 맞게 (청소년 선거권을) 도입하는 것이 맞다"면서 "아직 정치 판단과 이해가 성인에 비해 미성숙한 학생이 선거권을 가질 경우 교실이 정치화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2014년 헌법재판소는 "만19세 미만 미성년자는 아직 정치적-사회적 시각을 형성하는 과정에 부모 등 보호자에 어느 정도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판단이나 의사표현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만 19세 이상에게 선거권을 주는 현행 법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