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패션산업연구원 50대 직원, 지하 주차장서 자살사망 당일 OO뉴스 김OO 기자에 "당신은 살인자" 문자 보내

  • 한국패션산업연구원에 재직 중이던 50대 직원이 모 인터넷신문 기자에게 "당신은 펜을 든 살인자"라는 문자를 보낸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디어스와 한겨레 등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12시 9분경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책임행정원인 손OO(57)씨가 한국패션센터 건물 지하 주차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차 안에는 소주병과 함께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남아 있었던 것으로 전해져 손씨가 번개탄에 의한 '질식사'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손씨는 사망 당일 새벽 2시 2분경 모 인터넷신문 김OO 기자에게 "당신은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글을 써왔다"며 "당신 글로 인해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는지 생각해보라. 당신은 펜을 든 살인자"란 문자메시지를 보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신은 펜을 든 살인자요. 당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글을 썼지요. 언젠가는 많은 사람이 상처 받는 글을 못쓰도록 할 것입니다. 그동안 얼마나 당신 글로 인해서 많은 상처를 받았는지 생각해보았는지요. 당신이 쓴 글에 대해서 책임을 질 것을 바랍니다. 당신은 펜을 든 살인자요.


    또한 손씨의 업무용 PC에는 김 기자로부터 협박과 괴롭힘을 당했다는 A4용지 3장 짜리 글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글에서 손씨는 10월 10일 대관 업무를 하고 있는 자신에게 김 기자가 전화를 걸어 "12월 행사 좀 도와줄 수 없겠느냐"는 부탁을 하길래 "12월은 도저히 안 된다. 2018년 4월 이후에 된다"고 답하자, "국장과 대구시장 등에게 얘기해 박살내겠다는 엄포를 놨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김 기자는 며칠 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을 찾아가 간부 앞에서 다시 손씨에게 전화를 거는 등 모종의 압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글에 따르면, 김 기자가 전화기를 스피커폰으로 켜놓고 "당신 마음대로 하라고 했지"라고 말한 뒤 '단답형'으로 답하는 손씨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후 김 기자는 10월 16일 인터넷신문 OO뉴스에 <한국패션센터가 개인 건물? '갑질' 도 넘었다>라는 제하의 기사를 게재, "A모 씨는 12월에 진행할 행사를 위해 한국패션센터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행사 일정이 없는 날을 택해 다목적 공연장 대관신청을 냈지만, 열흘 정도가 지난 뒤 휴대전화로 대관 불가 통보를 받았다"면서 "패션센터 대관 책임자(손OO)는 '6개월 전부터 다른 업체에서 구두로 계약했기 때문으로, 본인과 협의되지 않은 인터넷 대관 신청은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일방적인 이유를 댔다"고 보도했다.

    나아가 김 기자는 "A모 씨는 한국패션센터에서 웨딩행사 등 여러 행사를 치르고 있지만, 한 번이라도 뒤끝이 개운한 날이 없었다"면서 "한 행사가 끝나면 다음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공연장의 대관은 필수 요건으로 대관 책임자(손OO)와의 관계 유지를 위해 '성의 표시'는 빼먹지 않고 했었다"는 내용까지 덧붙였다.

    대구시의 보조금까지 지원받아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이 수탁 운영하고 있는 한국패션센터가 개인 건물처럼 변질 운영돼 '갑질'이 도를 넘고 있다. S씨가 16년 동안이나 대공연장과 대회의실 등 대관 업무를 도맡아 운영,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특정 업체의 편의를 봐주는 등 각종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OO뉴스는 10월 30일에도 센터를 관리하는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이 손씨에게 별다른 조치 없이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을 재차 보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미디어스는 "한국패션센터의 대관을 둘러싸고 벌어진 이 사건의 발단은 특정 행사를 진행할 곳을 찾던 A업체가 한국패션센터에 대관을 문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웨딩 등을 전문으로 하는 A업체는 박람회를 열기 위해 행사장 대관을 문의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미디어스는 "A업체는 한국패션센터에 인터넷으로 대관 신청을 했고, 며칠 후 대관을 담당하던 손씨는 앞서 B업체가 대관을 하기로 돼 있었기 때문에 대관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B업체는 2년 전부터 한국패션센터에서 1년에 4회 베이비 박람회를 진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손씨와 대관업무를 진행했던 B업체 관계자는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저희가 행사를 진행하기로 한 날짜에 A업체가 패션센터에서 행사를 한다는 온라인 광고를 올렸다"면서 "그래서 저희가 손 차장님에게 항의를 했는데, '나는 대관을 허락한 적이 없다'고 하셨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B업체 관계자는 "OO뉴스에서 마치 손 차장님이 돈을 받은 파렴치한 직원인 것처럼 써놨는데, 사실과 다르다"면서 "감사하다고 명절에 상품권을 드리려고 해도 일절 받지 않으시는 분이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5000원 짜리 점심을 먹어도 자기 카드를 긁는 분이었습니다. 그걸 마치 뒷돈을 받은 사람처럼 기사를 써놨습니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 관계자 역시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이미 근 반 년 전에 예약을 신청한 업체가 있었다"면서 "그런데 뒤늦게 A업체가 와서 해달라고 하면서 이런 갈등이 벌어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고인께서는 업무처리를 아주 정상적으로, 원칙대로 했는데 문제를 야기시킨 분이 무리를 한 것 같다"고 손씨를 두둔하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김 기자는 미디어스 취재진에게 "우연히 아는 사람으로부터 하소연을 들었는데, 문제라고 생각해 취재를 했다"며 "대관을 해달라는 게 아니라 제보를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A업체에서 인터넷으로 대관 신청을 했는데, 열흘 뒤에 손씨가 A업체에 전화해 '당신 대관 안 된다. 대관하려면 나에게 얘기해야지 왜 인터넷으로 하냐'고 말했다고 한다"면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취재를 했고, 취재 과정에서 전화통화를 한 것일 뿐, 손씨를 괴롭히거나 폭언을 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사진 제공 = 픽사베이 (https://pixabay.com)]